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박 깜박 전등

작가명 최일순

해가지니 안방불을 켜고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숙제를 한다

머리 위에 전등이 나처럼 늙었는지 깜박깜박
내 머리도 늙어서 금방 배운 글자도 깜박깜박

답답한 마음에 책을 덮고 침대에 누워
나처럼 늙은 전등을 바라본다
사람이나 물건이나 고장나니 슬프구나

며칠 뒤 사위가 전등을 다시 달아줬다
밝으니 기분도 좋아진다
내 머리도 전등처럼 젊은 머리로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

밝은 전등 밑에서 다시 숙제를 한다
오늘따라 글자가 머릿속에 쏙쏙들어온다

도망가지 말아라 한글아
난 오늘도 광주송정도서관으로 달려간다

배움의 끈

작가명 강귀례

캄캄한 무지의 터널 속에 비친
한 줄기 배움이 끈
어른 어른 두려움에 눈이 부셔

갈까 말까 갈까 말까
휘청대는 마음을
간신히 각오 다져
하루하루 쌓아가니

지식의 세상 속으로
젖어드는 내 모습
자신감 채워지는
달라지는 내 세상

아는 체 속였던
어두운 나를 벗고
이제는 당당하게 어깨를 편다

생에 끝나는 날까지
함께 가는

배움의 끈은
내 생명의 끈이다

성장 = 꿈

작가명 최숙인

문해를 배우기 전
나는
유치원생
글자만 보면
왜이리 잠이 오는지...
엄마의 자장가를 들은 것처럼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자는 숲속의 공주

문해를 배우면서
나는
어느덧 초등학생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사회성도 기르고
한글공부를 하면서
가깝고도 멀게만 느껴졌던
글자와 친해지게 되고
점차점차 책 껌딱지가 되어가네

문해를 배운 후
나는
꿈이 있는 중학생
나의 꿈은
문해를 열심히 배워서
이 다음에 딸이
“엄마 이 뜻이 뭐예요?”라고
질문을 했을 때
시원하게 답변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