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는 코로나19(COVID-19)로 인해 역사 발전의 중대한 분기점(critical juncture)에 서 있다. 코로나19는 정치, 경제, 교육, 의료등의 분야에서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게 여기며 해 오던 많은 것들에 대해 ‘정말로 그래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코로나19 이후(Post-Corona)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새로운 기준과 규범(new normal)은 어떠할지 성찰하게 한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교육은 어떠한 모습일까 예측해 본다.
지난 4월 16일, 초·중·고 400만 명의 학생이 한꺼번에 원격수업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네트워크 접속 지연, 원격수업 장비 부족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지만, 대체로 큰 무리 없이 원만하게 원격수업이 진행되었다. 대학은 이미 3월 초부터 전면 원격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면서 경험한 교육 분야의 가장 큰 변화는 수업 방식의 변화이다.
모든 학교의 수업이 온라인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면서 우리는 온라인 비대면 수업의 확장성과 함께 오프라인 대면 수업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 전면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며 온라인 수업 방식에 적합한 분야, 과목, 내용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동시에 대면 수업의 긴장과 흥분, 즉흥 질문과 답변, 생동감 있는 학생의 눈빛이 수업에 주는 의미를 재발견하기도 했다. 이러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온라인 수업이 보다 확장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방식을 혼합한 블렌디드 수업(Blended learning)이 보편화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집합강의가 일반적인 평생교육 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보인다.
원격수업을 진행하면서 우리는 전국의 모든 교육현장에서 동시 원격수업이 가능한 전산망과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기술력과 함께 원격수업 플랫폼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학습자의 수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의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 민간 교육콘텐츠 개발 업체와의 협력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교사나 교수가 제작한 원격수업 콘텐츠만으로는 학습자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기에 한계가 있다. 민간 업체 에듀테크(Edu-Tech) 에서 개발한 고품질의 다양한 교육콘텐츠와 학습관리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을 학교의 정규 수업에 활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학습관리시스템에 학습자 특성 및 수준, 학습 이력 등 학습자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누적적으로 수집·분석되고 관리된다.
더불어, 학습공간에 대한 생각도 바뀌게 될 것이다. 온라인 수업이 더욱 보편화되면 학습 공간은 학교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ICT 장비는 말할 것도 없고, 가상 및 증강현실을 아우르는 확장현실(Extended Reality)을 갖추고, 학습매니저가 있는 유·무상의 학습공간이 곳곳에 생겨나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교육의 변화된 모습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1년에 발표한 학교교육의 미래(Schooling for Tomorrow)에 관한 6가지 시나리오 중 5번째인 ‘학습자 네트워크’(Networks & Network Society)와 매우 유사하다. 즉, 학습자의 요구가 다양해지고 저비용의 고품질 온라인 강의가 공급되고 글로벌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학교교육이 학습자 네트워크에 의해 대체될 시기가 바로 코로나19에 의해 보다 앞당겨진 셈이다. 앞으로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 등과 같은 온라인 기반 학교들이 보다 많이 등장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학습 촉진자(facilitator)’로서의 교수자 역할이 보다 강화될 것이다. 훌륭한 교수자들이 양질의 수업을 만들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공유하고, 교수자는 직접 강의를 하는 대신 학습자의 학습과정을 돕는 역할에 집중한다. 학습관리시스템은 학습자를 위한 최적의 학습과정 정보를 학습자와 교수자에게 제공한다. 이처럼 학습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수업(adaptive learning)이 현실화되고, 이에 따라 학습만족도 및 효과성은 배가 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는 ‘교육 혁신의 기회’이기도 하다. 2차 산업혁명 시기 한정된 공간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공장형 수업방식에서 벗어나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개별화된 수업 방식으로 전환할 기회이다. 코로나19의 대응 과정에서 우리는 그러한 학습혁명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는 우리 모두가 개별화된 원격수업 서비스를 언제 어디서나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평생학습 생태계 속에서 살고 있기를 기대한다.
차성현전남대학교 기초교육원장
- 약력
광주고려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교육학과 석사
미 플로리다 주립대학교 Educational Leadership & Policy Studies 박사
현 전남대학교 기초교육원장
현 전남대학교 사범대학 교육학과 교수
현 전남대학교 교양교육지원센터장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2009-2014)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전문위원(2011)
부총리겸 교육부장관 표창(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