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평생교육史 우리 모두를 위한 5.18 교육의 길로 김정인 |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인쇄
5월17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5·18 39주년 기념 5·18교육포럼'이 있었다. (출처 : 5·18기념재단 제공)

5.18, 올해로 서른아홉 해가 흘렀다. 1980년 봄, 국가폭력에 목숨을 잃은 이들의 어린 자식들이 중년이 되어 부모에 대한 기억의 퍼즐을 어렵사리 꿰맞춰야 할 만큼 세월이 흘렀다. 5.18에 대한 과거 청산은 다른 사례에 견주어 볼 때, 비교적 신속히 마무리되었다. 가해 주체인 국가는 진상 규명과 보상에 나섰고 주동자들을 처벌했다. 피해자들은 국가로부터 정신적으로는 사과를, 물질적으로는 보상을 받았다. 5월 18일은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하지만 아직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은 계속되고 있다.‘왜 사람들은 살아남은 나, 혹은 우리의 슬픔과 고통에 공감하려 하지 않을까.’ 그들이 느끼는 소외의식과 고립감은 때론 생을 포기하게 만든다. 오늘도 머리와 마음과 몸이 너무 고달파서 스스로 세상을 등진 옛 시민군 동지를 보내고 남은 이들은 ‘그의 자살을 이해한다’는 참으로 뼈아픈 말을 내뱉는다. 하지만, 그들끼리 나지막이 말할 뿐이다. 세상이 그들을 보는 눈이 냉담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보상금도 듬뿍 챙겼는데, 아직도 5.18 타령이냐’는 비난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다. 아직 5.18은 대한민국에서 모두가 함께 아파하고 공감하는 비극이 아니다.

5·18민중항쟁 39주년 기념 학술교류포럼 (출처 : 5·18기념재단 제공)

이제껏 대한민국에서 5.18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차원에서 다루어져 왔다. 그래서 아직 진상 규명이 완결되지 않았고 왜곡과 폄훼가 끊이질 않고 있다. 2019년 2월 8일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주최하는‘5.18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현직 국회의원들의 5.18 망언이 쏟아졌다. 5.18이 북한군이 개입한 폭동이라 주장했고 5.18 유공자라는 이상한 괴물 집단이 세금을 축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날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며 그들을 비호했다. 또한 지난 세월 동안 가해의 역사를 은폐하는데 나섰던 세력들은 여전히 왜곡과 조작을 일삼고 있다. 과거 청산의 절차가 마무리되었다고는 하나, 다시 첫 단추인 진상 규명부터 꿰어야 하는 5.18은 그래서 아직도 기억 투쟁 중이다.

5.18이 현재진행형의 기억 투쟁인 이상 5.18 교육은 완결되지 않은, 즉 살아있는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살아있는 역사로서의 5.18에 대한 교육이 지향해야 하는 바는 공감과 연대 가치의 실현에 있다. 먼저 5.18 교육에서는 희생자는 물론 오늘날까지도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희생자의 가족, 생존자와 그의 가족과의 심리적 동일시를 추구하는 공감 교육이 최우선시되어야 한다. 또한 나와 너, 우리 평범한 사람들의 부끄러움이라는 정서를 바탕으로 5.18의 진실을 함께 알리고자 벌였던 오월 운동, 5.18이 남긴 생명공동체의 정신을 치유공동체로 이어가려는 노력 등을 살피며 살아남은 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고자 하는 연대교육이 필요하다. 5.18 교육에서 우선시해야 하는 것은 사건이 아니라 사람이다. 5.18이 살아있는 역사인 이상, 1980년을 살았고 또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희생자의 가족, 생존자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고통스러운 당시의 기억을 감히 드러내지도 못하는 가해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교육이 필요하다. 5.18이 남긴 고통과 상처를 감내하면서 또한 생명공동체적 삶과 민주화를 향한 연대를 경험하면서 좌절과 희망을 동시에 일구어왔던 평범한 사람들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5.18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5.18 교육은‘우리’모두의 공동체를 빚어가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5.18 교육은 학생을 대상화해 그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이제 5.18 교육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시민교육으로 거듭나야 한다. 자라나는 미래세대만이 아니라 5.18 당시 학생, 청년, 중장년이었던 이들에게도 5.18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길을 여는 교육의 기회가 마땅히 제공되어야 한다.

김정인
김정인 춘천교육대학교 교수
현재
춘천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경력
대통령직속 3.1운동및대한민국임시정부100주년기념사업추진위원회 기획소통분과 위원장(현),
대통령기록관전문관리위원회 위원장(현)

저서
“민주주의를 향한 역사”,“독립을 꿈꾸는 민주주의”“대학과 권력”, “역사전쟁, 과거를 해석하는 싸움”, “오늘과 마주한 3.1운동”, “너와 나의 5.18”(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