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짚고 넘어가자. 분명한 건, 기술도 알아야 활용할 줄 안다는 것이다. 식상한 얘기지만 ‘공부’가 필요한 이유다. 연령과 나이에 상관없이 말이다. 나이가 들어도 신기술에 잠식당하지 않고 공부하고, 패러다임을 인정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라떼 이즈 홀스 (나 때는 말이야, '꼰대를 지칭하는 표현)’라는 말을 들을 가능성이 낮아지는 건 덤 아닐까.
수강생들이 수업을 듣고 만든 GIF
이날 수업 과정명은 디지털 세상에서 멋쟁이가 되기 위한 디지털 소통. (사)디지털리터러시교육협회 소속 신혜진 강사가 <나만의 이모티콘 제작 및 공유하는 법> 수업을 두 시간가량 이어갔다. (재)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하 진흥원)이 운영하는 시니어대학은 시니어들의 올바른 디지털 도구 활용과 디지털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시니어 대학 프로그램 중 첫 강좌로 마련된 7월 ‘디지털 소통’ 프로그램은 디지털 세상에서 멋쟁이가 되기 위한 과정으로, 학습자들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나만의 이모티콘과 움짤(움직이는 짧은 사진·동영상)을 만들어보고 비폭력대화(NVC)와 세대공감, 건강한 커뮤니케이션 방법 등을 학습했다.
신혜진 강사는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의 배경을 설명하며, 심리학자 앨버트 머레이비언이 저서 ‘침묵의 메시지(Silent Messages)’를 예로 들었다. 앨버트는 말보다는 목소리가, 목소리보다는 몸짓이 호감을 결정한다고 주장했다.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나 호감을 결정하는데 목소리가 38%, 몸짓(보디랭귀지)이 55%의 영향을 미치는 반면 말하는 내용은 7%밖에 되지 않는다는 게 이른바 ‘머레이비언 법칙’이다.
수업 모습
본격적인 실습 시간, 수강생들은 모지팝(Mojipop)앱에서 아바타를 만들었다. 모지팝은 휴대전화로 얼굴 사진을 찍으면 인공지능이 캐리커처로 만들어준다. 옷과 배경 등 다양한 이미지가 무료로 제공된다. 자신의 얼굴을 캐리커처로 만든 뒤 적절한 배경과 옷차림을 활용할 수 있어서 TPO(Time(시간), Place(장소), Occasion(상황))에 맞는 ‘자기표현’이 다양하다는 점이 장점이다.
수강생들은 실시간 줌으로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다운로드를 못 받겠어요.”, “갤러리에 저장해서 업로드 하면 될까요?”, “선생님 다시 한 번만 설명해주세요.” 이들은 서툴러도 자신만의 속도로 저마다의 캐릭터를 완성, 온라인 협업플랫폼 ‘패들렛(padlet)’에 올렸다.
다음으로 신혜진 강사는 포토피아(Photopea)라는 웹 앱을 소개했다. “포토피아는 포토샵에 못지않아요. 포토피아의 기능은 웹 앱치고는 매우 훌륭하고 무료랍니다.” 신 강사는 포토피아에서 움짤 (GIF)애니메이션을 만들어냈다. “나 아이돌 데뷔한다!”라는 말풍선에 춤을 추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움직였다. “자신의 얼굴로 언어를 표현할 수 있으니, 온라인상 자기표현이 더 확실해지겠죠?”
“기술은 배우면 됩니다. 자꾸 알려고 노력하면 그것부터 출발점이 됩니다.” 신혜진 강사는 생산적인 방향으로 디지털 사용 경험을 확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한편, 진흥원은 7월에 운영된 <광주 디지털리터러시 시니어 대학> ‘디지털 소통’과정에 이어 ▲8월 ‘디지털 명작 감상’과 ▲9월 ‘디지털 창작’ 교육과정을 운영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방지 등을 위해 온라인 화상교육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김윤이
CDL 이사, 주 강사
신혜진
CDL 수석 연구원, 보조강사
광주 시민대학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이번 시니어 대학은 광주 시니어들의 올바른 디지털 도구 활용과 디지털 창작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프로그램입니다. 강의를 직접 해보니, 실제 시니어분들의 디지털 격차가 느껴졌나요?
교육에 참여하시는 시니어분들의 평균 연령이 60대입니다.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하죠. 디지털을 많이 알고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교육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런 분들 사이에도 디지털 격차는 많이 느껴집니다.
매 수업마다 내용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 강의가 진행되나요?
주제가 ‘디지털 세상에서 멋쟁이가 되기 위한 디지털 소통’입니다. 소통은 서로를 배려하며 의사를 주고받는 것입니다. 디지털 세상에서의 올바른 소통을 하는 멋쟁이가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도구만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예의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보람찼거나 기억에 남는 강의와 수강생분이 있을까요?
모든 강의가 기억에 남지만, 인터넷 세상에서 표현의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강의와, 공감에서 시작하는 대화법으로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을 해보고자 했던 강의가 기억에 남습니다. 교육생분들의 의견을 많이 보여주시고, 생각을 많이 드러내는 강의가 무엇보다 좋은 강의라고 생각됩니다. 그만큼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아르바이트생이나 자녀와의 대화를 공개하시며 세대 간의 의견차이나 시각의 차이를 보여주셨던 수강생과 많은 질문으로 끝까지 실습 결과물을 완성하셨던 수강생이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수업 끝난 후 ‘사랑합니다~’ 하며 머리 위로 큰 하트를 그려주셨던 수강생이 계셨어요. 감사한 마음에 오랫동안 기억될 것 같습니다.
디지털리터러시 수업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적성이나 조언이 있을까요?
시니어분들은 디지털이라는 말만 들으면 ‘어려워, 나는 할 수 없어’라며 미리 포기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은 배우려는 마음만 있다면 누구나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디지털 도구에 대한 사용법은 인터넷을 통해 얼마든지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대해서 알려주는 곳은 없습니다.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을 통해서 디지털을 건강하게 잘 활용하는 방법을 배우셔서 디지털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시길 바랍니다.
디지털 세상 흐름에 퇴보하지 않기 위해선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백세시대라고 합니다. 인공지능의 발전으로 다양한 곳에서 디지털이 많이 활용될 텐데요. 이런 세상에서 잘 살기 위해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합니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시니어분들을 위한 다양한 디지털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디지털 세상 속으로 한 걸음 다가가다 보면 디지털 세상에서 나의 삶의 질이 높아짐을 확인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이소영
- 제5기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