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Ⅰ ‘평화운동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최영태 | DMZ평화인간띠잇기운동 광주·전남본부 상임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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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운동의 일상화’가 필요하다

한반도 평화가 안정적 단계에 도달하려면 크게 두 가지 문제가 풀려야 한다. 첫째는 남북관계가 풀려야 하고, 둘째는 북미관계가 풀려야 한다. 첫 번째 문제는 상당히 희망적이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 2007년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의 정상회담, 그리고 2008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이 평화공존할 충분한 의지와 환경을 만들었다. 금강산 관광, 개성공단 조성, 국제 스포츠 경기 때 남북한 선수단이 공동입장하고 ‘제3 코리아’라는 단일팀까지 구성한 것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남북이 하나 될 수 있음을 확인해주었다.

출처 : KBS(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출처 : 신아일보(여자탁구 남북단일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북한은 핵개발로 남북한 해빙 무드에 찬물을 끼얹었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각각 금강산관광과 개성공단을 폐쇄시켜버렸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서 남북관계에 다시 훈풍이 부는가 했으나 북미관계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남북관계마저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북미관계의 종속적 지위에 머물러 있음이 다시 확인된 셈이다. 남북이 분단된 것도 외세 때문이었는데 남북이 교류 협력하며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마저 외적 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는 것을 생각하니 분통이 터진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남북문제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 사람이나 정부의 역량을 넘어서는 게 분명하다.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 과거 민주화 운동도 정치인에게 맡겨가지고는 되는 게 없었다. 국민이 나서야 뭔가 풀렸다. 더욱이 남북문제는 미국이라는 외세가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으니 더욱 그렇다. 국민이 나서서 미국을 비롯한 주변 강대국들에게 남한 국민의 평화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필요하면 강력한 경고도 보내야 한다. 반미도 친미도 아닌 오로지 평화를 위하여.

지난 4월 27일 전국적으로 20여만 명이 서쪽의 강화에서부터 동쪽의 고성까지 휴전선 철조망 앞에 모였다. 광주·전남에서도 5,000여명이 임진각 주변에 모였다. 3,000여명은 직접 DMZ 안으로 들어가 5km 철조망 앞에서 평화의 손을 잡고 인간 띠 잇기 운동을 전개했다. 평화 만세! 통일 만세! 를 외쳤고 평화를 기원하는 노래를 부르고 춤도 추었다. 가져간 꽃 한 송이씩을 철조망에 걸며 분단으로 고통 받고 희생당한 사람들의 명복을 빌기도 했다.

출처 : 광주드림(DMZ평화인간띠 잇기, 광주전남서 5200명 참석)
출처 : KBS (판문점선언 1주년…DMZ 평화의 인간띠 잇기 행사 열려)

이번 DMZ 평화 인간띠잇기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은 전남의 경우 새벽 5시에, 광주에서는 6시 30분에 버스를 타고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으로 갔다. 어린이, 중고생, 80이 넘은 어르신, 시민사회단체 종사자, 종교계 사람들, 정당인, 농민, 노동자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함께 했다. DMZ 평화 인간 띠잇기 운동의 부제는 ‘DMZ로 소풍가자’였다. 20만 참여자들은 뜨거운 가슴으로 철조망을 녹이고 싶었다. 그리하여 세계 최고의 냉전지대인 DMZ를 세계 최고의 생태공원으로 만들고 싶었다. 우리의 이런 평화 의지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알리고 싶었다. 우리는 이번 행사를 통해 평화와 통일의 문제도 우리의 일상적 삶의 주제로 삼을 수 있음을 발견했다.

출처 : 연합뉴스(DMZ 평화인간띠잇기 결의대회. DMZ 평화인간띠운동 광주전남본부)

남북한 8천 만 국민이 평화 속에서 교류하고 협력하며 함께 잘 산다면 사실상 절반의 통일은 달성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나머지 절반의 통일 즉 정치적 통일은 역사에 맡기면 된다. 반면에 평화가 위협받는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번영은 사상누각이 될 수 있다. 민주주의도 위협받을 수 있다. 김대중 대통령은 서거 직전 행한 연설에서 불의 앞에서 행동하지 않는 것은 사실상 불의를 묵인 내지 동조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행동하라고 호소했다. 하다못해 담벼락을 향해 ‘독재타도!’를 외치라고 했다. 평화와 통일문제도 마찬가지이다. 평화운동이 우리의 일상적 행위가 되어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극우냉전세력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누가 평화세력이고 누가 전쟁과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인지 구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에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핵정책을 과감하게 포기하라고 촉구해야 한다. 미국에게 북한과 수교하고, 남북한 대화와 협력정책을 방해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좀 더 자주적으로 남북문제를 풀라고 격려 촉구해야 한다. 인터넷에서 평화운동 기사에 찬성 댓글을 달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DMZ 생태공원도 자주 찾아가자. 이렇게 평화와 통일을 일상화하려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최영태
최영태 DMZ평화인간띠잇기운동 광주·전남본부 상임의장
소속
전남대학교 사학과 교수
DMZ평화인간띠운동 광주·전남본부 상임의장

학력
전남대학교 사학과 박사

경력
2014~2015 전남대학교 교무처장
2014~2015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2010~2012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공동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