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암은 우리나라에서 매해 1,500여 명이 발생하고 있으며, 전남지역 경우 연간 60~80명가량의 환아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소아암을 치료받은 환아의 수는 2011년 10,518명에서 2014년 16,332명으로 점점 증가 추세인데요, 생존율 증가에 따라 소아암을 경험한 인구는 해마다 늘어나 현재 25,000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소아암은 종류에 따라 치료 기간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치료가 끝난 후 3~5년 정도 추적관찰을 했을 때 재발이 되지 않으면 완치되었다고 판정한다고 합니다. 1980년대만 해도 소아암에 걸리면 모두 죽는다고만 생각했는데요, 슬픈 영화나 드라마의 속 백혈병 환자는 늘 세상을 뜨는 게 마지막이었지요. 하지만, 이제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닙니다. 항암, 방사선, 수술 및 조혈모세포 이식술을 비롯해 NGS 검사로 이에 따른 표적치료제의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소아암 치료의 어려움과 긴 치료 기간은 가족들도 힘들게 만들지요. 소아암은 성인암보다 완치율이 높지만 이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성인보다 2~3배 강한 고용량 항암, 방사선치료, 이식수술 등의 집중 치료가 최소 1년 이상 실시되며, 치료 기간 면역 저하, 체력부진, 이식수술로 인한 각종 숙주 반응 등의 후유증상과 합병증 동반되는 어려움이 함께합니다. 특히, 성인과 비교하면 치료 기간이 길어 치료 종결까지 5년의 지속적인 검진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아이들이 이를 잘 참고 견뎌준다면 고맙겠지만 24시간 환아를 돌봐야 하는 가족들의 고통을 너무나도 큽니다. 게다가 우리 사회에 소아암 아동에 대한 사회적 돌봄 및 관련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 백혈병소아암 환아 돌봄 활동가 양성과정 운영 현장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는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의 ‘2022년 평생학습형 일자리 연계교육 지원사업’ 일환으로 <백혈병소아암 환아 돌봄 활동가 양성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는 2009년 설립 이후 광주와 전남지역 소아암 환우와 가족을 위해 경제적 지원, 의료지원, 교육 지원, 문화 정서 지원, 완치자지원 등의 다각적 사업을 펼치고 있는 곳인데요, 소아암 환아 가족과 함께하는 우리 지역 대표 단체이기도 합니다.
이번 <백혈병소아암 환아 돌봄 활동가>는 소아암 아동의 의료적 생존이 사회 적응과 회복으로 이어줄 징검다리가 필요한 시기 교육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과정입니다. 백혈병소아암 환아 돌봄 인력을 양성하고, 활동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우리 지역의 소아암 아동에 대한 촘촘한 돌봄 네트워크와 전담 전문인력이 양성된다면 환아 가족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겠지요.
소아암은 진단 시기, 병종, 치료 방법 등에 따라 미치는 영향이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집중치료기간 동안 성장과 발달이 저해되며 낮은 체력과 면역력 저하, 재발 등의 불안으로 외부활동을 유지하기 어려워 꾸준한 케어가 필요합니다. 이들은 면역력 저하로 인한 추가 감염의 문제부터 신체적, 정서적 후유장해, 또래 관계 및 사회 적응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 교육이 운영되는 광주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전경
백혈병소아암 환아 돌봄 활동가 교육은 지난 4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총 11회, 21시간 동안 광주교육대학교부설초등학교 ‘꿈+관시 청각실’에서 매주 화요일 진행되었습니다. 마지막 수업이 진행된 6월 28일 오전 10시 교대부설초등학교를 찾았습니다. 당일은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이사장이신 최영준 박사의 ‘소아암 돌봄 활동가의 사명 의식’에 대한 강의가 있었는데요, 실제 소아암 환자 가족들과 함께하며 나누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려주어 그들이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광주전남지회 정은하 간사는 ‘소아암 돌봄 활동의 실제’와 돌봄 활동일지 작성 방법 등 구체적인 활동계획을 설명하며, 교육생들이 앞으로 어떻게 활동해야 하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이번 교육은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경력단절 여성을 대상으로 수강생을 모집했습니다. 마지막 시간임에도 열기가 대단했는데요, 그동안 이들은 매시간 전문 강사의 강의를 통해 소아암 돌봄 활동가로서 갖추어야 할 전문성을 익혔습니다. 소아암의 이해, 소아암 아동 청소년의 이해, 소아암 지원체계 및 환경 이해, 소아암 아동 돌봄 현장의 이슈들, 소아암 아동과 가족의 상담 실제, 당사자의 소아암 환아 생활 관리 및 영양 관리 등을 학습하며 환아들에게 한 발짝 다가서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번 양성과정은 80% 이상 출석자에 한해 수료증 발급되며, 수료자에 한하여 돌봄 참여 기회가 부여됩니다. 양성된 소아암 돌봄 활동가는 실습과 본 활동에 투입돼 실질적인 현장 적응력을 기른 뒤 이론과 실전의 역량을 겸비한 전문인력으로 활동하게 되는데요, 이에 대한 최종 성과로 돌봄을 받은 가정에서의 만족도를 평가하여 활동가의 효과성을 검증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소아암 아동에 대한 지원은 주로 치료비 등 의료적 지원에 집중됐습니다. 소아암 등 3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학령기 아동은 건강 장애 아동으로 선정되어 병원학교나 사이버 학교를 이용하게 되어 있으나, 병원학교는 입원 치료를 하는 경우 외에는 접근성 낮아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게다가 소아암 아동을 위한 지역사회 돌봄 활동은 전국적으로 빈약하며 교육복지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어 전문적인 환아 돌봄이 필요한 시점이었습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연간보고서(2018)에 의하면, ‘돌봄 파견 사업을 통해 환아의 보호자가 아이 걱정 없이 잠시나마 쉴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였고, 집과 병원만 오가는 소아암 아이들도 사회·심리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다. 돌봄 파견 사업의 만족도는 5점 만점 중 4.9점으로 매우 높았고, 돌봄 활동가 파견 사업이 계속 필요하다‘고 보고 되고 있습니다. 돌봄파견사업으로 인해 부모의 자녀 양육 스트레스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광주전남지회에서도 백혈병소아암 가족으로부터 지속해서 양질의 돌봄 서비스 지원 요청을 받고 있으나 광주지역은 ‘소아암 돌봄 활동가’ 양성을 체계적으로 진행한 바가 없어 늘 안타까웠다고 합니다.
백혈병소아암 환아 돌봄 활동가 양성과정 수료생인 40대 주부는 “처음에는 내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고민하며 수강신청을 했는데, 3달간 강의를 듣다 보니 우리가 투병기간 동안 백혈병소아암
가족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너무 많다는 걸 알았다. 앞으로 더 값진 일을 하며 살고 싶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의 평생학습형 일자리 연계사업을 통해 모두의 바람처럼 양질의 ‘소아암 돌봄 활동가’가 지속적으로 양성돼 환아 돌봄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교육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되기를 희망해봅니다.
- 박현숙
- 제6기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