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 목소리Ⅳ 김선생의 광주사랑 ‘광주의 전설’ 글‧그림 | 김길남 웹툰 작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인쇄
이 코너는 중․고등학교에서 지리교사로 근무하다 퇴직 후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길남 웹툰 작가의 연재 코너입니다. 김길남 웹툰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광주사랑 블로그(http://yeisee.blog.me)에는 광주의 역사, 문화, 인물 등 다양한 이야기가 4컷으로 그려진 만화와 함께 담겨 있는데요. 퇴직 이후 열심히 수집한 광주에 대한 자료의 핵심만 쏙쏙 뽑아 만화로 제공한 광주 사랑 이야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광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광주평생교육 웹진 「무돌씨의 마르지 않는 샘」을 통해 연재되는 김선생의 광주사랑!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이번 주제는 ‘광주의 전설’로 광주지방에서 전해오는 전설 가운데서 도깨비의 전설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광주의 전설 무등산의 전설
'광주광역시 남구 대촌동에 전해오는 도깨비 이야기'
오늘은 광주지방에 전해오는 전설 가운데서 도깨비의 전설을 소개합니다. 도깨비 이야기를 하기 전에 다음의 글을 한 번 읽어보실까요?

여가 앉아 있으믄 전에 도깨비들이 저그 산밑에서 겅둥하니(1) 불을 쳐갖고(2) 번득 번득 번득 번득(3) 불을 써갖고(4) ​ 요리와. 저 철뚝(5) 있는데 까장(6). 철뚝있는데까장 와갖고 요 그 여, 앞에 오므는(7) 다리 있는데 냇가 안 있드라고. 냇가 있는 데까지 와. 저 산밑에서 불을 써갖고, 키는 지드르하니(8) 겅둥겅둥(9) 해갖고 시푸르니(10) 요, 그냥 써갖고 번득번득해갖고. 거기까지 왔다 또 인자 그리 도로 가.

표준말 번역문
여기 앉아 있으면 옛날 도깨비들이 저기 산밑에서 키가 매우 커가지고(1) 불을 켜가지고(2) 번쩍 번쩍 번쩍 번쩍(3) 불을 켜가지고(4) 이리와요. 저 철도, 기찻길(5) 있는데 까지(6). 철길 있는데 까지 와가지고 요기 앞에 오면(7) 여기, 다리 있는데, 시냇물 안 있든가요? 시냇물 있는 데 까지 와요. 저 산밑에서 불을 켜가지고, 키는 길어(8)요. 건들건들(9)해가지고, 시퍼렇게(10) 그냥 (불을) 켜가지고, 거기까지 왔다가 또 이제 거기로 다시 가요.(번역끝.)

도깨비들이 불을 켜가지고 돌아다닌다는 이야기인데요, 그건 그렇고 이제부터 광주에 내려오는 도깨비의 전설을 들려드리겠습니다.

2005년 10월 10일. 광주광역시 남구 대촌동 양과4동 수춘마을 주민 신애순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라고 합니다. 신애순 할머니의 남편은 젊어서 모시장사를 나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한번은 이 할아버지가 모시를 팔고 돌아오다가 날이 저물었습니다.

하필 깊은 산중이라서 주위를 아무리 둘러보아도 마을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마침 하늘에 밝은 달이 떠서 땅을 환하게 비추었습니다.일행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이 있었습니다. 달빛을 이불 삼아 깊은 잠에 빠진 콩밭을 보았습니다. 마침 가을이라 콩은 잘 여물어있었습니다.

옳지, 저 콩을 구워먹자. 일행은 밭에 들어가서 콩대를 한아름 왔습니다. 그리고는 모닥불을 피우고 콩을 구웠습니다. 원로에 시장했던 일행은 콩을 부지런히 까서 먹었습니다. 콩을 먹고 있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장대같이 키가 큰 사람이 불쑥 끼어들었습니다. "나도 시장하오. 콩좀 같이 먹읍시다." 키다리가 말했습니다.

키다리도 배가 고팠던지 아주 빠른 손길로 콩을 까먹었습니다. 사람들이 콩깎지 하나를 까먹는 사이에 키다리는 다섯개씩 까먹었습니다. 콩을 다 먹은 키다리가 제안했습니다. "제일 씬(센) 사람이 누구냐? 나랑 씨름 한판 뜨자." "외악다리를 뜨는 것은 반칙으로 하자." 키다리는 조건도 걸었습니다. 조건이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았습니다. 초면에 그런 제안을 하는 것도 불쾌했지만, 사실 말도 안되는 상대라서 어이가 없었습니다. 토끼더러 씨름하자고 제안하는 고릴라를 만난 기분이었습니다.

씨름을 하겠다는 지원자가 하나도 없는 가운데 무우장수가 나섰습니다. 무우장수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저 키다리는 덩치는 크지만 외악다리(왼쪽 다리)가 약한 것이 분명하다. 규칙이고 뭐고 필요없다. 왼쪽 다리를 걸어버리자."

드디어 씨름이 시작되었습니다. 무우장수는 샅바를 쥐자마자 키다리의 왼쪽 장단지를 힘껏 걷어찼습니다. 키다리는 거짓말처럼 고꾸라져 버렸습니다. 일행은 키다리를 통나무에 묶어두고 산을 너머 마을로 돌아왔습니다.

다음날 아침. 키다리가 어떻게 되었나 궁금해진 사람들이 키다리를 묶어두었던 자리에 가보았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상한 장면을 보았습니다. 키다리는 간 데 없고 기다란 빗자루가 통나무에 묶여 있었습니다. 그리고 통나무 밑에 지천으로 자라고 있는 질경이 잎새에는 콩껍질과 소화되다 만 콩이 수북하게 쌓여있었습니다. 끝. (자료 ; 광주광역시 구전설화, 전국문화원연합회 광주광역시지회, 2005)

또 다른 광주의 ‘역사’에 대해 궁금하신가요?
김선생의 광주사랑 블로그에 접속하시면 더 많은 광주의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