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 목소리Ⅱ 마을학을 배우며 변화된 삶 유보경 | 서구평생학습관 ‘서구마을학’과정 수료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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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록빛 싱그러움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높고 파란 하늘과 길가에 흐드러진 코스모스, 누렇게 익어가는 들녘이 가을이 오고있음을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이렇듯 시간의 흐름은 유수와 같아 56년의 세월을 살아 냈다. 작년부터 아이들은 경제적 독립을 해 내 곁을 떠났고 갱년기 증세와 빈 둥지 증후군(Empty nest syndrome)으로 힘들어 하던 즈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렇게 좋아하던 운동을 못하게 됐다. 몸은 점차 말썽인데, 마음은 청춘인지라 마음이 원하는 대로 하다 보니 무릎이 망가지고 발바닥이 고장이 나서 병원 신세를 지는 바람에 자유로이 움직일 수가 없었다.

  자연히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서 남는 시간을 주체할 수 없어 자괴감에 빠져들 때쯤, 우연히 아파트 게시판에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 프로그램’이 눈에 띄었다. 여러 개의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그 중 ‘마을학’에 관심이 갔다. 이곳에 산지 15년이 넘었지만, 보이는 빌딩들과 아파트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에 서구에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는지 궁금하기도 했고 내가 사는 곳의 속살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에 수강 신청을 했다. 이러한 공공 프로그램은 처음 접해서 설레기도 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 탓에 약간의 두려움을 가지고 수업에 들어갔다.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 프로그램 ‘마을학’
  첫 번째 수업은 시인이자 조선대 교수이셨던 김종 선생님의 광주의 역사와 서구인물들의 수업이 이어졌다. 수업을 들으면서 많은 환란 속에서도 불의에 맞서 분연히 일어나 의병활동으로 나라를 지켜낸 선조들의 이야기에 가슴이 뜨거워졌다.


  두 번째 수업은 서구문화원장이신 정인서 선생님이 서구 문화재와 정자이야기, 서구 팔경 그리고 도로명에 대한 사연을 들려주셨다. 그리고 세 번째 수업은 지역문화 교류 일을 하시는 김정희 선생님의 타(他)구 이야기와 서구 비전에 대한 말씀과 강사로써 갖춰야할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주셨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보이는 것만큼 알고, 아는 만큼 보인다고 좀 더 새로운 시선으로 내 마을을 찬찬히 바라보는 안목이 생겼다.


  그렇게 1년 반, 학교 졸업 후 이렇게 공부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엔 가벼운 마음으로 서구의 이야기를 알기 위해 갔는데 수업이 진행될수록 과제에 머리도 아팠지만 포기하지 않고 따라가다 보니 지금은 마을학 강사로 학생들에게 마을이야기를 전해주는 일까지 하게 되었다. 현재도 같이 공부했던 선생님들과 스터디(학습동아리)를 만들어 꾸준히 공부하고 있고 틈틈이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을 통해 ‘역사로 만나는 북아트’와 마을살이의 한 형태로 ‘마을 축제 기획’강의도 들었다. 또 학습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젊은 친구들이 하는 ‘애.물.삶(애미가 물려주는 삶 이야기)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같이 이야기를 나눈 선생님들과 간간이 써온 딸에게 전해주는 삶 이야기들을 묶어 올 연말엔 출판기념회도 가질 예정이다.



  애물삶 친구들과의 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장동에 있는 젊은이들의 공간인 ‘예기치 못한 기쁨’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나의 어린 시절이 오버랩 되었다. 어린 시절 나의 집과 많이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화단이 있는 자그마한 마당과 방안엔 80년대 물건들로 가득 차 있어서 옛 기억을 소환해 내기에 충분했다. 그곳에서 나이를 떠나 여럿이 모여 삶을 이야기하는 과정 속에서 슬픔으로 기억되는 나의 학창시절이 치유되는 느낌이었고 돌아가신 친정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다. 일주일에 한 번 그곳에 다녀오면 어떤 심리 상담을 받은 것 보다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보이지 않은 곳에서 더불어 잘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젊은 선생님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인생에서 무엇인가 생산해내는 일, 창조하는 일이 1등이나 최고 등 월등하거나 수학적 업적을 달성하는 것처럼 꼭 대단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사소해 보이는 것일지라도 상관없다. 엄청난 것을 창조하기 위해서라도 보잘것없는 것을 만들면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것이 생각일 수도 있고, 행동일 수도 있고, 물건일 수도 있지만, 시시해 보이는 것이라도 일단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엉뚱한 생각일까 봐, 미미한 행동일까 봐, 별 볼일 없는 물건일까 봐 두려워할 필요 없다. 배움을 창조로 연결시키는 것, 끊임없이 배우고 계속 창조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하더라도 지혜로워진다. 그렇게 나다운 삶은 조금씩 만들어진다. 결국 행복한 삶은 배움을 통해서 얻어질 수 있으며, 그 배움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가능하다. 그 관계 맺음이 풍부할수록 배움이 더 깊어지는 것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처럼 두드림 서구평생학습관과의 인연으로 자존감을 찾아갈 수 있었고, 이제 그 보답으로 자그마한 나의 재능으로 서구평생학습관에서 운영하는 자원봉사에 참여해 나누고자 한다. 또, 올해 남은 시간동안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의 중장년세대 커리어개발 교육과정 중 ‘광주이야기꾼’ 강의를 들으며 서구를 넘어 우리 광주에는 또 어떠한 이야기가 숨어있나 공부하여 주위에 알려주고, 토탈 공예 수업을 통해 사회공헌 활동도 이어갈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어려움 속에서도 평생학습 과정을 기획하고 열심히 이끌어가는 서구평생학습관 평생교육팀 담당자분들께도 감사를 표하며 앞으로도 더 좋은 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시민에게 제공할 수 있길 바란다. 나는 오늘도 파이팅을 외치며 현관문을 나선다. 학습을 통한 내 삶에 변화를 기대하면서...
유 보 경
서구평생학습관 ‘서구마을학’과정 수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