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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광주사랑(399) 어등산 魚登山 의 전설-용이 되어 승천한 잉어
어등산은 호남대학교 뒤쪽에 있는 산이다. 어등산 앞쪽에 박뫼라는 마을에 전설이 전해온다. 어등산의 유래를 알려주는 전설이다.
박뫼에 박윤중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이 사람이 마당에 우물을 파서 잉어를 길렀다. 새끼 잉어를 구해다가 넣었는데, 잉어는 점점 자랐다. 정성으로 보살피고 먹이를 준 보람이 있어 박윤중은 기뻤다. 그런데 뜻밖의 일이 있었다. 박윤중의 꿈에 우물속의 잉어가 나타난 것이다. 잉어는, 우물 뚜껑을 열어달라고 부탁을 했다. 하늘로 승천할 때가 되었는데, 우물에 뚜껑이 덮혀 있어서 날아오르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꿈이긴 했지만 너무나 생생했다. 잉어가 꿈에 나타난 일도, 말을 하는 것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우물로 달려가서 우물을 덮고있는 뚜껑을 벗겨놓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하늘에 먹구름이 피어오르더니 큰 비가 쏟아졌다. 우르릉쾅쾅. 천둥번개도 쳤다. 우물속 잉어는 기다렸다는듯이 하늘로 치솟았다. 그리고는 눈깜짝할 사이에 용으로 변했다. 비늘이 무지개보다 더 찬란하게 빛났다. 용이 구름을 뚫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천둥번개가 땅을 뒤흔들었다. 사람들이 놀라서 뛰어나왔으나 용은 사라지고 푸른 하늘만 눈부시게 빛났다. 비도 구름도 온데 간데가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까지 박뫼 뒷산을 천등산天登山이라고 불렀다. 그러나 잉어가 용이 되어 승천한 뒤로는 산 이름을 바꾸었다. 어등산魚登山이라고 부른 것이다. 마을 주변에는 용기치龍起峙가 있다. 용이 넘어간 고개다. 황룡강에는 용기제龍起堤, 천등보天登洑라는 땅이름도 있다. 이런 땅이름이 용이된 잉어의 전설과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전설은 어등산과 황룡강이 상서로운 기운이 깃든 땅이었던 것을 말해준다. 황룡강은 영산강의 큰 줄기로, 광산구에서 영산강 본류와 만난다.
어등산에는 다른 전설도 있다. 어등산 아흔 아홉 골(골짜기)에 관한 이야기다. 어등산에 골짜기가 백개였으면 서울이 되었을텐데, 골짜기 하나가 부족해서 서울이 되지 못했다는 전설이다.
"응, 옛날에 한 골짜기가 더 가서 붙으믄 서울이 여가 될 것인디, 머리 감다가 엄마, 엄마, 산덩어리가 궁굴어가네 한 게, 그 소리에 멈쳐부렀어. 서부렀당께. 그 산봉우리가 삼도 가면은 들판에 가서 딱 한데가 있어. 근데 산봉우리가 하나가 더 있더라구. 나 어렸을 때 할머니한테 들은 말로는 그 산이 붙어서 궁굴어가서 어등산에 가 붙었으면 여그가 서울이 되었단다."
한편 어등산은 이 고장의 의병들이 일본에 맞서 싸운 격전지였다. 기삼연, 김태원, 김율, 전해산, 양진여 등의 의병부대가 호연지기를 불태웠던 산이다. 농성광장에 세워진 김태원 장군의 동상도 어등산 쪽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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