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독서에 대한 하나의 단상 박성천| 광주일보 기자 · 전남대학교 문학박사 ·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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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책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 말은 고전적 명언이 돼 버린 지 오래다. 그러나 이 말은 오늘날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는 말로 전이되고 확장된다. 언뜻 동일해 보이지만 미세한 차이가 있다. 전자의 주체가 사람인데 반해 후자는 책이다. 다시 말해 전자는 사람이 책을 만들고, 그 책은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뜻이다. 후자는 책에 의해 만들어진(변화된) 사람이, 다시 책을 만든다는 의미다. 결과적으로 ‘만들다’로 귀결되는데, 전자는 책을 만드는 사람이 중요한 원인이 되고, 후자는 사람을 만드는 책이 모티브가 된다.


  안도현 시인은, 책에 얽힌, 아니 독서와 삶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줬다. 그에게는 오래 전 교사를 하며 시를 썼던 시절이 있었다. 80년대 후반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을 당했던 즈음이다. 당시의 시간을 그는 “투쟁의 시간이었지만 내게는 배움의 시간”이었다고 한다. 사실 시인에게, 아니 시인을 떠나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예술가들에게 해직과 재직은 별다른 의미가 없을 거였다. 모든 것을 던져 글이라는 외줄에 서면 세상은 한낱 한 줄의 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터이다.


안도현 시인이 읽었던 책 그리고 독서의 중요성

  안도현 시인은 자신의 문학에 큰 영향을 끼친 시집은 신경림 시인의 『농무』라고 말했다. 안도현은 “우리는 가난하나 외롭지 않고, 우리는 무력하나 약하지 않다”는 주제의식에 붙들렸다. 비루하고 쓸쓸한 풍경을 맛깔스런 언어로 그려내는 선배 시인의 감각에 전율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안도현 시인은 고교 문예반 시절부터 창비(창작과비평)와 문지(문학과지성)를 읽을 만큼 문학에 심취했다. 주옥같은 시들은 문학적 감수성이 예민한 시인의 감성에 스펀지처럼 스며들었다. 오규원의 『사랑의 기교』, 김종삼의 『북치는 소년』도 그의 문학인생에 빼놓을 수 없는 명작이다. 전자가 언어에 대한 고도의 자의식과 다양한 실험을 추구했다면 후자는 맑고 순수한 눈으로 세계를 형상화했다.
안도현 시인의 예에서 보듯 독서는 내면의 근육을 키워줄 뿐 아니라 미래의 등불이 된다.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날 때가 있다. 나락에 떨어져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일 때도 있다. 그럴 때 차분하고 냉정하게 한 권의 책을 집어들자. 분명 한 줄기 빛과 같은 삶의 나침반을 만날 것이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집'을 지켜주고 일으켜주는 고마운 스승이자 친구가 바로 ‘책’이기 때문이다.

  안도현 시인의 예에서 보듯 독서는 내면의 근육을 키워줄 뿐 아니라 미래의 등불이 된다. 살다보면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날 때가 있다. 나락에 떨어져 더 이상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휩싸일 때도 있다. 그럴 때 차분하고 냉정하게 한 권의 책을 집어들자. 분명 한 줄기 빛과 같은 삶의 나침반을 만날 것이다. 자신이라는 '존재의 집'을 지켜주고 일으켜주는 고마운 스승이자 친구가 바로 ‘책’이기 때문이다.
박 성 천
광주일보 기자, 전남대학교 문학박사, 소설가
소설가이자 광주일보 기자인 저자는 다양한 영역에 걸친 글쓰기를 통해 사람과 세상, 문화에 대한 지평을 넓혀가는 인문학자이다. 전남대학교 영문과와 동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문학박사)을 졸업했으며, 2000년 전남일보 신춘문예와 2006년 소설시대 신인상 수상을 계기로 소설 창작을 시작했다. 문화부 문학 담당기자와 『예향』기자로 활동하면서 문학 관련 기사뿐 아니라 우리시대 화제가 되는 인물 인터뷰, 다양한 문화담론, 인문학적 주제, 학술 전반에 대해 깊이 있는 글을 쓰고 있다. 또한 전남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움에 대한 열망을 실현해가고 있다.
펴낸 책
소설집 : 메스를 드는 시간, 복날은 간다
인문서 :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인문기행서 : 강 같은 세상은 온다, 사진으로 보는 문화역사기행
연구서 : 문순태 문학 연구, 짧은 삶 긴 여백 시인 고정희, 스토리의 변주와 서사의 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