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인터뷰 Ⅱ 샛길로 빠진 인생, 걷다 보니 지름길이었네 무돌씨가 전하는 인생매뉴얼 '사람책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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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구 청소년수련관 1층, 커피 내리는 소리와 함께 삼삼오오 사람들이 보이는 라디오 강연장으로 들어온다. 다들 표정이 밝다.
(재)광주평생교육진흥원(원장 이계윤)은 광산마을라디오(대표 배철진)와 함께 총 8회에 걸쳐 사람책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다. 4회차인 오늘의 사람책은 공정여행가 양상민 대표다. 양 대표는 전북 한옥마을로 유명한 곳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전주천 천변과 판소리, 승암산을 배경으로 자란 그는 어린 시절 주변 환경과 초등학교 4학년 때 읽었던 세 권의 책이 지금의 여행과 음악을 사랑하게 된 배경이 되었다.

사람책 양상민 (공정여행사 ReBorn대표)

걸리버 여행기를 읽고 거인국을 찾아 나서고 싶었다. 훗날 그가 본 거인국은 유럽의 네덜란드였다.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읽고 세계에 대한 여행을 꿈꾸게 된다. 이는 행정공무원으로 재직할 당시 가짜 병가 휴가서를 내고 86일간 세계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는 주인공이 했던 말이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초등학교 6학년 때는 청소시간 다른 친구들이 청소할 때 학교 방송실에서 40분 동안 라이브로 노래할 만큼 노래를 좋아하던 소년이었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지만, 고1 사춘기 시절, 아버지가 형과 자신을 차별한다는 생각에 서울로 가출을 했다. 비록 10일간의 가출이었지만 이때 서울의 모습을 본 사춘기 소년은 서울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심을 품게 된다. 공부는 하기 싫었지만 영어와 음악만큼은 놓지않고 살았다. 대학 시절 광주 5.18 민주화 운동으로 공직에 있는 아버지가 좌천되고, 학교에서는 제적당하고 감옥에서 구타로 신체 일부가 장애를 겪는 고난의 시절도 겪었다.

사람책 공정여행가 양상민(좌)씨와 광산마을라디오 진행자 이윤경(우)씨가 토크콘서트 ‘보이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결혼과 동시에 공무원 사표 내고, 서울로 가서 6선의 국회의원 지구당 사무국장을 역임하면서 지방행정과 중앙정치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으며, 축제와 각종 행사기획 관련 일을 통해 문화와 관광 기획을 지금껏 해오고 있다.
현재 공정여행사 Re Born(www.reborn14.co.kr)을 운영하는 양 대표는 15년째 청소년 국제 캠프를 기획하고, 주부들이 깨어야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에 양성평등 실천 운동과 주부배낭여행을 기획하고 있다.

보이는 라디오 강연장에 참여한 수강자들이 사람책 도서관 양상민 대표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요즘 우리 아이들의 꿈은 스마트폰 화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양 대표는 수학, 철학, 문학, 예술, 체육 등 이 모든 것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라고 주장한다. 여행은 우리 청소년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동아리 활동도 학교 안에서만 합니다.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지인 중에 대기업 다니면서 연봉 1억을 받는 사람이 있지만, 지금까지 그가 살아오면서 다녀온 여행은 회사에서 보내 준 3박 4일 연수가 전부라며 “이 사람에게 세상은 골프장과 회사, 헬스장이 전부인 거에요”
양 대표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남들이 보기에 샛길로 빠진 인생을 살아왔지만, 돌이켜보면 그 길은 자신이 원하는 길이였고 중년의 나이에 들어서고 보니 오히려 그 길이 지름길이었음을 알았다고 밝혔다. 이날의 강연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었다.

광산마을라디오 배철진 대표가 페이스북(링크 클릭)에 실시간 방송을 내 보내고 있다.

“나 여행가요”

양 대표는 아내들이 남편에게 여행 가면서 허락을 받지 않는 세상이 오기를 희망한다. 남편에게 여행가는 목적과 장소를 알려주고 상의를 한 후 떠나면 되는데, 굳이 남편의 허락을 받고 여행을 간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과 아내에 대한 남편의 신뢰가 약하다는 방증으로 보기 때문이다. “아내가 남편의 허락을 받지 않고 상의하고 여행을 갔으면 좋겠다는 이유는 아내가 행복해야 내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지기 때문입니다.”
1부를 마치고 2부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가장 기억에 남은 여행지는 어디인가요?
A. 작년 크루즈 유람선 여행 때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 위치한 해안도시 타오르미나 섬이 기억에 남습니다. 유람선에서 택시로 40여 분간 들어간 큰 섬인데 깎아지른 절벽에 멋진 성과 집들, 골목마다 멋들어진 집들이 소품처럼 배열되어 있고 눈을 돌리면 지중해가 그림처럼 펼쳐진 섬이에요. 많은 사람이 산처럼 생긴 언덕을 올라가기에 따라 올라갔더니 거기에 2,000년 전에 세워진 원형경기장이 있고 경기장 배경이 지중해로 되어 있는 섬. 그 지중해의 해안선이 정말 예쁘게 굴곡져 있는데 그때의 가슴 벅찬 희열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타오르미나 섬의 원형극장과 마을모습, 사진자료 : http://blog.socuri.net/1006

공정여행가이신데 공정여행이란게 뭔가요?
A. 온라인에 보면 299,000원에 베트남 다낭을, 340,000원에 필리핀을 다녀온다고 해요~ 비행기 삯도 안되는 금액에 관광하고 숙박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어요? 거기에는 공정하지 못한 뭔가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런 경우는 하루에 쇼핑센터 두세 군데씩 방문하게 하고 물건 판매한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입니다. 단적인 예가 '라텍스'인데, 일반 시중 가격 4배 정도로 판매합니다. 라텍스 함유량은 50% 미만이고요. 여행사가 개입하면서 금액을 20-30만 원으로 올려서 사게 만듭니다. 그 차액으로 현지 인솔자와 가이드, 국내 여행사가 나누어 갖고요. 결국 여행객은 자신이 손해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여행하는 것입니다. 공정여행이란 옵션, 쇼핑 빼고 순수한 여행, 되도록 현지 사람이 운영하는 호텔과 식당으로 가고 중간 유통마진도 빼고 현지인과 직접 연결하여 모두가 만족하는 것이 공정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늘 목차에 나와있는 더디가도 함께 가자는 사례를 말씀해 주세요.
A. 여행을 인솔하다 보면 뒤처지는 사람에게 기준을 맞추어야 여행이 무리없이 마무리됩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이탈청소년 교육도 여행을 통해서 스스로 부딪혀보고 겪어보게 합니다. 일례로 10년 전 모 시의원 중3 아들이 자기 몸에 칼로 문신을 새기고 담뱃불로 자해 자국을 내면서 학교에 다니다가 정학 처분을 받은 학생이 있어요. 그의 아버지가 못된 친구들과 떼어내기 위해 제 여행에 동참을 시킵니다. 14일 일정에 8일 차 되는 날 제 방에 왔어요. 울면서 말해요. “선생님 다시 시작하고 싶어요.” 그 아이가 어울리는 친구들은 맨날 도둑질하고 여자애들과 어울리고 폭력을 일삼은 친구들이었는데 함께 여행 온 친구들은 모두 학교에서 상위권에 있는 학생들이었어요. 여행을 하면서 마음에 변화가 생긴 것이죠. 그리고 스위스로 호텔경영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가게 됩니다. 시 의원인 아버지도 지금까지 한번도 공부하겠다고 한 적이 없던 아이가 공부하겠다고 하니 눈물을 흘리더라구요.

(사회자) 개개인을 리더로 만드는 게 여행이지 않나 싶습니다.
A. 여행은 종합인문학이고 종합예술이고 관계 회복의 통로입니다. 제가 여행학교를 세울 수는 없지만, 여행 밴드나 동아리를 통해 청소년과 공정여행을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여행을 갈 때 갔던 곳을 여러 번 가신다고 했는데 왜 그런지, 그리고 그때의 느낌이 어떤지 궁금합니다.
A. 지금 극장에 러빙빈센트라는 영화가 상영 중에 있어요. 저는 미술을 전혀 모릅니다. 그런데 여행을 통해서 고흐가 네덜란드 암스트롱에서 프랑스 파리로 가고, 남부 프로방스로 갔다가 파리 근교 오베르쉬즈우아즈 마을로 이사가는 여정을 사람들이 여행 경로로 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도 그 길을 따라가 보았어요. 그리고 고흐 때문에 울었어요.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래 가사에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는데’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세계적인 천재 화가 고흐가 우아즈 마을에서 한 평도 안되는 공간에서 자살합니다. 돈이 있었으면 자살을 하겠어요? 평생에 사랑하는 여인도 딱 한 명이었죠. 고갱이 떠난 간 뒤에 자신의 귀를 잘라버립니다. 고흐는 우아즈 마을에서 71점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지금 고흐의 작품은 한 점당 수백억씩 합니다.

양 대표(좌측)가 수강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저는 여행을 통해서 고흐와 고갱을 알고 되었고 동시대의 사람 모네와 마네, 샤갈, 피카소를 알게 되었고 인상파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런던을 25 번 가고 로마를 15번 갔어요. 왜 똑같은 장소를 여러 번 가냐고요? 어린 왕자를 초등학교 때, 고등학교 때, 대학교 때, 청년이 되었을 때 읽은 감흥이 다르듯이, 여행도 계절에 따라 다르고, 혼자 갈 때, 친구와 갈 때, 연인과 갈 때 느낌이 다르고 그 당시 내 마음 상태에 따라 느낌이 다르게 다가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한 도시를 여러 번 다닐 수는 없지만, 최소한 두 번은 가야 그 도시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람들은 3시간 만에 피렌체라는 도시를 지나갑니다. 저는 2박 3일을 머물러 보라고 합니다. 그래야 그 감동과 기억이 평생을 갑니다.
현재 직업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지, 전공이나 인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여행에 관한 DNA가 꽂혀 있는 사람입니다. 여행에는 3대 필수가 있습니다. 음악, 영화, 책입니다. 내가 가려고 하는 도시가 이탈리아의 ‘ 베로나’라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꼭 읽어야 합니다. 관련된 음악과 영화도 함께 보세요. 그러면 다녀온 도시의 여행 추억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자유여행은 고생한 것이 기억에 남아요. 그러니 여행지에 대한 음악, 영화, 책을 통한 탐색활동을 통해 여행하면 그 추억은 오래갑니다. 전공이나 인맥은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도움 될만한 말씀 한마디 해 주신다면?
A. 여행은 무릎이 떨릴 때 가지 마시고, 가슴이 떨릴 때 가세요. 그리고 떠나실 때는 반드시 음악과 영화와 책을 살펴보고 가세요.

김 종 완
제1기 광주 평생교육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