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광주공동체는 응답한다 최봉익 | 공동체 '모닥'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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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혁명
   지오디(god)의 메시지다. 두 해에 걸친 촛불시위는 무능한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끌었다. 장미 대선을 치렀다. 이번 촛불시위는 비폭력 투쟁으로서 규모와 방법이 세계적이었다. 21세기 세계사에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우리가 할 일이 남았다. 어느 당이 정권을 잡았다. 누가 대통령이 되었다. 이런 것을 훌쩍 뛰어넘어 고착된 한국 사회의 갈등구조를 녹이는 일이다. 보다 정의로운 세상 만들기 기회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한국의 민주화 운동이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 촛불시위를 촛불 시민혁명으로 격상시키는 일은 이제부터다. 일방으로 끌어당기는 말이지만 광주시민사회의 사명이자 임무라 생각한다. 5.18 민주화 운동 이후 광주는 민주주의 거대 담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를 겸허히 성찰해볼 일이다. 이제부터 광주시민사회는 다양한 분야의 작은 단위에서부터 촘촘하게 공동체성을 확장하는 일에 실천 주체로 나서는 주민운동, 시민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이것이 5.18정신과 촛불시민혁명의 메시지에 응답하는 일이다.
광주 공동체성
광주고지도_전라좌도광주
   광주공동체성의 가치를 갈무리한다. 한국 역사 속에서 광주는 정치적으로 차별, 홀대, 배제된 소외지역이었다. 경제적으로 생산물은 풍부했다.
그러나 봉건 착취와 식민 수탈로 민중의 삶은 언제나 궁핍했다. 사회적으로 불의에 늘 저항했다. 정의를 쫓는 민중의 결사 의식이 특히 강했다. 문화적으로 판소리, 농요, 시가, 농악 등 풍류문화가 민중의 생활 속에 켜켜이 스며있다. 광주공동체성의 원심이기도 하다. 생활 문화적으로 응축된 민중들의 행동 양식은 사회적으로 대의를 쫓는 의병, 동학,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으로 표출되었다. 이럴 때마다 광주는 역사의 큰 획을 그었다.

역사적으로 광주의 경제, 사회, 문화, 제 영역을 광합성 원리로 잎파랑이 용광로에 녹여 합성해내면 고부가 가치의 광주발전 에너지가 정련되어 나온다. 광주공동체성이다. 이는 광주고지도도 메시지로 담아 부추기고 있다.

  1872년 전라감영의 이름 모른 한 화원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 「전라좌도ㆍ광주」라는 고지도다.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광주시민들에게 이 고지도가 주는 메시지는 흑백칼라시대에 왜 녹색지도냐는 것이다. 당시의 관점에서 미래 광주를 창조하는 광주광합성운동의 메시지가 아닌가 싶다. 광합성 운동의 원리와 방법에서 도시공동체 창조의 철학을 배우고, 도시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혜를 발견하여 정정당당 광주답게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광주공동체를 일구라는 희망의 메시지라 믿어진다.
마을 공동체
" 다 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아침 일찍 일어나 동네 한 바퀴. 우리 보고 나팔꽃 인사합니다. 우리도 인사하며 동네 한바퀴. 바둑이도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어린 시절 많이 불렀던 동요이다. 지금은 마을공동체 만들기에 참여하는 주민들이 즐겁게 부르고 있다. 동네 한 바퀴를 하면 무덤덤하게 살아왔던 동네가 왠지 흥미롭고 새롭게 보인다.
동네 한 바퀴를 함께 할 때 마음가짐과 행동은 나보다 느린 사람들과 맞춘다. 어린이, 노인, 여성, 장애우의 걸음걸이에 맞춰 걷는다. 자신도 동네의 주인이 되어 동네의 구석구석을 온몸, 온 마음으로 느끼고 살피면서 돌아본다.

  동네 한 바퀴는 마을 학습이고,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첫걸음이다. 지금까지의 무관심에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한다. 흔히 관심이 깊어지면 애착심이 생겨난다. 애착심이 생겨날 때 비로소 마을공동체 만들기에서 자발적인 주민참여는 시작된다. 마을의 재발견 과정의 시작이다.
  세월호 사건과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거친 파고는 마을공동체의 가치와 마을의 재발견 활동을 촉진시켰다.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 영토 수호, 사회 질서와 안전망 유지 등의 고유 역할을 수행하는 것도 힘겨워 보인다. 나아가 부의 편중과 사회적 갈등, 대규모 자연재해, 청년 일자리, 저출산ㆍ고령화와 같은 증폭되는 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기란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도 한다.

분명한 것은 개인이나 국가만으로는 이런 복잡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민들은 국가가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믿고 있다.
미안하지만 국가는 우리 인류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전지전능의 존재가 아니다. 그러면 당면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마을공동체라고 많은 세계인들이 동의하고 재청한다.
광주가 국내는 물론 세계인이 본받고자 하는 광주공동체를 꾸리기 위해서는 마을공동체 운동을 고집스럽게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일이다. 고지도가 주는 메시지 광합성원리 그대로 광주의 마을마다 광주공동체성의 가치를 활용하면서 마을공동체 구성요소를 촛불 하나하나 켜는 마음으로 차근차근 확보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공론장과 마을총회가 있는 마을 정치, 마을기업과 협동조합이 있는 마을 경제, 공동육아와 지역 안전망이 있는 마을 복지, 평생교육과 마을축제가 있는 마을 문화 등이 마을공동체 구성요소들이다. 그래서 마을이 인간관계 증진의 장으로서, 생활정치의 훈련장으로서, 마을경제 육성의 장으로서, 생활문화 창조의 장으로서, 평생학습의 장으로서, 마을민주주의 훈련의 장으로서, 기능과 역할이 수행될 때 마을공동체 간의 유기적 연대구축은 필수이다.

마을마다 공동체 활동이 활발하고, 나아가 국가가 독자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마을공동체가 보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간다면, ‘광주다운 광주, 나라다운 좋은 나라’가 되어 인류의 미래는 분명 지금보다 밝아질 것이다. 광주공동체의 응답이다.
최 봉 익
공동체 ‘모닥’ 대표. 광주교육대학교를 졸업하고 마을만들기 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를 지냈다. 대통령직속 정부혁신지방분권 주민자치 T/F위원을 역임했으며, 광주푸른길거버넌스 상임고문, 살기좋은광주만들기네트워크 상임고문, 지속가능광주발전협의회 공동회장, 광주마을학교 교장 등 마을공동체분야 전문가로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주로 마을공동체 문화와 철학, 마을 민주주의, 마을공동체와 협동조합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한국사회와 공동체(공저)」, 「협동조합 조합원 결집과 교육 프로그램」, 「민주와 자치가 있는 광주마을공동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