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인터뷰 Ⅰ 문해교육 27년, 나이를 잊은 배움의 열정! 평생교육 전문가 인터뷰 - 기초문해 편 ‘오성자 광주푸른학당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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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을 일상화하고 삶의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평생교육. 평생교육법에 명시된 평생교육의 6대 영역을 고려하여, 2007년 「한국 평생교육 프로그램 6진 분류표」를 기준으로 6개의 대분류(기초문해, 학력보완, 직업능력, 문화예술, 인문교양, 시민참여 교육)와 18개의 소분류로 구분하여 모든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유형화시켰다. 이 코너는 평생교육 6진 분류에 따라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각 분야별 전문가를 만나 그들의 배움을 통한 나눔,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을 들어본다. 네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기초문해교육 분야 전문가 ‘오성자 푸른학당 교장’이다.

  9월은 ‘대한민국 문해의 달’로 교육부와 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전국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을 개최하고 있다. 성인문해교육에 대한 사회적 인식 확산 및 문해 학습자의 참여 확대를 위한 것이다. 성인문해교육은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상황 등으로 기초교육을 받지 못한 성인들에게 일상생활에 필요한 문자해득 능력과 수학, 컴퓨터 등의 생활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올해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은 광주지역 21개 문해교육기관에서 추천한 40개 시화 작품을 심사하여 4개 작품을 교육부(국가평생교육진흥원)에 출품했으며,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김성순, 69세, 광주첨단종합사회복지관) 등 출품작 모두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글을 몰라요”라는 말을 할 수 있는가?
  내가 글자를 모른다면? ‘내 이름’을 쓰고, 가게 간판도 읽고, 손자 손녀에게 편지도 쓸 수 있다는 기쁨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조차하기 힘들 것이다. 낯선 나라를 여행하면서 언어에 대한 답답함을 느꼈을 때와는 많이 다르겠지만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평생교육 프로그램들을 통해서 많은 이들의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은 푸른학당을 찾았다. 문해교육 평생학습기관으로 배움의 시기를 놓친 분들이 열정을 갖고 찾는 곳이다. 초·중·고 세 개 반으로 나눠서 수업을 하는데, 초등 검정고시를 준비하여 합격하면 초등학교 졸업인증을 받게 된다.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기는 그 어느 정규학교보다 뜨겁다. 교실에서 또박또박 글을 읽어가는 어르신의 긴장한 목소리가 들렸다. 차분히 듣고 있자니 글의 느낌이 묻어난다. 글자가 아닌 글의 의미를 알고 읽는 것. 계속되는 질문으로 칠판이 가득 채워지고, 선생님의 목소리는 갈라지고 진도가 더디지만 뜨거운 용광로와 같은 배움의 열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Q. 언제 처음 푸른학당 운영을 시작하게 됐나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결혼을 했지만, 항상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대학진학의 꿈을 안고 야학을 찾았다. 학생 신분이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했다. 하지만, 야학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생각지도 못하게 운영을 맡게 되었다. 1990년 푸른학당 교장이 되었고 27 년간 운영하고 있다.
Q. 전국야학연합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 전·야·연은 어떤 곳인지요?
  전국야학연합회(전야연)는 2003년 설립된 개별 야학들의 연합회이다. 학교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과 정규교육의 기회를 놓친 성인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단체이다. 각 지역 개별 야학들이 상호교류, 정보공유, 연대활동을 하고자 모였다. ‘비정규 교육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벗어나 비정규청소년, 무학자, 비문해자, 이주여성에 대한 교육 · 복지 · 문화생활을 지원하는 평생교육시설로 발전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2005년부터 광주전남야학협의회 회장을 역임하게 되었다.
Q. 푸른학당의 강사수, 학습자수, 월 수강료, 교재비, 학습대상자는 어떻게 되나요?
  강사수는 총 17명(주간 12명, 야간 5명), 학습자수는 30여명이다. 학습자는 월 수강료 1만원, 학당사무실유지비 1만원을 납부한다. 강사들은 6개월~1년간 자원봉사가 필수이다. 교재는 강사들이 직접 만들어서 쓰는데, 국가에서 교재를 지급받기도 한다. 책값은 1만원으로 학년이 올라가면 책을 교체하는 보증금 개념이다. 한때는 청소년 학생들이 많아서 야학이 활성화되는 듯했지만, 국가보조를 받는 기관들로 학생들이 빠져나갔다. 현재 푸른학당의 학생들은 중년의 어머님, 아버님들이다. 이분들은 여전히 야학을 선호하시는데, 아버님들은 직장생활을 해야하기 때문에 공부를 계속하기 힘들어 하셔서 안타깝다.
Q. 푸른학당 운영은 어떻게 하고 있나요?
  2008년부터 국가보조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학당 운영은 만만치 않은 과제로 남아있다. 학당 한 켠에 공예방을 내서 양재, 토탈공예, 벨리댄스 등 강의를 하고 외부강사로 출강해 운영비를 충당했다. 그럼에도 학당을 운영하기 너무 힘들어서 잠깐 접기도 했었다. 1996년 영광 성지고등학교 공예특성화 강의를 했고, 영광중, 성지중에도 출강했다. 성지고에서는 벨리댄스를 지도하여 대회에서 큰상을 받기도 했다. 그 인연으로 계속 연락을 주고받는 제자는 “선생님을 만나서 즐겁게 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알게 됐어요.”라며 감사의 마음을 늘 전해오고 있다.
Q. 푸른학당 운영을 위해 자기계발을 많이 하셨는데, 어떤 것이 있나요?
  학생들에게 단순히 글자를 깨우치게 하는 것보다는 소통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게 하고 싶었다. 2001년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에 진학했다. 노인건강체조, 레크레이션 1급, 지점토, 홈패션, 종이접기, 동판공예, 벨리댄스, 댄스스포츠, 라인댄스, 줌바댄스 등 자격증만 20개이다. 현재 받고 있는 디자인싱킹은 수업에서는 '공감(empathy)’ 능력과 해결책을 시각화하고 문제점을 보완해가는 방법론을 배우고 있다.
Q. 푸른학당은 문해교육 평생학습기관으로 학력인정 기관인가요?
  아직 푸른학당은 학력인가기관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도서관이나 국가 기관의 문해교육기관에서만 학력인증을 해 주고 있다. 국가 문해교육기관에서는 무료로 수업을 받는데, 푸른학당은 수강료를 받아야만 유지할 수 있는 2중고를 안고 있다. 학력인가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갖춰야하는 시설, 복잡한 서류절차 등도 걸림돌이다. 강사비는 국가에서 지원을 받지만, 학당 운영비는 자비부담이라는 것도 학력인가기관으로 가는 길을 어렵게 하고 있다.
Q. 푸른학당을 통해 문해교육을 받은 학습자들 중 기억에 남는 분들이 있다면?
  많은 학습자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 다섯 명을 소개해보고자 한다.
  하나, 2003년 엄청난 폭설이 내린 겨울날, 북구 운암동에 사는 박정순 학생이 동구에 있는 푸른학당까지 걸어왔다. 버스도 끊기고 오가는 사람도 없는 길을 3시간을 걸어서 왔다고 한다. “선생님, 늦어버렸어요. 수업은 절대 안 빠질 거예요.”
  , 글씨를 몰라 동네 사람들과 같이 간 노래방에서 뛰쳐나왔다는 어머님은 글을 배우고 노래를 달달 외웠다. 그래서 다시 동네 사람들과 노래방을 가서 신나게 3곡이나 부르고 나왔다.
  , 어린 소녀는 허리춤에 도시락을 메고 찰랑찰랑 수저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학교 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학교를 보내준다는 말에 솔깃해 무단가출해 식모살이를 갔다. 세월이 흘러 결혼을 했다. 어느 날 남편이 가계부를 쓰라고 했다. 그러나 글을 모르는 그녀는 재치가 있었다. “내가 하루 종일 어머님 수발하고 애들 챙기고 집안일 하면 너무 피곤해요. 내가 불러주면 당신이 가계부를 쓰면 되지 않겠어요.”
  , 글씨를 몰라 남편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학당에서 얼음주머니를 머리에 얹어가며 공부하던 어머님. 5년간 그렇게 공부를 하던 그녀는 어느 날 남편이 맞춤법이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요즘에 누가 ‘읍니까’를 써요. 맞춤법이 바뀌어서 ‘습니다’로 써야죠.”라며 통쾌한 한 방을 날렸다. 다섯, 30대 미혼남이 글씨를 깨우치고 운전면허증을 취득했다. 그 후 결혼까지 3마리 토끼를 잡았다.
Q. 학당을 운영하면서 힘이 되는 한 마디?
  많은 학생들이 감사의 마음을 전해온다. 사무실이 이사를 앞두고 이사비용이 없어 힘들어 할 때 3만원을 손에 꼭 쥐어주던 학생이 있었다. “힘들고 어려울 때 고비를 넘긴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국가에서 돌보지 않은 저 같은 까막눈들은 학당이 없어지면 눈 뜬 봉사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분들의 눈을 마주보면 학당 운영을 멈출 수가 없었다.
Q. 문해교육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제안해 주신다면?
  지난 반세기동안 사명과 소신으로 문해교육을 이끌어온 야학과 문해교육기관 및 단체들은 국가나 사회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했다. 문해교육은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무학, 저학력 성인들에게 생활에 필요한 문해학습을 해야한다. 그로써 자존감과 자립심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다. 그들이 못 배운 한을 풀고, 편지도 써보고, 단체 회장도 하고 봉사활동도 하며 당당한 사회인으로 자격을 주는 것이다. 모든 행정과 정책이 주도하기보다는 시민들과 지역사회가 이끌어 온 기초교육 인프라를 인정하고 지원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력인정 또한 원하는 기관 및 학습자들에게 폭넓고 유연하게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Q. 푸른학당을 위한 향후계획이나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자녀가 있지만 자녀들에게도 국가에서도 지원을 받지 못하는)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 계량한복을 만들어 선물해주려고 재봉실에서 밤을 지새웠다. 나의 희생 속에 타인들에게 기쁨이 간다는 것, 그것은 내가 존재하는 이유이다. 학생들의 노트가 채워져 가고, 흉내만 내던 글씨가 뜻을 알고 쓰는 것을 보면서 가르치면서 오는 희열이 푸른학당을 이끌어가는 힘이 된다. 끝으로 각각 흩어져 있는 문해교육기관의 강사들이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생기면서 문해교육 멘토로 활동하게 되면서 강사들 간의 소통이 더욱 활발해졌다. 문해교육기관의 어려움을 알아주고 해결해주는 광주평생교육진흥원에 감사를 전한다.

배움에 늙음은 없다. 당신의 마음이 젊다면…

  우리나라만큼 교육열이 높은 나라가 없다는 것은 전 세계인이 인정하고 있다. “너는 손에 흙 묻히고 살지 마라.”라는 말을 자녀들에게 유언처럼 남긴 옛 조상들의 말씀이 그 어떤 법보다 강하게 남아있다. ‘ 교육’만이 대물림되는 가난을 끊어낼 비책이었다. 지금도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하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배움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이들도 많다. 성인문해교육은 글자를 모른다는 단순성이 아닌, 개개인의 모든 사회생활에 적용이 되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한다. 푸른학당 게시판에 붙어있던 이영애 학습자의 ‘나의 꿈’이라는 글을 보면서 마음이 찡해진 것도 그와 같은 이유였다. “배움에 나이는 상관없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당신의 마음이 젊다면 지금 당장 도전해보기를.”

오 성 자
광주 푸른학당 교장
  1990년 문해교육 평생학습기관인 푸른학당의 교장으로 취임하여 현재까지 27년간 성인문해교육에 힘쓰고 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학과를 졸업, 농학과 댄스스포츠 동아리를 창단,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2005년부터 광주전남야학협의회장을 역임하고 있으며, 무지개문화센터 대표(2006년), 청소년 댄스동아리 이사(2007년), 광주 북구 민속벨리댄스연합회장(2010년)으로 활동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주부기자로 활동하며, 경력 단절여성을 위한 일거리 창출을 위한 홈패션교육을 담당했다. 쌍촌시영복지관 생활공예 강사, 영광성지고 공예특성화 강사, 영광중·성지중 벨리댄스강사, 정읍여성사회센터에 출강했다. 자격증 (양재, 토탈공예, 노인건강체조, 레크레이션 1급, 지점토, 홈패션, 종이접기, 동판공예, 벨리댄스,댄스스포츠, 라인댄스 강사, 줌바댄스) 보유.
이 서 경
제1기 광주 평생교육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