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광주광역시 평생학습 수기공모전 대상 수상작
나를 날게 만드는 Fly 평생학습
누구나 인생이란 길을 걷다 보면 도움이 되는 디딤돌도 만나고 방해가 되는 걸림돌도 만나게 된다. 나는 인생의 후반을 장애인으로 살아가면서 장애는 그저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 현재 내가 앓고 있는
근육병은 루게릭과 같이 UN에서 지정한 5대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현재로서는 치료법이 없으며 물리치료와 호흡 재활만이 생명을 연장할 수 있는 질병이다.
대학교 때 발병되어 처음에는 자주 넘어지고 앉고 일어서는 게 고통이었지만 이런 불편함은 머지않아 나의 내부 장기까지 마비가 진행되어 폐렴과 감기 등으로 호흡부전과 심장이 약해지는 등의 합병증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될지도 몰라 난 늘 두려운 마음으로 산다. 그 마음은 무엇을 하든 내겐 늘 걸림돌이었고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없는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평생학습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고 디딤돌을 통해 새롭게 변화되었다. 단어를 거꾸로 읽으면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고 한다. 자살→살자, 역경→경력, 인연→연인, 내
힘들다→다들 힘내가 되는 것처럼 길과 길을 연결해주는‘육교’를 거꾸로 읽어보니 사람과 사람을 연결해주는 더 큰 의미의 ‘교육’이 되었다. 나는 평생학습(교육)을 통해 진정한 나를 찾게 되었고
꿈꾸는 사람들과 함께 행복한 동행을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에 천국을 향한 각기 다른 가치관을 가진 네 명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권상우, 최지우 주연의 “천국의 계단”이란 드라마가 있었다. 그때는 아무 생각 없이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다시 보라고 하면 못 볼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꿈꾸고 소망하는 천국엔 계단이 없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모든 시간이 나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과정임을
알기에 작은 불편함에도 설렘과 행복을 느끼며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 천국의 소망이 없다면 얼마나 허무할지를 알고 천국의 소망이 있기에 오늘도 힘을 내고 있다. 그런 나이기에 “천국의 계단”
드라마 제목이 주는 서운함은 여전히 크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우린 모두 하늘을 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인 사람이다.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공통점을 찾는다는 존이구동(尊異求同)의 마음으로 뭔가를
도전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왔다. 나는 우연히‘장애인 기업 종합 지원센터’에서 주관하는 장애인 맞춤형 교육「드론 자격증 취득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다.
드론 국가 자격증 취득하려면 먼저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실기시험을 위해 비행경력을 채워야 한다. 그래서 비가 오지 않는 날엔 추운 날씨를 뚫고 장애인콜택시를 타고 지정된 대학 캠퍼스 운동장에 가
드론을 열심히 날렸다. 필기시험은 시험장에 장애인 편의시설이 없다는 것 말고는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전동휠체어를 타고 드론 기체를 점검하고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 실기는 정말 힘들고
땀나는 일이었다. 그래도 드론이 시동을 걸고 땅에서 이륙하기만 하면 그 고생은 바로 사라지기 때문에 나는 그 맛에 인내하면서 즐겁게 했다. 무엇보다 드론이 날 때 휠체어를 탄 나의 연약함은
사라지고 눈부신 하늘을 바라보며 정해진 코스를 향해 전진하는 나의 열정만이 보여서 그런지 드론을 날리는 비행이 내겐 큰 기쁨과 충전의 시간이었다.
드론(Drone)=드림온(Dream+One). 나를 꿈꾸게 하는 친구다. 이 땅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은 하늘을 날 수 없는 연약한 존재이다. 그렇기에 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높고 높은
하늘에서 본다면 장애인, 비장애인으로 구분하는 자체가 사실 의미가 없고 누구나 차별 없이 누려야 할 행복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불혹의 나이를 넘어서며 나는 평생학습을 통해 다시 일어섰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으며 누군가에게 무엇이 되어 살아갈 미래의‘나’임을 알았다. 그래서 내 가는 길만이 아닌 누군가의 길을 비추는 삶을
살고 싶어 평생교육 실천을 위해 최선을 도구로 준비하고 있다. ‘bend over backwards’라는 영어표현은 어떻게든 열심히, 최대한 노력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정말로 얻고 싶은 것이 생겨
그것을 이뤄내기 위해 애쓰면 세상은 거꾸로 보인다는 의미가 있다. 육교라는 단어가 교육이라는 단어로 보이기 시작한 나 또한 평생학습을 통해 하루도 성장하지 않은 해를 보낸 적이 없고 계속
변화해왔다.
누구보다 장애인 교육을 사랑하기에 나와 같은 중증장애인의 어깨가 되어 주는 희망의 동반자들이 늘 함께하는 공간, Academy(어깨됨이) 평생교육원을 만들어 온갖 기회, 빛날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 속에서 벅찬 감격과 행복을 느끼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