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만 명에 달하는 인구, 그중에서도 서구는 29만 명. 광주살이 3년 차인 나의 인맥 풀은 코딱지(?)만 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지인이라 칭할 수 있는 서구 주민 몇몇 라이프스타일을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그들의 공통점. 모일 때마다 ‘두드림’에 대한 이야기로 가득하다. 낯빛이 밝다. ‘두드림이 뭐길래….’ 학습관 이름이란다. 공부 n년차, 저마다 관심사 강좌도 다양하다. 취미도 가지각색. 찬양을 넘어 간증도 쏟아진다. 네 정체가 무엇이냐! 때마침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웹진 기자로 활동하다 보니, 기회가 생겼다. 학습관 평생교육사 인터뷰. 덥석 물었다.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 임형길 평생교육사
아름다운가게 매니저, 사회복지학부 편입, 석사, 박사과정….
15년 차 서구청 평생교육사, 임형길 주무관이 큼직하게 걸어 온 길이다. ‘배움의 끈’을 놓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사소한 결심으로. 큼직하게 계획한 건 없다.
“석사를 마치고 10년이 지난 지금은 평생교육 박사과정을 하고 있어요. 제가 평생학습을 실천해야 주민들에게 당당하게 평생학습 해보시라고 권할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늘 제자리에 있는데 평생학습을 하라고 하는 것은 가식적이고, 마치 직업으로서 하는 일 같잖아요. 모르겠어요. 박사과정이 끝나면 제가 뭘 하고 있을지. 그래서 참 재미있어요.”
임형길 주무관의 현재 근무처는 화정동에 있는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이다. 5년가량 되었다. 개관 멤버이기도 하다. 학습관은 서구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다. 한 마디로 ‘평생학습 핫 플레이스’다. 주로 ‘두드림’으로 불린다. 그만큼? 직원들에게 굵직한 일이 많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업무 강도와 근무 만족도는 어떻게 될까.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물었다. “업무 강도는 8점, 근무 만족도는 9점을 주고 싶어요.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던 질문이네요. 특별한 직업병은 없는데 어떤 일을 하겠다 마음먹으면 실행하는 편이에요.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는 스타일입니다. (웃음)”
출근 후 임 주무관이 하는 일을 나열하기 전, ‘평생교육사’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보자. 평생교육사는 행정업무 전반을 다 맡는다. 사업 계획서, 행사, 결과 보고 등 하나부터 까지 챙기는 ‘교육살림꾼’이나 다름없다. 예를 들어 평생학습도시 사업에 선정되어 국비를 지원받으면 미시적인 관점부터 거시적인 관점까지 해야 할 일이 적잖다.
“저희가 2020년도에는 평생학습도시 재지정평가를 통해 평생학습도시로 재지정받았어요. 2021년도에는 지자체 최초 평생교육 업무 ISO9001 인증을, 2022년도에는 광주 최초 장애인 평생학습도시로 선정되어 국비 5천여만 원을 지원받게 되었답니다. ISO 9001 인증 획득요? 하루아침에 나와서 추진하게 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생교육 전문가 FGI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 전문가분께서 ISO 9001 인증을 받으면 어떻겠냐는 의견을 주셔서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지원을 받아 추진하게 되었거든요. 가장 중요한 것은 PDAC(Plan(계획), Do(실행), Check(평가), Art(개선))으로 이루어져 환류 시스템을 정착시키게 되었습니다.”
시장경제의 작동 방식을 설명한 애덤 스미스의 은유적 표현. ‘보이지 않는 손’. 두드림의 ‘손’들이 일궈낸 큼직한 강좌는 5개 학당으로 구성되어있다. 학당의 명칭은 이렇다. ①나를 찾는 인문학당 ②우리를 알아가는 시민학당 ③신나고 재미있는 문화예술학당 ④내일을 준비하는 다모작학당 ⑤마을 보물을 찾는 서구학당
“서구학당은 서구 특화프로그램이고 시민학당은 사설평생교육기관이나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하지 않는 프로그램입니다.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되어 신경을 특별히 쓰고 있어요.”
임 주무관이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강좌가 있을까.
“1년에 40여 개의 프로그램을 정규과정에서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 마을 식물도감 만들기’와 ‘그림책 읽어주는 시니어 티처’, ‘명품 예비부부 학교’를 추천하고 싶네요. ‘우리 마을 식물도감 만들기’는 서구의 공원, 호수, 산 등을 탐방하면서 다음에는 식물도감 책자로 발간해요. 이게 끝이 아닙니다. 우리 마을 생태해설사 양성과정을 듣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파견을 보내는 프로그램이라 의미 있어요. 또 하나는 요즘 이혼율이 너무 높잖아요 그런데 실상 부부로 살면서 부부가 무엇인지, 같이 산다는 것은 무엇인지, 남자와 여자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잘 모르고 결혼하는 경우가 많아요. 명품 예비부부 학교는 반응이 상당히 좋습니다. 모든 교육은 개인으로 받지만, 부부교육만큼은 부부가 같이 받아야 합니다. 함께 만드는 부부 헌법이 있는데 부부가 같이 만들면서 서로에 대해 많은 부분을 알아간답니다.”
임 주무관은 두드림을 평생학습 근거지(아지트)로 삼아 인생이 달라지는 학인들을 여럿 봤다. 프로그램을 통해 동아리를 만든 학인들을 비롯하여 열거하기가 힘들 정도라고. 서구평생학습관 학인들의 80%는 재등록을 한단다. 1인 3강좌로 제한을 두는 이유는 새로운 분들에게 드리는 기회이자 공평함을 위해서다.
임 주무관 역시 배움의 가치를 알기에 현재 광주대 평생교육 박사과정 공부를 하고 있다. 석사를 마치고 10년 만이었단다. “사람들은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시간과 돈이 없어서 배우기 힘들다고 말이죠. 그러나 시간과 돈은 써야 내 시간과 돈이 된다는 것을 모르시는 것 같아요. 아름다운 가게 다닐 때 광주대 사회복지학부 편입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서구청에서 임형길이라는 존재는 없었겠죠. 즐겁게 배우는 것으로 또 다른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제가 증명하고 있잖아요 늘 배움에 대한 두려움만 없다면 언제든지 도전하시라고 권해 드리고 있습니다.”
임 주무관의 동력 포인트는 ‘도전’과 ‘긍정’이다. 흔하디흔한 말 같지만, 이러한 마인드를 습관화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떠한 일을 할 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면 해결책이 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저는 일단 해보고 안 되면 왜 안 되는지 또 문제가 무엇인지 그럼 해결책은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 그래야 일에 깊이가 생겨 다른 일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평생교육사는 새로운 사업들을 구상하고 추진하는 역량이 필요해요. 된다는 신념으로 흔들리지 말고 끝까지 자신의 갈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바이러스로 두드림에도 ‘비대면 수업’이 진행·병행되었다. 직원을 비롯해 학인들 역시 초반의 혼잡함에서 적응, 만족 단계로 가는 중이다. 임 주무관은 2022년에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 나가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 개편한 홈페이지를 보완, 안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 같아요. 장애인 평생학습에 대한 발전방안도 마련해야죠.”
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나 다름없는 광주평생교육진흥원에도 바라는 바가 있다고. “평생교육진흥원이 만들어짐에 따라 광주 5개 지자체 평생교육도 발전하게 된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의 역할에 있어 단위 사업을 추진하기보다는 정책을 연구하고 지자체와 협업하여 정책이 실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 긍정적인 에너지로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끝으로 임 주무관은 학습관에 관심을 두는 주민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평생교육은 ‘삶’입니다. 저 자신도 그렇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이 평생교육이라고 생각한다면 스스럼없이 평생교육에 흠뻑 취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배움 없이 발전이 없으며, 발전 없는 삶은 즐겁지 않겠지요? 즐거움을 찾고자 한다면 평생교육에 문을 두드리세요. 늘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이 여러분들 곁에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부탁을 드리자면 쓴소리를 해주셔야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이 발전하고 서구 평생교육이 성장합니다. 잘한다는 말과 함께 매운 소리도 같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늘 깨어있는 서구 평생교육이 되겠습니다.”
- 이소영
- 제6기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