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의 학습 Ⅰ 바리스타 도전!우리들의 꿈을 로스팅 해요! 이소영 | 제5기 웹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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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광산구 첨단 더국제직업전문학교에서 만난 웬지에 씨는 에스프레소 2샷을 순식간에 추출해 커피 한 잔을 만들어냈다.

한국에서 대학, 대학원을 나와 무역 분야를 공부했다는 웬지에 씨는 ‘바리스타(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로 꿈을 재설정했다. 웬지에 씨의 표정엔 불안감이 아닌 설렘이 가득했다. “광산구 다문화 밴드에서 커피 과정을 보고 신청했어요. 너무 잘 한 선택입니다. 정말 재미있게 배우고 있어요.”

‘레츠 기릿’ 발달장애인 힙합교실

웬지에 씨를 비롯한 광산구 결혼이주여성 10여 명은 지난 5월부터 ‘광산구 이주여성 바리스타 2급 과정’ 수업을 듣고 있다. 두 달 여간 매주 이틀, 3시간씩 종횡무진하고 있다.

(재)광주평생교육진흥원의 2021년 교육 사각지대 평생학습 지원 사업 덕분이다. 이번 사업은 광산구 거주 이주여성들의 평생학습 접근성을 제고하고 사회경제활동 연계를 위해 개설, 추진됐다. 각종 교육비가 무료다. 광산구는 다문화 여성, 학교밖청소년, 경력단절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한 ‘정리수납, 바리스타, 반려동물 관리사’ 등의 자격증 과정을 운영한다.
바리스타 수강생이 5분 준비과정 시연 연습을 하고 있다.
이날 바리스타 수업은 5분 준비과정 연습을 주로 했다. 바리스타 2급 전체 과정은 준비과정(5분)과 시연 과정(10분) 이 동시에 진행된다. 준비과정에는 린넨과 행주 세팅, 에스프레소 기기의 문제점 있는지 체크, 잔 데우기, 추출, 그라인더 주변 정리 등이 있다. “지금부터 5분 준비 과정을 시작하겠습니다!” 방송에 따라 이주여성들은 잔을 예열하는 등 커피머신을 능숙하게 다뤘다. 고3 수험생 마냥 집중도도 높았다. 손 떨림은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에스프레소가 추출되면 옹기종이 모여 커피 품평회를 하듯 맛과 향을 음미했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했다.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필리핀, 태국 등 각기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커피가 매개체가 된 듯했다.

“날씨가 습하면 원두가 습기를 머금어서 추출이 천천히 됩니다. 따뜻하게 투 샷으로 진하게 뽑아볼까요?” 결혼이주여성들의 바리스타 교육을 맡고 있는 강사 신승아 씨가 “벌써 전문 바리스타가 된 것 같다. 잘했어요”라며 칭찬을 하자 이주여성들의 얼굴엔 웃음이 번졌다.

(왼쪽부터) 림림, 웬지에 씨

아직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진 않았지만, 상상은 자유 아니겠는가. 웬지에 씨와 림림 씨는 벌써 카페 이름까지 정했다고 했다.

“행복카페로 하고 싶어요. 간판은 하얗게.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면 좋겠어요. 구움 과자 같은 디저트도 만들어 내놓고요.” 캄보디아에서 온 안소영 씨와 한수빈 씨는 아이들이 최고의 지지자라고 웃어 보였다. 모두가 커피 한 잔에 자신의 꿈을 로스팅 하는 듯했다.

“선생님의 열정적인 지도로 하루하루 배워가며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아이들이 엄마 카페 사장님 되는 거냐고, 엄마 멋지다고 할 때 희망이 생겨요.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기술도 익혀서 아이들을 잘 키우고 싶어요.”

신승아 강사는 “처음에 소통이 제일 걱정됐었는데 서로가 서로를 응원해 주는 분위기라 걱정은 사라졌다"라며 “선생님들께 ‘다른 나라에도 이런 바리스타 교육이 많냐’고 물었더니 ‘별로 없고 있어도 가격이 비싸다’고 하셨다. 이렇게 사업 지원을 받으며 진행할 수 있으니 저 스스로도 뿌듯하다"라고 했다.

2021년 교육 사각지대 평생학습으로 바리스타 2급 과정 수업을 듣는 광산구 결혼이주여성

한편,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은 5개 자치구 대상으로 2021년 교육 사각지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 있어서도 사각지대를 없애고 인프라를 보다 촘촘히 한다는 게 진흥원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광주 동구는 ‘집 안의 강의실! 꾸러미 풀고, 배움 열고’라는 제목으로 교육 소외계층 약 90명에게 꾸러미(키트)를 배포하여 비대면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서구는 청각장애인 대상 ‘정리수납의 달인’, 다문화 가족 대상 ‘온라인으로 떠나는 세계 문화여행'’, 저학력 성인 및 고령자 대상 ‘반려 식물 키우기’ 등의 과정을 진행한다. 남구는 독거노인 대상 ‘스마트 실버’, 다문화 결혼 이주여성 대상 ‘실버요리 지도사 양성과정’, 학교밖청소년 대상 ‘쇼콜라티에 자격 과정’ 등을 계획하고 있다. 북구는 경력단절 여성 등을 대상으로 ‘이웃에게 주는 레시피’, ‘발달장애인 인지 기능 향상 음악교육’ 등 총 5개 프로그램을 제공할 예정이다.

모든 교육 프로그램은 무료로 4월부터 11월까지 연간 실시되며, 자치구별 교육과정 및 모집 대상, 차시별 일정 등은 각 자치구 홈페이지나 대표번호(동구 062-608-2631, 서구 350-4972, 남구 607-2433, 북구 410-8455, 광산구 960-8284)로 문의하면 된다.
이소영
제5기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