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의 기록Ⅱ 성인문해교육 디지털 시화전 박순연, 신문식 | 제5기 웹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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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금남로4가역과 농성역에서는 ‘성인문해교육 디지털 시화전’이 개최됐다. 이번 시화전은 광주평생교육진흥원과 광주도시철도공사의 첫 협업사업으로, 도시철도 개통 17주년을 맞이하여 마련된 기념주간 행사 중 ‘세대 공감 프로젝트’ 일환으로 진행됐다.

‘성인문해교육 디지털 시화전’은 진흥원의 성인문해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글공부를 통해 손수 제작한 시화작품을 디지털로 재구성한 전시로, 역사에 방문한 시민들이 시화를 감상하면서 세대 간 배움과 열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하여 마련됐다.

이번 시화작품은 지난해 진흥원에서 개최한 성인문해교육 시화전 입상 작품으로, 비문해 학습자가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에 따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민에게 위로와 응원을 보내고자 제작한 작품을 진흥원에서 양성한 디지털 코치단을 통해 디지털 영상으로 재해석해 그 의미를 더했다.

여러 세월을 거쳐 글공부를 시작하기까지의 다사다난함이 오롯이 담겨있는 디지털 시화작품을 바라보며 느낀 감상을 진솔하게 전해보고자 한다.

차지아
우리 전통 교육의 기본에 깔린 순수함이 배어있었습니다. 밥상머리 교육에서나 학교 교육에서 가장 많이 쓰는 말이 ‘마음이 고와야재’입니다.

코로나-19 정국도 이 할머니들에겐 가난만큼이나 원수가 된 것 같습니다. 앞길을 막아버렸으니 황혼에 재미 붙여 배움 길을 나설 복마저 끊어버린 코로나-19가 얼마나 원망스러울까요?

그러나 비가 와도, 눈이 와도, 바람이 불어도 지지 않는 배움에 대한 열정과 삶의 투지가 인상 깊습니다. ‘친구들과 꿋꿋하게 이겨나갈 것이다’ 공동체 의식이 나타난 마지막 대목이 매우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박현순
과거 여성들의 배움줄은 약하고 가느다란, 바람 앞의 등불이었습니다.

72세의 나이에 장하십니다. 배움의 등불을 찾아 불나방처럼 뛰어든 용기에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나도 감정이 벅차올라 어깨가 들썩여집니다. 할머니의 목메는 배움에 대한 한! 장하십니다. 눈물이 나오면 흘리십시오. 장하십니다. 응원합니다.
전옥금
공부는 마음을 갈고닦는 심신 수련입니다. 머리에 녹이 슬었다고 하신 말씀에서 나는 그렇습니다. 쓰던 기계도 멈추면 기름을 쳐줘야 합니다. 인생 공부에 대한 모든 것을 깨우친 분이십니다.

옛말에 <수신제가(修身齊家)>라고 몸을 닦고 가정을 다스린다는 말이 있습니다. 수양을 쌓기 위해서 글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책을 읽었답니다. 이제 부지런히 다독다서(多讀多書)와 복습, 그리고 예습으로 연마하여 깨우치면서 인생의 모든 공부를 다 해버린 할머니십니다.

코로나-19 터널만 지나면 밝은 세상이 전옥금 할머니에게 밝은 세상이 다가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힘차게 박수를 보내며 응원합니다.
김옥기
몸이 천근만근 무겁고 아파도 자연 속에 말없이 성장하는 나무를 바라보면서 참아온 김옥기 할머니의 삶을 짐작해봅니다. 남편을 위해서 자식들을 위해서 참고 인내하며 살아온 풍경이 훤하게 보이는 듯합니다.

그 꿋꿋하고 강인함은 한국 여인의 끈질긴 의지요, 한국을 가난에서 이끌어낸 것은 어머니 사랑의 힘, 자체입니다. 배가 고파도 물 한 바가지 남몰래 꿀떡꿀떡 마시고 나는 배부르다며 자식들 밥 먹인 이 나라 어머니!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습을 보지 않아도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사랑합니다.
정순희
불은 온갖 쓰레기를 태워버리지요. 온갖 일을 해올 수 있었던 것은 불씨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 나이 들어 의욕도 떨어지고, 몸이 아파 함께할 즐거움의 낙이 없어져 불씨가 사그라진다고 자연스레 생각했을 것입니다.

간절하게 기다리면 기다리고 기대했던 것이 살며시 찾아옵니다. 자식의 글공부 권유가 온 것입니다. 자식의 글공부 권유로 꺼지려던 불씨가 살아났습니다. 이제 땔감을 많이 쌓아 저장해서 불씨가 꺼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배우고 익혀 이 세상 어둠에서 고단하게 사시는 어른들에게 LED 등불이 되어서 광명의 세상을 밝혀주십시오. 어둠의 세상에 광명의 빛이 되기를 응원합니다.
임금자
그렇습니다. 그것이 우리 어머니 마음입니다. 자식 사랑 손자 사랑에 온몸을 헌신하시는 어머님들, 같이 둘러앉아서 음식을 같이 먹으면 좋으련만 어서 먹어라, 어서 먹어! 하시면서 부족한 한 것은 없는지 주물럭 손을 닦지 않고 둘러보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선합니다.

그것이 어머니의 마음이었습니다. 그 어머니의 마음으로 사랑으로 자식 손자들이 성장했습니다. 요즘 세대 자식들 손자들이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까요? 그간 어머니의 마음을 잊고 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봅니다.
김윤미
좌절하지 않고 원대한 희망과 굳센 의지만 있다면 억센 파도 위에서도 희망은 있다고 했습니다. 넘어지는 것은 과정이라고 하신 그 말씀 감사합니다. 실패를 맛봐야만 진짜 성공한답니다. 채워있으면 선생님의 가르침이 내 것이 안 되며, 비어있음을 인식한 순간 채워야겠다는 욕망이 시작됩니다.

김윤미 할머님은 감성이 풍부하고, 어려운 현실을 마음과 대화의 장으로 이끄는 멋과 맛이 있어 시성으로 대성하여 아름다운 황혼을 누리시리라 생각됩니다.
나명자
배운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살아온 삶과 배움의 환경이 어려워도 배워야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남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을 가져온다고 합니다.

그 사라지지 않는 꿈을 갖고서 깃발을 높이 든 이상 성공할 것입니다. 학습자분들의 시를 읽으면서 콧등이 시큰거려집니다. 응원합니다.
유맹순
공부는 <다독다서(多讀多書)>라고 말합니다. 많이 읽고 많이 써보는 것보다 실력이 향상되는 것은 없습니다. 글공부를 못 한 70 평생의 한을 책을 많이 읽고 글을 많이 써서 지혜의 바다를 만드십시오.

늦깎이 학습자를 위해서 경험과 경륜 그리고 가시밭 같은 슬픈 환경을 마다하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와서 글을 배우는 행복감을 널리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응원합니다.
최정자
코로나 19가 문화를 바꿔버렸습니다. 추석 명절이면 12시간 걸렸네, 10시간 걸렸네 하던 추석 고향길 방송이 생각납니다. 그렇게 고향을 그리며 성묘하지 않으면 마음이 텅 빈 것 같은 죄책감이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작년부터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멈추라고 합니다.

추석을 맞이해 객지에 나가 아스팔트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자식 손자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어르신들은 크게 실망했을 것입니다. 한 개인의 허전함이 아니라, 문화가 바뀐 것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서구문물에 젖어 우리 것을 잃고, 잊어버리고, 없어진 것도 모르고 살았는데, 시를 읽고 말마따나 ‘별난 추석’을 겪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 것을 잊으면 안 되겠지요.
최문자
글을 배워보기 위해 한글을 찾아 외치는 할머니! 참 안타깝습니다. 그랬습니다. 철이 들어 친구들의 글을 읽고 척척 쓰는 모습을 보거나 학교생활 이야기를 들으면 샘이 나지만 어느덧 나이를 먹고, 집안에서는 결혼 이야기를 합니다.

철들면 시집가고, 시집가면 자식들 돌보느라 여가가 없었지요. 지금이 가장 적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한글아! 어디 있니?” 하고 불렀으니 한글은 어디에도 있습니다.

글과 친하면 내 것이 됩니다. 시도 쓰시고 수필도 쓰시고 지난날 경험을 글로 써보십시오. 볼펜이 부족하면 강물이 마을 때까지 쓰시면 대문호가 되실 것이라 확신합니다. 갈증이 있으면 샘물은 어딘가에 있습니다. 응원합니다.
이숙자
한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자식들이 아파서 겨우 기운을 차려 엄마를 불렀는지 그렇지 않으면 엄마라고 부르지 못할 사연이 있어서 나중에 “엄마”라고 마지못해 아들이 부른 “엄마”가 힘이 되었다는 것은 엄마로 인정받았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었습니다.

짐작하건대 무척 어려운 세월을 사신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합니다. 그래요. 살다 보면 그렇게 시간이 지나갑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애달픈 사연이 스크린처럼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이제 고단했던 지난날 걷던 길은 끝나고 꽃길 가꾸는 일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지나갑니다. 활활 타오르던 모닥불도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지듯이 말입니다. 웃음꽃 피는 날로 이제는 꽃길만 걸으십시오.
박순연 · 신문식
제5기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