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장애성인 교육이라는 말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장애인 평생교육의 암흑기를 깬 것은 1999년 교육인적자원부의 정책연구과제로 ‘성인 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 정책 및 프로그램 개발 기초 연구’가 추진되면서부터이다. 이후 2001년 특수교육정책 포럼에서 ‘장애인 평생교육 협력체제 구축방안’을 논의하는 등 장애인 평생교육의 필요성과 당위성이 조금씩 언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특수교육 분야에서는 학령기 교육에 총력을 기울여 오던 터라 평생교육을 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못했다.
일반 평생교육도 가난한 교회의 지하실에서 생쥐와 함께 한 가난의 역사이듯, 장애인 평생교육도 이론적 기틀이나 지원 없이 장애인 야학이나 장애인복지시설, 종교시설 등 민간 차원에서 먼저 실천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장애인 야학은 1980년대 문을 연 인천의 ‘작은 자 야학’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노들 야학을 비롯하여 2000년 이전에 8개의 야학이 더 문을 열었고, 지금은 전국에 50여 개의 장애인 야학에서 다양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교육기회에서 차별을 없애고 장애 성인들이 주체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 장애인 야학의 노력은 국가와 사회의 관심을 끌어내는 초석이 되었으며, 이후 2007년 전면 개정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장애인 평생교육 관련 조항을 신설하게 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학교형태의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장애인 야학은 합법적 지위를 부여받게 되었고, 특수교육 발전 종합계획에 장애 성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및 실행을 위한 계획들이 포함되기 시작했으며, 2010년을 전후해 국가와 지자체는 앞다투어 장애인 평생교육 실태 및 요구를 밝히기 위한 연구들을 진행하였다. 2010년에는 국가 수준의 ‘장애인 평생교육 내실화 방안’이 발표되었고, 포항시, 사천시, 군산시, 전라북도 등 몇몇 지자체에서는 장애인 평생교육 진흥 대책을 수립하고, 관련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기 위하여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조례를 제정하여 시행하기 시작했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은 장애인 평생교육에 대한 국가와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을 확대하는 데 크게 이바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법 제34조(학교형태의 장애인 평생교육시설)는 교육대상자를 초・중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학령기를 지난 장애 성인으로 한정하고 있어 학교 교육을 받은 장애 성인은 학교형태의 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을 이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분명했고, 이로 인해 교육부 내 평생교육과 특수교육 사이에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 일쑤였다. 이에 장애인 부모단체와 여러 장애인단체는 일원화된 장애인 평생교육 진흥 체계 구축을 위한 「평생교육법」 개정을 지속해서 요구해 왔고,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마침내 2016년 5월 장애인 평생교육 관련 내용을 대폭 삽입한 「평생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는 장애인 평생교육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이후 서울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등 많은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을 위한 조례가 제정되었고, 2018년 5월 28일 ‘국가장애인평생교육진흥센터’가 문을 열게 되었으며, 2019년 4월 추가적인 「평생교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시・도평생교육진흥원의 장애인 대상 평생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의무화하였다.
「평생교육법」 개정은 국가나 지자체 차원의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확대를 끌어내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나 아직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 평생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여기에서는 지자체 차원에서 도전해 볼 만한 몇 가지 과제들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광주광역시 평생교육과 내에 장애인 평생교육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행정조직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와 동시에 광주광역시평생교육진흥원의 장애인 평생교육 정책 및 지원 기능 제고와 실무 강화를 위한 편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특수교육적 소양과 평생교육적 소양을 두루 갖춘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현재 서울시를 비롯해 많은 지자체에서 장애인 평생교육 관련 단체들에 대한 지원을 늘려가고는 있으나 막상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및 기관의 설치에 대한 적절한 조건과 자격 기준, 지역적 요건과 안배 원칙, 서비스 제공에 대한 적절성 기준 등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실무를 담당할 수 있는 행정조직을 마련하고 관련 인력을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해 보인다.
둘째, 2017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향후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현행 평생교육 바우처의 대상을 소득 기준 외에 중증 장애인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장애인 당사자의 경제적 어려움과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의 예산 부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 장애성인 외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장애 성인을 요구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장애성인들이 어디에 어떤 프로그램이 있는지, 또 어떻게 참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필요해 보인다.
셋째,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질적 수준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평생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애인 교육 관련 전문성을 함양할 수 있는 연수를 제공하여 장애인 평생교육 전문 강사를 양성하고 이들을 다양한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에 파견하는 배달강좌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장애인 평생교육 강사 양성 및 파견 사업은 장애인의 평생교육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동시에 장애인 평생교육 기관의 강사 수급 문제와 예산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
넷째, 물이 부족하다고 해서 계속해서 물을 주는 것은 기관의 자생력을 저해하기 쉽다. 장애인 평생교육을 위한 재정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및 기관이 평생교육기관으로서의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많은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은 장애인 교육과 관련된 전문성은 갖추고 있을지 몰라도 평생교육과 관련된 전문성은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장애인 평생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평생교육기관 컨설팅 지원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장애인 평생교육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평생교육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간담회나 세미나 등을 지속적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섯째, 장애인 평생교육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 장애인 평생교육시설 및 기관을 계속해서 증설하는 것은 여러모로 실현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일반 평생교육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통합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생교육사 또는 평생교육 주무관 대상의 장애이해교육 연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한두 시간의 형식적인 교육이 아닌 보다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지속해서 제공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장애인 평생교육이 일반 평생교육과 동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일반 평생교육의 영역 안에 장애인 평생교육이 조그맣게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작은 공간을 내어주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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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영
- 한국장애인평생교육연구소 소장
- 단국대학교 특수교육대학원 연구교수
- 약력
- 제주특별자치도 평생교육협의회 위원
- 국립특수교육원 장애인 학력인정 맞춤형 학습 체계 마련을 위한 전문가 협의회 위원
- 국립특수교육원 「2019년 장애인 평생교육 현황조사」사업 추진을 위한 협의회 위원
-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2019 경기도 장애인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 및 시범운영
연구과제 수행 - 서울특별시평생교육진흥원「서울시 장애인 평생교육 지원 방안 연구」연구과제 수행
- 국립특수교육원 「2019 장애유형별 평생교육 프로그램 개발」연구과제 수행
- 한국장애인복지관협회 「복지기관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 신규분야 (장애인) 확대가능성
탐색」연구과제 수행
- 저서
- 장애아동 가정방문 학습지도(기초과정)
- 장애아동 가정방문 학습지도(심화과정)
- 기본교육과정 중·고등 생활영어 교과서
- 기본교육과정 중·고등 생활영어 지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