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 Ⅰ 성인문해 골든벨 이윤정 | 제3기 광주평생교육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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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가 정한 ‘세계문해의 날’(International Literacy Day, 9월 8일)을 기념해 성인 문해인들을 중심으로 ‘도전 골든벨’이 개최되었습니다. 인생 2막을 슬기롭게 열고 계시는 성인문해 학습자들 모여 있는 광주 YMCA로 출발했습니다. 교복을 입고, 색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중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행사 전, 긴장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기관별 유쾌한 퀴즈 놀이가 진행되었습니다. 학습자들에게는 퀴즈 정답이 틀려도 즐겁고, 맞추면 더 즐겁고 행복한 퀴즈인 것 같습니다.

성인문해교육 활성화 지원 사업

어르신들이 이렇게 행복해하시는 ‘성인문해교육 활성화 지원 사업’은 무엇인가요? 성인문해교육 활성화 지원 사업은 저학력 성인의 문해 능력 향상과 의무교육인 초등·중학 교육과정의 학력 인정 기회를 부여하여, 성인학습자의 기초 학습권을 보장하는 사업으로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여전히 기초 한글 교육이 필요한 비문해자가 많이 있습니다. 글을 깨우친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읽고 쓰는 수준을 넘어,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과 소통하는 꿈을 실현하는 단계지요. 하지만 아직도 많은 비문해 성인들이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정부의 정책 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고 비문해라는 사실을 숨기고 남모르게 고통과 아픔을 겪는 분들이 있습니다. 문해교육을 받음으로써 인생이 풍요로워지고,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되었다는 성인학습자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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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해교육학습자 희망평생교육원 김종순
희망학교에 다니고 있는 김종순입니다.
저는 어려서부터 공부를 못해서 공부를 매우 갈망했어요. 그래서 물어 물어서 혼자 이 학교를 찾아 왔습니다. 이제 1년이 되었습니다.
문해교육을 받는다는 것, 글을 안다는 것이 정말 행복합니다. 글을 깨치니 세상이 밝아졌어요. 어디를 가나 항상 뒷전에 있었는데, 이제는 그러지 않아도 됩니다. 은행에 가서 계좌번호도 쓸 수 있고, 시내에 가면 버스 노선도 읽을 수 있고, 간판에 은행 ‘bank’라고 쓰여 있는 영어도 읽을 수 있어요. 자신감도 생기고 당당해졌습니다. 저는 제 선생님이 존경스럽습니다. 지금도 존경하는 마음으로 아주 열심히 배우고 있어요. 이번 ‘도전 골든벨’ 참여는 처음입니다. 세 문제만 맞히려고 했는데, 17문제나 맞혔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우리 학교를 사랑하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희망학교에서 문해교육를 받아 글을 알게 되면서 저의 삶의 모든 생활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세상이 밝아지고, 지식이 쌓이니 사람이 점잖아지고, 말도 함부로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는 딸이랑 카카오톡 대화도 하게 되었죠. 75년 만에 처음으로 메시지를 보냈어요. 저의 딸과 아들, 사위, 사돈어른들도 모두 대단하다고 저를 자랑스러워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저는 초등학교 과정, 중학교 과정을 마치고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도 다녀보고 싶어요. 제 건강이 허락하는 한까지 열심히 쭉 할 예정입니다.
  • 02
  • 송정도서관 문해교실 학습자 강만금
저는 송정도서관 문해교실에 다니는 강만금입니다.
막내아들이 송정도서관에 다니며 공부하다가 문해교육이 있다는 것을 알고, 등록해 줘서 다니게 되었습니다. 어릴 때도, 젊었을 때도 공부를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기회가 없었습니다. 먹고 살아야 하니까요. 이제 어지간하니 기회가 되어서 공부를 하게 되었어요. 문해교실을 다니다가 많이 아파서 못 나올 때도 있었습니다. 뇌수술을 받았어요. 하지만 회복되자마자 다시 나와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과정을 하고 있는데, 요즘은 기억이 잘 안 나요. 머리가 나빠진 것 같아요. 하지만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공부하고 싶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국어예요. 저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내가 고생하며 살았던 얘기, 꼭 쓰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말입니다. 그런데 기회가 되어 쓰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 내 일상들을 기억나는 대로 썼어요. 이렇게 쓴 것들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대회를 나가기 위해 쓴 것은 아니고, 그냥 나의 삶에 관해서 썼어요. 내가 어렵게 산 이야기들 말입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제 글을 가지고 오라 해서 갖다 드렸더니, 대회에 출품되었고 대상이라는 큰 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글을 알게 되면서부터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잘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어요. 저는 지금 새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아주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교복을 입고, 색색의 모자를 쓰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중고등학생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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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고을사회복지관 학습자 송정순
빛고을 사회 복지관에 다니는 송정순입니다.
바로 동네 옆이라 자꾸 가게 되고, 프로그램이 많아서 이것저것 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특히 초등학교만 나온 저는 영어를 배우고 싶었습니다. 마침 이곳에서 배울 수 있어 매우 좋았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영어 배우는 시간은 매우 적어요. 하지만 일만 하다가 공부하니 너무 행복합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고 있습니다. 집에만 있으면 심심하고 활기가 없어서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데 나와서 함께 공부도 하고 웃으며 이야기도 할 수 있어 참 좋아요.

아직 집에는 얘기를 안 하고. 쉬쉬하며 다니고 있어요. 하지만 공부하는 것이 재밌고 좋습니다. 알파벳도 모른다고 누구에게도 말 못 하고 있었는데, 영어를 배우면서 간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간단한 단어도 쓸 수 있어 너무 행복합니다. 이곳에 와서 공부하면서 삶의 폭이 굉장히 넓어지고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가방끈이 짧아도 너무 짧아서 말 한마디 하기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당당해졌습니다. ‘도전 골든벨’을 위해서 정말 열심히 준비했어요. 정말 잘 하고 싶었거든요. 그래서 열심히 준비했지만 정말 울리게 된 줄은 몰랐어요. 골든벨을 울리게 돼서 너무 기쁘고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문해교육 기관 인터뷰

학습자들에게 새로운 삶을 보게 해준 기관 선생님을 모시고, 문해교육을 하면서 어떤 때가 가장 행복하고 보람 있는 순간이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 01
  • 광주희망평생교육원 한미준
광주희망평생교육원 한미준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교육을 시작한 지는 20년이 되었습니다. 제가 미혼일 적에 지인으로부터 검정고시반을 한 달만 도와달라는 부탁이 있어, 진짜 잠깐만 도와주려고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하다 보니 그분들과 정이 들고, 그때 바로 교육청의 인가도 나게 되었고, 영어 전공이라 중학교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학교에 남게 되었는데 벌써 20년 전 이야기입니다. 광주희망평생교육원은 유일하게 초등학교·중학교 과정을 인가받은 기관입니다. 대부분의 성인문해교육기관은 초등학교단계만 인가받아 운영하고 있는데, 저희는 초등학교·중학교 과정을 함께 운영합니다. 학습자 모집은 시나 교육청에서 홍보하고 학습자들이 서로 소개해서 많이 들어옵니다.

교육하면서 느끼는 보람은 아주 많습니다. 그중 하나만 이야기하겠습니다. 초등학교과정의 학습자 가운데 남자분이 계시는데 이 분은 일 때문에 겨울에만 학교 근처에 방을 얻어 학교에 오셨습니다. 어느 날 그분이 저에게 계약서를 쓰고 오셨다고 자랑을 하시더라고요. 현장소장을 하고 계셨습니다. 계약서를 쓸 일이 종종 있었는데, 그때마다 손에 붕대를 감고 가서 손을 다친 척하며 다른 사람에게 쓰도록 했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 스스로 쓰셨다고 매우 자랑스럽게 말씀하셨어요. 이렇게 한글을 모르시던 분들이 글을 깨우치고, 밖에 나가서 뭔가를 쓰셨다고 하셨을 때 제일 보람을 느낍니다.
  • 02
  • 송정도서관 김은정
송정도서관 김은정입니다.
송정도서관 문해교육과정은 초등학교 학력 인정기관으로 인가받아 초등 1, 2, 3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초등교육을 마치셨으나, 연세가 너무 많으시고, 중등과정에 대해 겁을 내시는 분들을 위해 중등 예비과정도 하고 있습니다.

자녀분들이 부모님의 배우고 싶어라 하는 마음을 이해하고 전화로 문의도 하고 직접 모시고 와서 등록을 많이 합니다. 서울 경기에 쪽에 계시는 분들은 전화문의를 많이 하십니다. 전화로 부모님을 등록시켜드리고 다니시게 하는 사례도 많이 있습니다. 어머니들이 처음 오실 때는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우울함을 갖고 오십니다. 하지만 문해교육을 받으면서 점점 얼굴이 밝아지고 아는 것에 대한 기쁨, 날마다 빨간 계단을 기쁘게 미소 지으며 올라오시는 모습에 보람을 느낍니다.

또, 은행에 갔던 이야기, 버스를 탄 이야기, 간판들이 눈에 들어와 거리에서 그것들을 읽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행복하고 보람을 느낍니다. 어머니들이 점점 당당해지고, 자신감에 차 있는 모습을 볼 때 아주 뿌듯하고 행복합니다. 또 뭔가 하나의 새로운 프로그램, 백일장이나 시화전, 체험수기를 할 때마다 내가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고 늘 두려워하셔요. 하지만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 어머님들이 굉장히 보람 있다고 하십니다. 어머님들의 노력이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나타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어머님들이 초등과정을 마치고, 중등과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계해 드리고 싶습니다. 이곳이 도서관이다 보니 책을 접할 기회가 많이 있습니다. 시인 할머니같이 우리 어머니들도 책을 많이 읽고 글도 쓸 수 있게 되어 후에는 자신만의 글로 쓴 책을 하나씩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졸업장이나 이수가 목표가 아니라 날마다 글을 알아 간다는 기쁨으로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취재를 마치며

성인문해교육은 아픔과 후회를 기쁨과 행복으로 바꾸는 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성인문해교육은 깜깜하고 답답했던 삶을 바꾸는 제2의 인생 시작을 도와주었습니다. 성인문해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글자만 깨우치는 것이 아니라 글을 몰라서 겪었을 수많은 한과 아픔을 풀어내고 마음에 엉킨 응어리를 치유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문해교육은 삶의 자신감을 심어주는 과정으로 ‘평생교육의 출발점’이자 우리가 누려야 하는 권리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사회적, 경제적 이유로 기회를 얻지 못해 비문해라는 사실을 숨기고 남모르게 고통과 아픔을 겪는 분들이 많이 있습니다. 비문해자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버겁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용기를 내어 배움의 열정을 쏟고 계신 만학도 문해교육 학습자 여러분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이윤정
제3기 광주평생교육 웹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