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가 추구하는 가치가 자율과 자치, 배려와 섬김, 민주성과 공동체 정신 등이라 할 수 있다. 지방자치 부활 후 30년이 지났건만 여전히 자치가 아닌 반관치 내지는 관치적 행태들이 나타난다. 주민들의 낮은 자치 의식도 문제지만 불공정하고 위법적인 행동으로 자치 발전을 저해하는 몇몇 지도자들의 낡은 의식과 행태로 인해 자치 발전이 저해되기도 한다. 품격있는 지방자치가 중요한 이유이다.

자치는 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권리 위에서 잠자는 자는 결코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 시민이 주인으로서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깨어있는 시민이 조직화할 때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거창하게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마을에서 필요한 일을 주민들이 모여서 함께 꿈을 꾸고, 비전을 실천할 마을 의제를 서로 의논해서 정하고, 마을계획을 세우고 마을총회를 통해 마음을 모아 실천해가는 것이 주민자치이다. 주민자치가 뿌리내리고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주민자치회 등 제도적으로 지원 장치가 갖춰지고, 재정적으로도 주민세 환급과 주민참여예산 등으로 뒷받침되더라도 그것은 필요조건에 불과하다. 결국, 일은 사람이 한다. 마을주민이 마을에 애정과 관심을 두고 관 의존적인 의식과 행태를 바꿔야 한다.

사람의 의식과 행태가 바뀌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서 가능하다. 교육은 사람을 변화시키고 새로운 지역사회와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낸다. 민주주의는 민주시민을 통해 구현된다. 학교 교육과 사회교육이 비판적 사고능력으로 다져진 민주시민을 양성한다. 독일의 경우 연방과 주 정치교육청이 독일 전체 시민들을 대상으로 민주시민 교육을 기획하고 재정지원을 한다. 민주시민이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고,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광의의 민주시민 교육은 정치사회화를 말하며, 민주시민 교육은 장기적 안목에서, 평생교육 차원에서, 학교 안과 밖에서 함께 이루어진다. 협의의 민주시민 교육은 시민이 정치·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민주시민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갖추기 위한 목표지향적인 교육적 조치를 말할 것이다.

주민자치 시민대학과 관련하여 장기적으로는 민주시민교육 프로그램 수요조사가 이뤄지면 좋겠다. 단기적으로는 시민대학 수강생 모집과 홍보에 어려움이 있어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 프로그램 차원에서는 수강생들에게 감동을 전달할 수 있게 정성을 다하고, 교육 참여자 간의 활발한 관계 맺기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 모쪼록 민주시민 역량을 길러 생활 민주주의 훈련장인 주민자치 현장에서 살맛 나는 마을공동체가 이뤄지기를 고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