전문가칼럼 시민학습력, 도시 미래 열어줄 ‘도깨비 방망이’ 김영순 | 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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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근대화는 학습에서 시작

공부는 괴롭다. 이건 순전히 잘못된 편견이다. 공부가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 일인지. 그걸 빨리 알아채야 한다. 어디 그 뿐이랴, 공부는 단순히 기쁨에 끝나지 않고 우리의 미래를 열어줄 ‘도깨비 방망이’다. 많은 이들이 그것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무슨 씨나락 까먹는 이야기냐고 할 거다. 그러나 사실이 그렇다.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근대화를 이룩했던 일본을 보자. 일본 메이지 유신의 설계자 요시다 쇼인은 일찍이 교육의 중요성을 알았던 이다. 그는 교육을 통해 근대 일본을 열었다. 1853년 7월 미국 페리제독이 이끈 4척의 흑선이 일본에 상륙했다. 일본이 처음 서양의 문물과 직접 대면했던 것이다. 이때 충격을 받은 요시다 쇼인은 충격에 좌절하지 않고 곧바로 마을학교를 열었다. 서양에 먹히지 않고 자립하기 위해선 서양기술과 문물을 수용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무려 1백여 명이 그 마을에서 3년간 열심히 공부했다. 이 중 절반이 요시다 쇼인과 더불어 혁명기간 중 죽었고 나머지가 메이지 유신의 각료가 되어 일본의 근대화를 이끄는 주역이 되었다. 그 덕분에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빨리 근대화를 이룰 수 있었다. 배움과 학습이 일본의 근대화를 이룬 터전이 되었던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공부의 즐거움을 알아야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 불역열호(不亦說乎)’. 공부의 즐거움을 설파한 공자의 말이다. 만학도들을 보라. 어쩌다 공부할 시기를 놓친 이들이 뒤늦게 학업에 뛰어들어 눈에 불을 켜고 공부를 하며 즐거워한다. 뒤늦게 문해학습에 나서 글을 읽게 되는 시니어들이 갖는 기쁨도 이루 형언하기 힘들 정도다. 그럼에도 대다수는 공부의 즐거움에 대해 고개를 갸웃한다. 머리로는 끄덕끄덕할지라도 실제 몸으로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오히려 학창시절, ‘그놈의 공부’하면서 학을 떨었던 기억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을 바꾸자. 공부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그리고 그게 우리 미래를 어떻게 바꿔줄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그 원인은 공부에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어서다. 이제, 공부에 대한 편견을 확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 평생학습시대에 공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일흔 넘어 문해학교에서 가나다라를 배우는 할머니는 이제 혼자 어디를 가도 불안하지 않다. 버스 번호를 보고 자신 있게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의 버스를 탄다. 또 빌딩의 간판을 보고 정확한 위치를 가늠하기도 한다. 그래서 날마다 설레는 가슴을 안고 학교를 찾는다. 가난한 살림살이에 돈도 없었고 동생들도 돌보아야 했기에 중학교에 가지 못한 할머니 역시 ABC를 배우며 들뜬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다. 중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할 할아버지도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배움은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창시절에 학업에 치중했고 졸업 후 결혼해선 남편과 자녀 뒷바라지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은 꿈도 꾸지 못했던 전업주부는 뒤늦게 문예창작공부에 열심이다. 또 누군가는 목공예를, 그림을, 스피치를, 상담심리를 앞다퉈 배우며 자신의 인생을 풍요롭게 다진다. 공부가 꼭 책하고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익히고 있는 것이다.

시대 따라잡으려면 학습 필요

시대는 급변하고 있다. 제4차산업혁명이 거세게 일며 지금까지 알아왔던 것만으로는 살아가기 벅찬 시대가 되었다. 새로운 배움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는 디지털 환경에 살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산업화시대의 마인드와 그 시대의 학습기준으로 살아간다면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글로벌을 요구하는데 여전히 우물 안 개구리로 살아간다면 그것 역시 갑갑할 일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우리가 100세 시대, 120세 시대를 내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요시다 쇼인의 선견지명이 요구되는 때다. 향후 우리는 상상하지 못할 세계에서 살아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시대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 자라나는 세대 뿐 아니라 기성세대에게도 디지털 공부는 필요하다. 요즘 아이들은 디지털 환경이 새롭지 않다. 태어나 보니 디지털환경이어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자신의 몸처럼 자유롭게 썼다. 그러나 기성세대는 다르다. 그걸 배워야만 한다.

새로운 시대를 여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시민의 학습력’이다. 도시가 앞으로 나가려면 도시정책이 바뀌고 도시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 예산과 적절한 시설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새로운 시대를 여는데 시민들의 학습력이 최고다. 도시의 미래는 시민의 학습력 수준에 달려 있다. 우리 각자의 학습이 개개인의 인생을 풍요롭게 해줄 뿐 아니라 도시를 바꾸게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도시가 발전하려면 도시정책이 바뀌고 도시환경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그것들을 단박에 해결해줄 토대가 바로 시민의 학습력이 아닌가 한다. 시민들이 소매를 걷어붙인 채 배우고 익힌다면 도달하지 못할 세상이 없다. 어떤 세상이 와도 헤치고 나아갈 수 있다. 그게 우주시대라 할지라도.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역할 커져야

이제 선택이 없다. 누구라도 학생으로 살아야 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어딨냐’, ‘학교를 마치면 끝나는 거 아니냐’고 할 거다. 아니다. 우리는 평생 학생으로 살아간다. 제사상 지방을 보면 거기에 답이 나와 있다. 거기에 쓰인 글이 ‘현고학생부군신위’다. 학생으로 살다간 사람을 모셔온다는 뜻이다. 사는 동안 누구라도 우리는 학생인 것이다. 일찍이 평생교육을 예견했던 듯하다. 누구라도 평생 배워야 함을 말한 것이다. 물론 살던 대로 산다면 굳이 공부와 학습은 필요치 않다. 성실하게 일하는 것으로 족할 수 있다.

그러나 시대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그 수레바퀴 속에서 살아야 할 우리는 적절하게 익힘과 배움을 통해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배움이 개인의 행복은 물론 우리 도시의 변화 발전의 원동력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의 역할이 커져야 할 이유다. 시민의 학습력을 도모하는데 큰 역할을 해야 할 이 조직의 존재감이 높아져야 한다. 더불어 시민의 학습력이 도시의 미래를 열어줄 ‘도깨비 방망이’임을 잊지 말자.

김영순
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학력
- 해남여자고등학교 졸업
- 전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졸업
-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미술이론 석사과정 졸업
- 전남대학교 미술학과 미술이론 박사과정 수료

경력
- 현 광주문화재단 전문위원
- 전 광주매일신문 부장, 광주시청 사무관

- 아시아문화조성지원포럼 위원 (2014년도~현재)
- 광주시 서구 평생교육 자문위원 (2016년도~2020년도)
- 전남대 문화예술교육사 과정 강사 (2015년도~2018년도)
- 호남대 문화예술교육사 과정 강사 (2013년도~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