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학습’… 강연과 공연이 만나다
제7회 광주평생학습박람회 렉처 콘서트, ESD 사례발표 눈길
"좋은 거 알면서도 맛없어서 안 먹게 될 때가 있죠? 클래식도 그렇습니다.
정신적으로 순수하고 건강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중들은 여전히 클래식이 어렵고 벽이 높습니다.
저는 악기를 재료로 써서 시민들에게 재편성·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동안 수많은 연주회를 했지만, 일상 속에서 눈높이를 맞추며
공연하는 것이 참 즐겁습니다.”
앉아서 듣기만 하는 주입식 콘서트는 가라. 지난 9월 24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광장 일원에서는 ‘스토리’가 결합된 ‘렉처 콘서트’(lecture concert: 해설이 있는 콘서트)가 열렸다. 렉처 콘서트는 광주광역시와 (재)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 원장 김이겸)이 이틀간 개최한 제7회 광주평생학습박람회 행사 중 하나였다.
이날 콘서트 첫 공연에 선 이현경 ㈜에꼴드뮤직 대표는 플룻 연주 중간중간 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프랑스와 러시아에서 공부하고 15년간 광주시립 교향악단 플루트 수석을 역임한 이현경 대표는 돌연 사표를 냈다. 이 대표만의 자유로운 음악을 해보고 싶어서였다. 정형화된 공연장을 벗어나니 모든 공간이 공연장이었다.
렉처콘서트에 온 시민들은 이 대표가 연주하는 이탈리아의 작곡가 비토리오 몬티(Vittorio Monti)의 차르다스(Czardas)뿐 아니라 클래식 재즈 버전의 동백아가씨를 들을 수 있었다.
여기에 이어 광주평생학습 동아리 공연도 진행되었다. 각각의 팀들이 준비한 공연 주제는 아래와 같다.
△아트에버그린
△무등난타-무조건 광주로 모이자
△맘마미녀-코스모스 자이브
△광주동구시니어모델 - 나도 시니어 모델이다
△사)코리아문화재단 - 빛고을 아리랑 퍼포먼스
△아름드리 (놀이패만월)-풍물놀이
△가람휘플오카-오카리나로 떠나는 여행길
△철부지밴드-신아리랑 퍼포먼스
△해금 합주단 이현 -서정과 사랑
△푸른길 앙상블 -푸른길 앙상블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세대와 장르를 초월한 동아리 공연은 시민들의 흥을 돋웠다. 총 11개의 팀은 저마다의 재량을 뽐내며 ‘평생학습’의 가치를 선사했다. 행사는 실시간 유튜브 방송으로도 병행해 개최됐다.
광주광역시 평생학습 동아리 공연팀의 흥겨운 무대를 뒤로하고, ESD 사례발표가 이어졌다. 진흥원은 광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함께 ‘지속가능발전교육(ESD)’을 진행하고 있다. 그 일환 중 하나가 ‘지구인의 북살롱’이다. 인권, 노동, 환경, 의료, 교육, 제도 등 총 7회로 기획된 프로그램으로 우리 지역의 다문화‧이주민 의제를 함께 학습하고 있다. 앞으로 남은 북살롱은 7강(10.21) 종합으로, 지구인의 쿡&토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첫 번째 발표를 맡은 류애솔 씨는 지속가능교육박람회 참여를 계기로 기후위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경험을 전했다. 류 씨는 ‘기다림(기후위기 다함께 극복해야 할 임무의 줄임말)’이라는 지속가능발전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후 류 씨는 깊은 독서(『탄소 사회의 종말』,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이어 전남대 디아스포라 협동과정 박사과정(수료)을 밟고 있는 이네스 씨를 소개받아 프로젝트도 협업으로 진행했다.
단순히 기후위기와 이주민에 대한 공부에 그치지 않고 블로그 기사 게시, 온라인 상영회 개최 등으로 시민의 관심을 촉구해왔다. 뿐만아니라 이주여성과의 차담회를 진행해 ‘기다림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이주여성들이 실질적으로 겪는 어려움을 들었다. 류씨는 마지막으로 사회적 기업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를 소개하며 “우리도 어디선가는 이주민이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무
- 이주여성이 한국에 와서 안정적으로 일하며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창업 및 취업 역량 강화교육을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교육사업, 다문화 인식개선 사업, 다문화 상품 개발 및 판매 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광주광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지속가능발전교육을 담당하는 오진희 팀장의 두 번째 발표가 이어졌다.
자연과 공존하며 현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입니다.”
오 팀장은 친숙하면서도 낯선 ‘지속가능발전’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며 평생학습과의 연결점을 제시했다. 모든 영역에서 ‘대전환’이 필요한 시기인 만큼 핵심동력으로서 교육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보급형 지속가능발전교육 프로그램 ‘내 삶을 바꾸는 챌린지’를 소개했다. ‘내 삶을 바꾸는 챌린지’는 3~4인이 팀을 이뤄 독서를 통해 기후위기 등 지구적 문제를 학습하고, 우리 지역에서 할 수 있는 활동을 찾아 실천하는 지속가능발전교육 프로젝트다. 평생교육 차원에서 지속가능발전교육을 시민에게 알리는 취지로 시작된 이 챌린지는 심사를 거쳐 선발한 20개 팀이 참여했다.
지난해 ‘내 삶을 바꾸는 챌린지’가 운영됐다면 올해는 ‘지구인의 북살롱’이 성황리에 운영 중이다. ‘지구인의 북살롱’은 지역 내 이주민, 다문화 인구 증가에 따라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총 7회로 기획된 시민보급형 지속가능발전교육(ESD) 프로그램이다.
오 팀장은 “모든 답은 현장에 있다. 평생학습 차원에서의 지역사회 의제 해결을 위해 현장을 살피고 지원하는 역할이 중요하다”라며 지역사회와의 연대를 강조하는 메시지를 남기며 발표를 마쳤다.
평생교육 선도도시 광주답게 많은 시민들이 박람회 현장을 찾았다. 평생학습이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인 만큼, 진흥원이 평생교육 정책허브 기관답게 지역사회 평생교육 진흥과 확산을 위해 더욱 도약하기를 기대해본다.
- 이소영
- 제6기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