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의 학습 Ⅱ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사업' ‘인형(人形)의 꿈’, 날개를 달고 세상 속으로! 박현숙 | 제5기 웹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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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하람장애인주간보호센터
매주 목요일 오후 2시! 직장인들에게는 가장 나른한 시간대지만 광주하람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들어선 지적장애인들에게는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입니다. 4층을 향해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속에서 설렘으로 가득한 학습자들의 모습이 엿보입니다. 작은 인형 만들기 하나가 이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줄 수 있을까요?
「인형의 꿈, 날개를 달고 세상 속으로!」 강의실 전경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사업' 공모로 선정된 <인형의 꿈, 날개를 달고 세상 속으로>라는 교육프로그램은 지난 5월 6일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첫 차시는 간단한 설명과 함께 ‘나비인형 만들기’로 시작했습니다. 학습자들은 처음 만들어보는 양말인형을 신기해하면서도 보조교사의 도움으로 머리, 몸통, 날개연결박음질, 솜 넣기까지 열심히 따라하더니 드디어 그럴싸한 나비하나를 완성해 냈습니다. 학습자들이 한 땀 한 땀 만들어낸 세상에 하나뿐인 나비인형은 이들의 손 안에서 훨훨 나비가 되어 강의실을 날아갑니다.
완성된 양말인형 작품(왼쪽부터 나비, 개미, 무당벌레)
이렇게 시작된 양말인형 만들기는 나비, 개미, 무당벌레에 이어 벌써 오늘 4번째 시간을 맞이했습니다. 지적장애인, 자폐성 장애인까지 발달장애인 16명이 자리한 양말인형 만들기 강의실에는 매 시간 진지함이 가득합니다. 이번 시간에는 ‘개구리인형 만들기’에 도전합니다. 발달장애인 혼자 무언가를 만든다는 게 쉬운 일만은 아니지만 개구리 머리, 몸통 만들기부터 바느질까지 척척해내는 걸보니 대견함이 느껴집니다. 약간의 도움만 받고도 완성에 이르는 모습이 놀랍습니다. 이번 개구리 인형도 난이도가 다소 높은 편이라 다음시간에 단추 눈 귀 달기까지 연결하면 멋진 개구리인형이 완성됩니다.

양말인형을 만드는 모습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사업'으로 시작된 발달장애인 양말공예 프로그램은 총32명이 함께합니다. 구체적으로 A그룹 16명(사랑모아주간보호센터) B그룹16명(하람장애인주간보호센터)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룹당 12회기 프로그램 (양말인형제작 7회+동화구연 및 역할극 5회)이 진행되고 있으며, 각 기관 지적장애인들은 주1회 프로그램에 지속적으로 참여 중입니다.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상 2-3명당 지원 인력 1명이 투입해야하며 손이 많이 가는 이동이지만 지원강사가 함께하니 완성도 높은 양말인형이 매주 탄생합니다. 직접 만든 인형을 통한 완성작품을 만들고 프로그램 후반부에는 동화구연과 역할극까지 참여하며 그들의 마음을 담아낼 예정입니다.
양말인형을 만드는 모습
장애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위해 (사)광주장애인인권센터에서는 장애 인권 동화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면서 발달 장애인들과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던 중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는 ‘양말인형’이라는 소재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회의를 거쳐 발달장애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고 참여기관의 의견을 수렴한 뒤 양말인형제작 아이디어가 선정되었습니다. 또 한 번 주제선정 회의를 통해 동물, 곤충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오는 9월까지 총 24회 48시간동안 진행됩니다. 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이 직접 완성한 양말인형 작품들은 오는 8월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주관으로 개최되는 ‘평생학습주간’ 행사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이번 장애인 지원사업 프로그램은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광산구와 서구의 대표 장애시설인 주간보호인사랑모아주간보호센터, 하람장애인주간보호센터 장애인들이 함께합니다. 두 기관이 보유한 시설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실’로 활용하고 있어 편하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참고로, ‘찾아가는 프로그램’은 강사가 주간보호센터 2개소를 방문하여 자체 내 프로그램실에서 주 1회 2시간씩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센터 담당교사 4-5명이 지원인력으로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동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의 특성을 감안해 마련된 ‘찾아가는 프로그램’은 향후 발달장애인대상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습니다.
「인형의 꿈, 날개를 달고 세상 속으로!」 운영 현장
(사)광주장애인인권센터 김정심 사무국장은 “지적장애인들은 만18세까지 이용할 수 있는 발달재활바우처가 끝나면 성인이 되는 연령부터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거의 없다. 그나마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개인부담금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실제 평생교육 프로그램 참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현실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어서 “앞으로도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참여형 교육프로그램을 구성해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이번 장애인 지원사업을 통해 지적장애인들은 양말인형 제작 공예기술을 습득하고 완성작품으로 동화구연 및 역할극을 해봄으로써 자기계발의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2017년에 진행된 ‘장애인 평생학습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참여경험이 매우 부족하며 참여경험이 없다는 응답비율이 98.5%를 차지했습니다.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장애인 학습자들 중에서도 지적장애인과 자폐성장애인의 경우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각각 41.0%와 44.4%를 차지했습니다. 2020년 10월 기준 광주광역시에 거주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은 7,965명(지적장애인 7,079명, 자폐성장애인 886명)으로, 장애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에 해당합니다. 발달장애는 다른 장애유형에 비하여 장애도가 높다는 장애 특성상 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많지가 않은 현실입니다.

양말인형 작품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장애인평생교육프로그램은 타인과 소통하기 어려운 발달장애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한 수업으로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직접 인형제작에 참여함으로써 프로그램에 대한 참여도를 높였습니다. 또한, 그룹활동 경험이 있는 주간보호센터 2개소를 대상으로 한 그룹별 수업으로 진행했으며, 발달장애인 2-3명당 1인 지원인력을 투입해 집중도를 높였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발달장애인 모두가 만족하는 수업을 위해 모두가 노력한 결과입니다.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장애인 평생교육지원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발달장애인들은 지금 한 발짝 사회와 소통중입니다. 이동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들의 바람처럼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발달장애인대상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현숙
제5기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