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흔히 현대미술이 어렵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세계에서 몸값이 가장 비싸고 유명한 영국 데미언 허스트(Damien Hirstㆍ51) 작품 조차도 처음 봤을 땐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광주비엔날레도 매번 어렵다는 지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주제만 봐도 그렇다. 지난 10회는 ‘터전을 불태우라’, 9회는‘라운드 테이블’, 8회는 ‘만인보’였다. 선뜻 와닿지 않는다. 하지만 꾸준한 관심과 교육을 통해 작가 의도와 작품 의미를 미리 알고 감상한다면 큰 감동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비엔날레다.
역동성을 표현하고 무한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2016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주제가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로 확정됐다. 주제 ‘제8기후대’는 점점 순수함을 잃어가는 예술의 본모습과 역할을 되찾으려는 의도를 담았다. 올해 비엔날레는 37개국에서 작가 97개팀(119명)이 참여해 수단으로서의 예술이 아닌 사람들이 직접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 집중하며 기존 전시와 차별화를 시도한다.
광주비엔날레재단(대표이사 박양우)은 보여주기식 행사에서 탈피해 컨퍼런스ㆍ포럼 등을 11월말까지 진행하며 지역 문화예술기관과 연계성을 높여 지역 밀착형 작품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특히 신진 작가ㆍ신작 비율을 높이고 지역과의 소통이 눈에 띈다. 작가들이 광주를 답사하며 작품 구상에 들어가거나 작업한 작품이 많아 신작 비율이 역대 비엔날레 중 가장 높은 40%에 달한다. 재단은 지난해 9월부터 참여작가들을 초청해 광주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 주제, 소재, 재료 등을 기반으로 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작가들의 창작의지를 북돋기 위해 작품제작비도 처음으로 지급한다.
그동안 의재미술관(2008), 양동시장(2010), 광주극장ㆍ대인시장ㆍ무각사(2012) 등에서 단편적으로 선보였던 외부전시도 확장한다. 올해는 중외공원 야외 음악당을 비롯해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 등에서 개최된다.
미술ㆍ공예ㆍ디자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네덜란드 출신 구닐라 클링버그는 의재미술관 전면 유리벽을 활용해 동ㆍ서양 조화에 대한 로고ㆍ패턴 작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 3월부터 무등산을 답사하고 춘설헌에서 숙박하며 작품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무등현대미술관에서는 뉘른베르크와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베른 크라우스, 우제길미술관은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사스키아 누어 반 임호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5ㆍ18민주화운동기록관(동구 금남로)에서는 멕시코 출신 크라터 인베르티도와 르완다 출신 크리스티앙 니얌페타가 기록관 기록물을 이용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란 나타샤 사드르 하기기안은 중외공원 야외 음악당을 활용해 프로젝트 ‘탄소연극’을 진행한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출신 사리세티아티는 외국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이 많은 광주 특성에 맞춰 이주노동자 커뮤니티와 협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지난 3월 광산구 다문화학교 ‘새날학교’ 방문 등 4월5일까지 필리핀, 인도네시아, 아프리카 등 이주민 커뮤니티와 다문화가정 여성 등을 만났다. 사리세티아티는 2011년 금천예술공장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인도네시아 노동자에 대해 연구하고 미디어로 작업한 이력이 있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서는 광주지역 이민자 커뮤니티 답사 등을 통해 확장된 작품 세계를 보여줄 예정이다.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_전시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간주하는 필립 파레노. 그는 이번 비엔날레에서 드로잉에 LED와 사운드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도 독특하게 꾸민다. 5개 전시실과 외부 전시장은 전시 주제 ‘제8기후대’에 맞춰 온도와 밀도 등을 달리해 다양한 기후대를 체험하도록 꾸며진다.
1전시실은 덥고 작품을 다량 전시해 밀도가 높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입구에 5ㆍ18광주민주화운동 주요 거점 녹두서점을 재현한 ‘산 자와 죽은 자를 위한 녹두서점’을 배치한다. 사람들과의 협동을 통해 작품을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페인 출신 도라 가르시아 작가는 36년 전인 1980년 5ㆍ18 당시 격문과 투사회보 등을 만들어서 배포했던 활동을 워크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실제 서점에서 판매했던 서적으로 꾸미고 당시 목격ㆍ경험했던 사람들과 1980년대에 관심있는 젊은층과 함께 프로젝트를 구현한다.
2전시실은 어둡고 컴컴한 가운데 비디오, 조각, 프로젝션 등 빛이 내장된 작품들을 전시한다. 3전시실은 다도해를 연상시키듯 각각 작품이 공간 하나를 구성한다. 공간을 작업 일부로 삼는 작가들이 꾸밀 예정이다. 또 4전시실은 추상적인 작품들을 통해 시원하고 텅 빈 환경이 연출되며 5전시실은 폴린 부드리(Pauline Boudryㆍ스위스)와 레나테 로렌스(Renate Lorenzㆍ독일)작가가 여성 퀴어 문화를 주제로 작업한 영상과 퍼포먼스 작품들이 전시된다.
올해 비엔날레는 그동안 잘 시도하지 않은 과정 중심 방식으로 진행한다. 마리아 린드 총감독은 큐레이터 최빛나, 보조 큐레이터 마르가리다 멘데스, 아자 마모우디언, 미쉘 웡과 함께 큐레이터팀을 구성했다. 또 광주 대인시장내 예술집단 ‘미테-우그로’를 지역협력 큐레이터로 지명해 지역과 소통에 나섰다. 오는 11월까지 매월 ‘미테-우그로 예술서가’, ‘독서모임’, ‘작가스크리닝’, ‘작품포커스’, ‘광주걷기’ 등을 진행한다.
지난 1월 시범운영을 거쳐 3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인프라스쿨’은 광주를 비롯한 전국 8개 기관과 연계한 예술교육프로그램이다. 총감독, 작가 등이 참여하는 강의, 세미나, 컨퍼런스, 등을 11월까지 총 51회 개최할 예정이다. 비엔날레 작가들은 단순히 전시작품만 선보이는 게 아니라 지식과 생각을 한국과 공유하고 있다.
비엔날레 친구들도 생긴다. 세계100여 개 예술 기관ㆍ단체들을 ‘비엔날레 펠로우’(Biennale Fellowsㆍ비엔날레 동료들)로 지명하고 협업 관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주목 받지 못하는 중소 예술 기관ㆍ단체 활동을 재조명해 다양성과 공생에 바탕한 예술계 미래상을 제시하자는 취지다. 현재 마리아 린드 예술감독이 운영하는 텐스타 콘스트홀(Tensta Konsthall, 스웨덴 스톡홀름), 최빛나 큐레이터가 운영하는 카스코(Casco,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등이 참여한다. 또 국제 미술계 소식과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국제적 매체 ‘이플럭스(e-flux)’, 4만 6000개 이상 자료와 디지털 정보를 보유한 홍콩 대표 연구기관인 ‘Asia Art Archive(AAA)’도 대상 기관이다. 비엔날레 진행과정과 논의된 결과물은 출판물로 발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