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기원전(BC), 기원후(AD)로 나뉘던 시대 구분이 이제는 코로나 이전과 이후(BC/AC)로 구분할 정도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심지어는 우리들의 일상과 대인관계까지 심대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누구도 예측 못 했고 겪어보지 못한 현실에 당황스러울 뿐이다.
코로나19가 미친 영향 중에서 교육에 미친 영향은 가히 충격적이다, 사람과 직접적인 만남을 통해 이루어지는 학교 교육에 미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비대면 교육의 한계로 인하여 오는 배움의 제한은 학교 교육의 소중함도 일깨워 주었지만, 지역과 연계 협력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깨우쳐 주었다. 준비도 없이 봉착한 비대면 온라인 학교 교육은 학생상담은 말할 것도 없고 대면 수업은 물론 실기와 실습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 보니 학사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빚어졌다. 화상 수업과 동영상 수업을 통해 겨우 지식교육이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이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대면 수업에서 축적한 거의 모든 교육적 노하우가 무용지물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코로나에 쉽게 노출된 취약계층 아이들의 학습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로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미래 교육이 채 갖추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들이닥쳤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미래 교육이 창의적(창의성)이고 가슴 따뜻한 사람(공감 역량)을 교육한다는 기본적인 교육 방향이나 목표를 더 강조했다면, 코로나는 교육과정의 운영(특히 교수-학습 방법)에 더 치중한다. 다시 말하면 필요한 역량을 재개념화하는 것보다는 교육 방법론인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방식을 어떻게 비대면 수업에 맞추어 전개할 것인가를 주로 고민하게 했다.
코로나로 인하여 등교를 하지 못함으로써 오는 비대면 수업과 대면 수업 간 혼합 수업 방식(blended learning), 혹은 비대면을 대면화 하는 방법(untact learning), 가정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학습 방법의 활용, 지식교육 이외의 예체능 실기 교과의 운영 방안, 사회성이나 공동체성과 같은 대면적 접촉을 통해서 더불어서 함께해야 배양 가능한 역량, 비인지적 영역인 상담이나 생활지도, 인성교육, 그리고 가정에서 집중 양육이 어려운 취약계층 아동의 교육격차 해소 방안 등등이 해결해야 할 새로운 교육적 과제로 등장하였다.
교육부에서 제시한 체계적인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
(그림출처: https://bit.ly/3lQoN8e)
현재는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학령인구 감소와 환경위기, 그리고 ‘포노사피엔스’와 같은 삶의 변화 등이 동시에 복합 상승하여 기존 교육의 틀을 새롭게 바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표준(new normal)을 정하는 일, 교육의 전체적 틀을 새롭게 설계하는 일, 교육목표를 재정립하는 일, 학교 제도의 변화, 교육과정(교육내용)의 변화, 교수-학습 방법의 변화, 그리고 교육 주체자 역할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학교 관리자의 역할, 교사의 역할, 학부모의 역할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학교 밖 청소년 교육기관이나 지역사회의 평생교육기관, 교육 유관단체, 그리고 마을교육공동체 등의 역할도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우선 당장 학교가 지역사회와 연계 협력해서 긴급하게 해결해야 할 부분은 코로나로 인하여 가장 고통받는 아이들에 대한 구제이다. 즉 저소득계층이나 취약계층, 그리고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돌봄과 교육 문제이다. 학교에서 긴급돌봄을 확대한다 해도 여러 가지 이유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역사회와 더불어 취약계층을 돌보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소위 취약계층 아이들을 위한 ‘교육돌보미제’ 운영이 한 방법이다.
(그림출처: https://bit.ly/2H35zNN)
현재 우리 지역의 경우 약 90여 명의 교육복지사가 주로 교육복지학교의 취약계층 아이들을 중심으로 학교에서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대상 학생은 많지만, 인원이 제한적이다 보니 가정방문 등 찾아가는 서비스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집에 방치된 아이들을 위해서는 방역수칙을 최대한 지키면서 방문 서비스(찾아가는 복지)가 답이다. 위기가정 아이들에게 20∼30만 원 주는 것보다, 찾아가서 함께 밥 먹고 상담하고 원격수업을 도와주고 애로사항을 들어주는 등 부모가 물리적 제약으로 인하여 할 수 없는 것을 대신해 주어야 한다. 퇴직 교원이나 사회복지사들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사회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지자체와 교육청, 학교와 대학이 마을교육공동체와 지역의 평생교육기관과 연계해 마을 아이들의 돌봄과 복지, 교육을 함께 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부, 행안부, 여가부, 보건복지부 등에서 파편적으로 분산 시행하고 있는 돌봄과 복지, 교육 관련 프로그램이나 업무를 일원화하는 지역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자체, 학교, 대학, 평생교육기관, 유관 교육단체들의 역할을 조정하고 정리해 중복을 피하고 더욱 체계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지원 체계를 일원화하자는 것이다. 소위 내가 제안했던 ‘시민교육지원청’의 역할이 그것이다. 학교의 방과 후, 돌봄, 복지, 학교폭력 등의 업무와 지자체와 대학, 마을교육공동체와 지역의 평생교육기관 그리고 유관교육단체들과의 연계 협력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맞벌이 부부를 위한 학교의 유휴시설을 활용한 공공형 돌봄·교육융합지역플랫폼 설치·운영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방과후 돌봄과 지역아동센터가 담당하지 못한 아이들을 이곳에서 돌봄과 교육을 책임지게 하는 방식으로 자체 교육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운영하거나 지역의 유관교육기관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공공성과 전문성을 확보한 퇴직자나 퇴직 교육공무원들을 보육과 교육돌보미로 선발하여 이들이 아이들의 학습을 돕거나 유관교육 기관 간의 이동을 돕는 방식으로 운영하자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아이들은 더 많은 체험을 하게 하는 동시에 맞벌이 부모들도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저녁에 안전하게 집에서 맞이하도록 해 보자는 것이다.
또한,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학교에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하고 학교를 그만둔 학교밖 청소년이나 배움의 기회를 놓친 만학도를 위해서도 유관기관과의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교육지원을 강화하여 그들도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 외 학교가 지역사회가 함께하는 분야로는 중학교 자유학기제 운영이나 고교학점제 운영 등을 위한 지역사회 교육기간과의 연계 협력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림출처: 유니세프 http://www.childfriendlycities.kr/)
아프리카 속담처럼 ‘아이는 마을 사람이 함께 기른다.’. 그리고 내가 내세웠던 슬로건처럼 우리는 ‘단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는 학교 교육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교육이 학교에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함께 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겨 주었다. 가정, 학교, 지자체, 대학, 민간, 마을공동체와 함께하는 평생교육의 개념이 작동하지 않고는 미래 교육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관련 기구를 만들고 프로그램을 잘 작동시켜서 마을이 아이를 건전하게 함께 키우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정선 광주교대 교수, 전 총장
- 학력
‧순천 매산고
‧한양대 학사/석사/박사중퇴
‧미국 럭거스 뉴져지주립대 교육학박사 - 경력
‧광주교육대학교 교수(현)
‧어울림사랑나눔봉사회 공동회장(현)
‧전국교육대학교 총장협의회장(전)
‧노무현정부 대통령직속국가교육혁신위 자문위원
‧김대중정부 농어촌 교육발전위원
‧2018년 광주광역시 교육감 후보
‧광주교육대학교 제6대 총장
‧한국교육인류학회 회장(전)
‧한국교육학회 부회장(전) - 저서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외 23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