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 인터뷰Ⅰ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 김혁진 | 제3기 광주평생교육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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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무더위가 물러가지 않는 9월 말 금요일이다. 전남대학교 학동캠퍼스는 개강을 맞이한 학생들, 흰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들과 방문객들로 활기가 넘친다. 교내 덕재홀에서 ‘제2회 우당탕탕!! 정신고생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이 황당한 단어조합은 무엇일까? “고생”과 “대회”라니, 고생을 어떻게 대회로 뽐낸다는 것일까? 이 대회는 벌써 올해로 2회째를 맞이했다. 이번행사는 소화누리, 요한빌리지, 송광정신재활센터, 광주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공동주관으로 이루어지는 행사이다. 대회 속으로 들어가 보자.

식전공연을 담당한 요한빌리지 ‘꿈 빛 라이브 밴드’
당사자 연구 발표 장면

요한빌리지 임경미 원장
Review 2018 발표 장면
  • Q‘정신고생대회’는 어떤 대회인가요?

    일본 홋카이도 우라카와에 위치한 정신장애인 공동주거 “베델의 집”에서 당사자가 겪는 고통과 어려움을 “고생 ”이라는 용어로 표현하여 <환청∙ 망상대회>를 매년 개최하고 있는데요. 이것을 우리나라의 정서에 맞게 적용하여 정신질환 당사자가 살아가며 겪는 생활 속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말합니다.

  • Q이 대회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정신질환 당사자가 겪는 정신과적 일화를 공개하여 스토리텔링 하는 시간을 가지고, 자신의 병을 객관화하고 알림으로써 정신장애인을 향한 편견과 차별의 시선을 넘어 정신장애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문화를 형성하고자 시작하였습니다.

  • Q‘조현병’에 대해 편견을 가진 시민들이 많습니다. 그분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요?
    • 1) 현재 매스컴에서 조현병 환자들에 대한 불미스러운 사건이 자주 보도되어 모르는 대다수의 시민들은 ‘그 병에 걸린 사람들이 무조건 위험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대다수의 조현병 환자들은 무척 안전합니다.
    • 2) 뉴스에서 논란거리로 조현병을 기사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소수의 몇 명 때문에 정신질환으로부터 회복되었거나 잘살고 있는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입습니다. 조현병이라고 해서 다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선정적인 뉴스를 하지 말아주세요.
    • 3) 사건사고에 나오는 조현병 환자들은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불규칙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회복을 꿈꾸며 주간 재활시설을 이용하거나 꾸준히 의사선생님의 진료를 받는 저희 같은 사람들은 그런 일을 절대 벌이지 않습니다.
    • 4) 증상이 있을 때는 판단이 왜곡되지만, 증상이 사라지면 일반 사람들과 같은 판단을 합니다. 꾸준하게 치료받고 재활하면 일반인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5) 꾸준한 약물관리와 자기관리를 통해 자신의 강점, 컨디션 조절이 가능하며 일상생활에 있어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며, 사회적 편견과 인식이 좋아지길 바랍니다. 조현병 환자들이 자유롭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몸이 아픈 사람처럼 힘든 아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습니다.

  • Q‘정신장애 당사자연구’ 프로그램을 소개해 주십시오.

    당사자연구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당사자가 증상, 약 복용, 생활상의 과제, 인간관계 등 다양한 고생에 대해 자신이 고생의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병명을 붙이고 어려움이 찾아올 때 자기 주도적 자세를 갖고 일상에 발생하는 어려움을 해결하고 수월하게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환청과 망상이라고 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자신의 고통과 고생을 위한 대처법이라는 점에서 착안하여 우리가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이야기, 용인되지 않았던 이야기, 말, 언어를 마음껏 이야기함으로써 생각을 확장할 수 있고 또한 객관화할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당사자연구를 통해 정신장애인 당사자들이 새로운 회복의 관점을 터득하고 병과 치료에 있어 적극적으로 변화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구축하는 데 있어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 Q조현병이란 어떤 질병인가요.

    조현병은 의학적으로 사고, 감정, 지각, 행동 등 인격의 여러 측면에 걸쳐 광범위한 임상적 이상 증상을 일으키는 정신질환으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불균형을 보여서라고 합니다.

    공통으로 나타나는 증상들이 있지만, 환자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은 각자 다양합니다. 양성 증상(환청, 환시, 환취, 환촉, 망상)과 음성 증상(감정반응이나 행동이 감소하여 둔한 상태, 사고내용 빈곤, 의욕감퇴, 사회적 위축)이 있고 인지 증상, 급성기 이후에도 남아있는 잔류증상이 있습니다.

    조현병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흔한 병으로 일반인구의 1%정도로 추정되고 있다고 합니다. 치료에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약물치료, 심리・사회적 치료, 재활치료 등이 있습니다. 정신질환은 환자만의 문제가 아닌 가족, 주치의, 관련 전문가, 사회적 환경 등이 뒷받침되어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 Q기억에 남는 이용자 혹은 사례(큰 변화가 있었던 사례)가 있으신가요. (또는)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뿌듯했던 적 또는 보람된 적이 있으시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당사자연구를 하면서 두 분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데요. 한 분은 주치의로부터 조현병이라는 병명을 20년 넘게 듣고 약을 드셨는데도 병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셨어요. 그런데 당사자연구를 통해서 본인이 조현병이라는 병식을 정확히 인식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본인 스스로 깨닫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어요. 또 한 분은 24시간 환청이 따라다니면서 감시당하는 것으로부터 힘들어하셨는데 당사자연구를 통해 환청을 인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이셨어요. 힘들었을 때 환청이라도 내 옆에 있어 줘서 좋았고 나를 좋은 쪽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감시했던 것 같다는 것을 당사자연구를 통해 새롭게 깨닫게 되셨어요. 당사자연구에 참여하신 분들이 병을 받아들이므로 삶이 자유롭고 또 다른 인생의 목표가 생기는 것을 발견했을 때 보람 있었던 것 같습니다.

  • Q앞으로의 계획이나 바람이 있으신가요.

    정신질환을 가진 당사자분들이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20~30년 넘게 정신질환으로부터 자유롭지 않고 병에 함몰되어 살아오셨는데 이제는 병으로부터 한 발짝 옆으로 나와서 조금이라도 자유롭게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것을 찾아보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 옆에 제가 도울 수 있다면 더 보람될 것 같습니다.

  • Q대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작년에 정신고생대회가 처음 광주에서 열렸는데요. 우리 센터 친한 회원이 당사자연구 발표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던 것 같아요.

  • Q대회에 직접 참여해 보니 소감이 어떠신가요?

    센터에서 준비할 때에는 떨리지 않았는데 대회 당시에는 사람들이 많고 나만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떨렸습니다. 발표하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참가 후에 같은 고생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공감했고 남들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어서 자신감도 생기고 보람되고 뿌듯한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 Q(송광정신재활센터 ‘정신장애 당사자연구’)프로그램에 대해서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처음에는 당사자연구라는 말조차 생소했어요. 그런데 청주와 서울에서 하는 환청망상대회에 참석하고 관련 동영상도 시청하면서 당사자연구가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고 우리 센터에서도 한다고 하니 반가웠고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제 어려움이 환청인데 당사자연구를 공부하면서 환청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에서 더 관심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

  • Q(송광정신재활센터 ‘정신장애 당사자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계신데, 소감을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만 겪고 있는 병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웃나라 일본의 경우도 당사자연구를 통해 환청에 대응하고 있으니 환청이 있더라도 당사자연구를 통해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 대응해 나간다면 병을 받아들이고 생활을 즐겁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같이 노하우를 만들어 가야 할 것 같아요.

참석자들을 위한 무료 커피봉사
행사장을 가득 메운 청중들
  • 결론
  • 대회에 도착하기 전까지 마음 한편에는 '혹시나'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대회 중 큰 소란이 일면 어쩌나, 과연 대회가 잘 진행될까' 하는 마음이었다. 막상 현장에 와보니, 우려와 달리 대회의 주인공인 정신장애인들은 가수 못지않은 실력을 뽐내며 공연을 했고, 자신의 상황을 유쾌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이들을 음지로 내몰고, 더 어두운 곳으로 몰아내는 것은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아닐까. 재미있는 대회의 이름처럼 그 편견들도 '우당탕탕!!' 하고 무너지길 바란다.
김혁진
제3기 광주평생교육 웹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