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가는 무돌씨 귀농ㆍ귀촌으로 즐거운 인생 2막 시작광주전남귀농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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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은 아무나 하나?

  농부의 일과는 새벽 4시께 시작해서 오전 10시면 대부분 끝난다. 이미 해가 떠있을 때 어영부영 일어나서 농사하려면 애초부터 발도 들이지 말라는 게 농부들의 조언이다. 농사는 ‘현실’이다.
  귀농과 귀촌은 따로 말할 필요가 있다. 귀촌은 노후를 자연 속에서 보내고자 하는 은퇴족이 주로 택하는 생활방식이다. 처음부터 돈이 좀 있으면 할 수 있는 전원생활이라고 보면 된다. 귀농은 다르다. 부딪치고 엮이고 굴러야 한다.
  귀농 교육은 농사의 원리, 농사짓는 법을 가르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농촌에서 어떻게 살아가는가’ 이다. 귀농해서 집은 어떻게 짓고, 마을에서 적응은 어떻게 하며, 마을 공동체나 협동조합을 만들려면 또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등 귀농을 제대로 배우려면 알아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도시에서는 불편이 생기면 전화 한통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농촌은 그렇지 않다. 카드보다는 현금을 써야할 때가 많고 형광등 한 개를 사려고 해도 장날에 맞춰 나가야 하는 소비방식에 익숙해져야 한다. 도시의 합리적인 삶에서 벗어나 자신의 생활 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광주전남귀농학교의 씨앗

  광주전남귀농학교는 수많은 사람이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어야했던 외환위기 때인 1998년 문을 열었다. 광주 카톨릭농민회 회원 등 30여 명은 학교가 생기기 2년 전부터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활동하며 귀농교육의 필요성을 느꼈다.
  귀농학교의 첫 수업은 광주시 서구 쌍촌동 카톨릭대평생교육원에서 시작됐다. 쌍촌동 귀농학교는 지난 2014년까지 이어오다 남구 양과동 ‘대촌 전통문화 커뮤니티센터’로 옮겨 새 둥지를 틀었다. 학교가 생긴 이래 18년 동안 1300여 명의 졸업생(생태귀농학교 1~29기)이 나왔고, 이 가운데 700여 명이 귀농의 꿈을 이뤘다.

귀농ㆍ귀촌의 기초과정 ‘생태귀농학교’

  귀농학교의 대표적인 교육과정은 귀농ㆍ귀촌을 희망하는 도시인들을 위한 ‘생태귀농학교’이다. 9월에 시작하는 생태귀농학교는 30기를 맞는다. 100여 명의 학생들이 2달여 동안 매주 화, 목요일 저녁에 학교 2층에서 이론 교육을 받고, 주말에는 배웠던 것들을 학교 옆 농장에서 실습한다.
  강사진은 교수나 연구원이 아닌 새벽에 막 논에 물을 대고 온 ‘귀농 선배’들이다. 10년 이상 농사를 지은 전국의 ‘베테랑’ 강사진 200여 명이 돌아가며 강단에 선다. 일흔이 넘은 학생도 필기를 해가며 강의에 귀를 쫑긋 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흙을 살리는 ‘소농학교’

  소농(小農)은 말 그대로 밥상에 올리고 조금 남을 만큼 작은 농사를 짓는 농민이다. 더 들어가면 농사의 본래 의미와 뜻을 되새기면서 땅의 생태와 이치를 살리는 농사를 짓는 것을 뜻한다.
  소농의 가치는 첨단 기술이 집적된 스마트 농업이 떠오르면서 반대되는 입장으로 다시금 주목되기 시작했다. 농업의 대량 생산화는 땅을 죽게 하는 것이라는 게 소농들의 주장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자연농법’은 유기농법과 또 다른 방식이다. 벌레도 작물과 함께 살아가야할 생명으로 보고 친환경 농약도 하지 않는다. 땅을 숨 쉬지 못하게 하는 하우스(house) 농법도 거부한다. 물론 효율은 떨어진다. 억대매출을 올리는 기업농이 되려는 게 아닌 이상, 땅과 함께 농사짓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는 농림부 지원을 받아 ‘자립하는 소농학교 1기’를 출범했다. 9개월 간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이 강좌는 귀농ㆍ귀촌을 위한 심화과정인 셈이다. 소농학교에 참여한 학생 30명은 4계절에 걸쳐 논ㆍ밭농사를 직접 짓는다. 4일에 걸쳐 실습을 하거나 주말을 활용해 농사 현장을 탐방하기도 한다.

도시 텃밭 가꾸기

  귀농학교에는 논 2000평, 텃밭 2000평 규모의 실습 농장이 있다. 시민들은 5~7만원의 비용을 내면 ‘건강희망텃밭’이라는 도시텃밭 가꾸기에 참여할 수 있다. 이름을 새긴 솟대로 자기만의 텃밭을 표시한다. 현재 200여 가족 및 커플에게 적게는 5평, 많게는 10평 크기의 텃밭을 분양했다. 어린이집, 초ㆍ중ㆍ고교나 공공기관에서도 20평의 텃밭을 분양 받을 수 있고 장애인이 가꾸는 맞춤형 텃밭도 마련됐다. 마음을 단단히 먹으면 1년에 기를 수 있는 작물은 상추, 고추, 오이, 토마토, 콩, 양파, 마늘 등 10가지에서 많게는 37가지까지 다양하다.

  꼭 귀농을 하지 않더라도 밥이나 채소를 잘 먹지 않는 자녀의 식습관을 바꾸고 싶다면 가족 텃밭 가꾸기가 좋은 해결방법이 될 수 있겠다. 1년 여 동안 텃밭을 가꾸면서 직접 키운 작물을 대하는 태도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수확의 기쁨은 함께 나눈다. 생태귀농학교 학생들은 졸업한 뒤에도 각 기수마다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직접 거둔 작물을 그 자리에서 요리해 먹는 ‘팜 파티’(Farm party)는 수강생들끼리 스스로 진행하고 있다.
여성과 청년을 위한 귀농교육 추진

  귀농학교는 개교 이래 많은 어려움에도 홀로서기를 고집해 온 만큼 앞으로의 먹거리를 차곡차곡 준비하고 있다. 먼저 청년ㆍ여성을 위한 귀농 교육을 따로 마련하고자 한다. 그동안 귀농은 은퇴를 앞둔 40~50대 직장 남성들의 ‘로망’이었다. 가족 구성원 중 특히 아내의 동의를 얻지 않은 귀농은 성공하기 쉽지 않다. 귀농하려면 먼저 가족에게 집 근처 마트가 없어도, 친구가 멀리 살아도 귀농이 좋은 점을 설득해야 한다. 귀농학교는 여성 수강생에게도 쉽게 귀농하는 법을 알려주고자 여성 전용 과정을 계획하고 있다.
   또한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은 청년을 위한 과정도 마련한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인 취업난 속에서 농업은 청년에게 하나의 진로로 떠오르고 있다. 바늘구멍 취업 문에 지친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을 것이다.
  지난해 27세의 한 청년이 생태귀농학교 과정을 마쳤다. 모든 신입생들은 교육 첫 시간 ‘내가 귀농해야 하는 10가지 이유, 그리고 귀농하는 과정에서 예상되는 어려운 점과 극복 방법’에 대해 작성해보는 과제가 주어진다. 신학대를 졸업한 그는 첫 번째로 ‘면세유로 BMW를 타기 위해서’ 귀농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예상치 못한 답변에 모든 좌중은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농부가 경운기만 타고 다니라는 법 있냐고 그는 반문했다.
  점차 이 청년의 대답은 가벼운 생각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알게 됐다. 그의 당찬 포부는 2개월이 지난 뒤 윤곽이 뚜렷해져 있었다. 그는 나주 남평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아버지를 돕고 있다. ‘젊은 놈이 무슨 농사냐’라는 가족의 반대를 설득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그는 내년에는 꼭 1평이라도 자신만의 논밭을 가꾸고자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패기 충만한 20대 청년이 귀농의 꿈을 이루길 강사와 모든 학생들이 응원하고 있다.

평생교육 리더 - 이이현 광주전남귀농학교 사무국장
  수업이 없는 평일 오전에 찾은 귀농학교에는 이이현 광주전남귀농학교 사무국장(49)을 포함한 상근 직원 2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복도 한 편에는 기다랗게 늘어놓은 감자가 보였다. 이 사무국장은 오는 주말에 시민들이 모여 함께 감자 캐기를 할 것이라 귀띔했다.
  국문학을 전공한 이 사무국장은 대학시절 시 쓰기를 좋아했고. 학교를 다니며 알게 된 농민운동에도 참여했다. 대학 졸업반이었던 27세 청년은 연고도 없는 장성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2년 만에 20대 청년의 귀농 생활은 실패로 끝이 났다. 20여 년이 지난 지금 “농사를 직업으로만 보고 삶이 바뀌지 않은 채 의식만 바꾸려고 했던 게 문제”였다고 그는 회상했다.
  그 뒤로 시민단체와 광주시 남구 구의원으로 활동했던 그가 귀농학교 후원 회원으로 있던 시절, 학교는 설립된 지 15년 여 만에 어려운 시기를 맞았다. 2년 간 대표가 공백인 시기가 지속되자 학교 구성원들은 이 사무국장에게 도움을 청하게 됐다. 실패한 귀농인이었던 그가 2014년부터 귀농학교 사무국장을 맡으며 또 다른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오는 9월 광주 풍암호수공원에서 열리는 ‘제5회 대한민국 도시농업박람회’ 운영을 귀농학교가 맡게 되면서 그는 더욱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끝으로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자 하는 그의 교육 소신을 들어보았다.
  “하늘의 새 몫 한 알, 땅의 벌레 몫 한 알, 그리고 자신을 위해 한 알, 이렇게 세알의 씨앗을 심는 농부의 마음을 가르치는 것이 귀농학교입니다. 귀농학교의 구성원들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민의 삶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광주전남귀농학교
인터넷 카페 : cafe.daum.net/landlovers
전화 : 062-373-6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