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비대칭의 대칭화로서 코로나-19 역습 김용근 | 통섭궁리공간.SUM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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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현대미술관(관장 정송규)에서는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31일까지 5주 동안 특별기획전 Global PURE Project 'COVID-19'<가라카라 코로나19>展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전시회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아픔을 체감하고 있는 시기에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극복하자!’라는 메시지를 작가의 표현방식에 맞추어 시각예술로 선보이는 전시였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각 연령대(20대~70대) 22명의 시각예술 작가들이 참여했는데요. 작가 중 한 분인 김용근 교수님께 작품소개와 함께 코로나19에 대한 견해를 들들어보았습니다.

김용근 작. 비대칭의 대칭화
(Global Pure Project COVID-19展. 2020)

작품해설
인간의 소유 욕망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자연에 대한 폭력과 정복과정이었다. 이처럼 인간이 가한 자연의 비평형과 비대칭의 폭력은 역으로 인간에게 역습과 공격으로 문명의 혜택만큼이나 부대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특히, 새 문명 건설, 인류의 대이동, 전쟁, 난개발, 환경파괴에 의한 기후변화, 도시화와 인구 밀집화 등의 과정에서 가장 미세하고 예민한 균들은 인간에 대한 역습이었다. 그래서 인간은 늘 또 대칭성의 자연과 전쟁을 해야 했다.

코로나-19 역시 같은 맥으로서 전염병은 새로운 양상의 진화된 균의 역습이다, 이것은 끊김이 없는 전달의 끈을 만들고, 전 세계로 전달할 수 있는 우편의 우표와 같고, 전달과 전파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 가격 없는 우표이며, 경고의 레드카드로 입을 막고, 일상에서 친숙한 명화의 모나리자와 같은 익숙함도 새로운 시선에 의해 프레임을 바꾸게 한다. 이는 인간이 가한 폭력에 대한 자연의 역습이며 파괴에 대한 원상으로 대칭성 평형과정이고 진화의 싸움이며, 그동안 자연에 대한 부끄러운 민낯을 가리는 마스크와 비대면의 거리감 사회를 만들고 있다.

모든 생명은 죽음 위에 싹 트인 존재이며, 생존의 여정을 위해 진화하는 부동체가 아니라 요동체이며, 인류의 여정도 역시 이를 벗어날 수 없다. 인류는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하루와 계절의 시간, 식량과 에너지의 자원 구매 등과 같은 삶과 자연의 상호작용에서 늘 주기적 반복으로 예측 가능한 대칭성 사회였지만, 인간 이성을 수단으로 하는 욕망의 도구를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조화의 대칭성 관계를 깨고 비대칭화을 끝없이 진행 시켜 왔다. 지구의 생명체의 원래 주인은 인간이 아닌 미생물, 균, 바이러스이며, 인간은 단지 최고 수백만 년 정도 잠시 무임으로 거주하는 전세민일 뿐이다.

인간 중심의 기준으로 조화된 자연의 파괴 시작은 과잉 먹거리를 위한 대지에의 정착과 동물의 가축화로부터이다. 이로 인해 얻은 잉여물은 인구를 늘렸고 도시를 만들고 인간 중심의 기준을 만들어, 비대칭화를 가속해 왔다. 이런 가축화, 도시화, 인간 중심화가 만들어 낸 비대칭화에 대한 대칭화의 역습 중의 하나가 감염병(전염병)이다. 감염병원체의 측면에서 보면, 자연 파괴의 비대칭성을 주도자인 인간은 과밀한 밀도의 도시화, 수만의 군인 집단으로 무장한 장거리 이동의 전쟁, 과잉생산 등의 부산물인 식량, 배설물, 쓰레기 등을 만들었고, 이런 곳은 대칭성을 빼앗긴 감염병원체의 측면에서 보면 최적의 아지트이자 자신들의 생존과 번식을 위해 이상적인 숙주 공간을 인간이 부산물로 선물한 것이다.

현재 일고 있는 감염병인 코로나-19는 알고 보면 인간이 비대칭화 시킨 자연의 비조화에 대한 대칭화의 역습이다. 인간은 이 역습에 대항하고 생존하기 위한 신체의 진화는 F1에서 F2를 잇는 한 세대의 기간이 감염균의 몇 시간보다 너무 긴 이십여 년 이상이어서 천년만년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감염균과 인간 간의 싸움의 무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감염균은 대칭화를 위한 짧은 시간에 돌연과 신동의 진화가 무기이고, 인간은 이를 막은 기술이 무기이다. 그래서 지구에서 대칭성과 비대칭성의 전쟁은 진화와 기술의 싸움이다. 인간은 이 역습들에 대한 방어와 재공격을 위해 백신과 치료제라는 기술로 맞대응하여 잠시 승리한 듯하지만, 감염균은 인간 기술에 맞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신종과 변종의 진화로서 늘 공격 무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칭성의 조화를 깬 인류 역사는 감염병의 역습에서 늘 자유롭지 못하다. 대지의 정착, 도시형성, 전쟁이 시작하는 고대부터 인류에게 역습하여 괴롭혀 왔으며, 거대 제국의 붕괴, 문명의 붕괴와 새로운 질서 탄생, 전쟁을 위한 집합 자체에 의한 인구 위협 등의 다양한 사회 속 구성의 틀을 소멸시키고 탄생시켜 왔다. 그 대표적인 것이 로마의 붕괴, 페스트에 의한 중세 붕괴와 근대 탄생, 천연두로 인한 아스텍과 잉카제국의 붕괴, 인류 역사에서 수많은 전쟁에서 싸움보다 전염병에 의한 죽음, 20C 초 스페인독감 이래 현재까지 각종 신종바이러스에 따른 인류 생존 위협 등이 그것이다. 그래서 인류는 생존을 위해, 인류에게 가장 큰 공포를 준 세계적 대유행 전염병인 페스트는 우리 머릿속에 고립, 두려움, 공포와 죽음 등의 학습된 비관주의적 기호로 자리하여 극복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인류는 전염병이라는 비대칭의 재앙 아래 인간의 형제애와 연대하고, 문명과 야만, 우리와 남, 찬사와 혐오, 선과 악, 강자와 약자 등의 이분법을 조장한 모든 것을 경계해야만 대칭성의 문명과 사회가 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큰 예측 불가의 위협이 되어왔던 것은 기근과 전쟁보다는 전염병이었으며, 더 무서운 것은 전염의 원인자를 만들어 혐오와 배척하는 행위로 비대칭화 시킨다. 우리와 다른 남인 타자를 지배와 강자는 늘 공포와 야만으로 규정하여 배척과 배제의 대상으로 만들어 지배의 논리 속에 포획하였다. 더욱이 지배의 논리는 우리 안의 저항 세력으로 배척해야 할 대상을 감염의 원인과 전파자로 몰아서 적으로서 타자를 끝없이 생산해 왔다. 19세기 청나라에서 반체제 종교인 백련교도는 당시 콜레라의 원인으로 만들어 탄압과 배척의 대상이 되었다. 19세기 헝가리에선 콜레라로 10만 명 이상이 사망하자 농민들은 의사와 장교, 귀족들을 타자로 만들어 죽음으로 몰아갔다. 미국은 스페인독감이 유행하자 독일, 동유럽 이민자, 흑인 등의 소수자에게 원인을 돌려 폭력을 가했다. 그뿐만 아니라, 역사상 전염병이 창궐할 때마다 예외 없이 우리 내의 타자를 만들어 배척하였다. 마치, 숙주의 생리 기능에 서로 전혀 방해를 주지 않고 서로의 생명을 유지와 증식으로 공생하는 우리로 인정하기보다는, 생존과 증식 과정에서 숙주의 생리 기능을 방해하는 병원체로서 타자화 비대칭화 시켰다.

전염병 유행 기간에 중심주의자들은 배척과 배제의 타자화와 더불어 혐오의 대상으로 만들어 사회 밖으로 밀어냈다. 역사적으로 중심주의 강자들은 이런 전염병을 원인 규명을 빙자해 ‘혐오’라는 이름으로 비동일자와 소수자들을 재단하고 폐기하면서 동일성의 중심주의를 더욱 강화해 왔다. 따라서 이번 코로니-19 전염병에서 시민의 의식 정신으로 특정 국가, 인종, 소수자 등의 장벽을 만들고 편견과 배타, 혐오와 차별을 내세우는 것들을 경계해야 한다. 그래서 K-방역을 이끄는 우리는 질병의 원인을 ‘그들과 저들’에게 돌리는 것을 막지 않으면, 이런 혐오의 타자화는 마치 전염병처럼 퍼질 것이다.

스페인독감 이후 정확히 100년 만에 창궐한 코로나-19 는 병원체의 진화와 인간의 기술과 의지의 싸움의 각축장이 되었고, 우리 내의 타자에 대한 배척과 혐오에 대한 인류애가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선진국이라 하는 국가는 예외 없이 코로나-19의 대응에 실패의 결과를 낳았다. 모든 감염병의 방역이 그렇듯 초기 대응에 대한 리더의 낙관주의와 정부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늘 역사적으로 증명해 왔고 지금도 유효하다. 그러나 한국은 어떻게 이들 국가와 다른 예외 국가가 되었는가? 답은 한마디로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침략이 아닌 방어에 대한 정신적 항체가 있으며, 시간에 대응하지 못하는 철(계절)부지의 느림이 아닌 빨리빨리의 사고에 있으며, 독재의 일망감시인 판옵티콘이 아닌 촛불혁명의 다중감시인 시놉티콘의 시대의 민주화 등의 가치가 만든 새로운 일류사회 모드로 등장하는 주인공이 한국이 된 것이다. 즉 방어, 빨리빨리, 쌍방감시 등의 3개의 잠재적 도구를 가진 한국민이 이번 코로나 사태 극복의 원천적 도구였다.

첫째, 방어의 잠재된 도구는 한국민의 유전자이다. 모든 선진국은 타국에 대한 식민지 건설과 소수국가의 영토에 대한 공격과 침략에 의한 점령국으로서 잉여로 생존해왔다. 이들은 또한 피지배국의 저항과 방어의 기재를 선제적으로 공격하며 자기 질서를 유지했다. 공격과 침략에 능숙한 이들은 불확실성의 공격에 대한 방어의 기재는 취약하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코로나-19의 공격에 대한 이들 국가의 방어는 여실히 보여주었다. 반면에 역사적으로 타자에 대한 침략국 대열에 한 번도 들지 못하고, 공격이 아닌 방어 유전자가 체화된 한국은 새로운 방어의 일류의 메커니즘을 창출해 냈다. 이것은 침략의 공격 아닌 평화의 방어가 승리한 것이다.

둘째, 빨리빨리에 대한 문화의 가치이다. 사계절, 24절기의 환경과 직업의 대물림이 싫었던 한국의 전통적 사고인 ‘빨리빨리’는 습관을 만들고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런 빨리빨리는 성과 중시와 조급증의 어두운 이면 등의 여러 부작용도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의 ‘빨리빨리’ 문화가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어 한국사회가 주목받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빨리빨리’문화는 진단 속도, 확진자의 분리, 접촉자 추적, 대책 시스템 등에서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이런 ‘빨리빨리’ 문화의 속도성은 조급성이 아닌 민첩성으로 진화하였고, ‘빨리빨리’로 무장한 한국 사회에 비대칭성을 빠르게 대칭화시키는 새로운 도구가 되었다.

셋째, 투명을 요구하는 시놉티콘 사회이다. 한국 현대사에서 권력의 진화를 보면 권력자의 일방적 감시사회에서 양방 또는 다중 간의 감시사회로 변하였다. 즉, 권력의 중심은 일반 시민의 누구도 볼 수 없는 시선의 권력을 갖고 중심에서 모두를 감시하는 한 방향인 일방성에서, 이제는 중심이 없는 쌍방 또는 중심을 향한 시선으로 옮겨왔다. 이런 결과 한국 사회는 독재의 총칼에서 중심을 감시하는 촛불로 대혁명이 이뤄졌으며 누구나 투명성을 요구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전자 감시는 판옵티콘을 넘어 감시 능력을 전 사회로 확장하면서, 중심이 뚜렷하지 않은 탈중심화 현상으로 시놉티콘 사회가 되었다. 비대칭성의 비밀권력이 대칭성인 투명성에 대한 요구가 크다. 이번 코로나-19의 K-방역의 가장 큰 힘이 바로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비공개적 절차, 실패의 두려움으로 인한 은폐, 책임 회피 등은 시놉티콘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큰 전염병 창궐 이후, 이전의 기존사회 여러 분야의 프레임들이 깨지고 사라졌으며 새로운 각자 작은 프레임들이 지속되어 남아왔다. 이런 의미에서 한국의 장점인 된 침략이 아닌 방어, 느림이 아닌 빨리빨리, 판옵티콘이 아닌 시놉티콘 등의 가치를 살리는 각 분야에서 새로운 프레임으로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런 취지에서 단기가 아닌 평생교육 체계 역시 외부에서 무차별 들어오는 대량의 특정한 프로그램 운영보다는 지역성과 지금 여기 환경에 맞는 고유성 과정을 방어적 발전전략으로 삼아야 하며, 빨리빨리 문화에 맞게 일부 프로그램은 기간을 초단기 교육과정으로 또는 일반과정과 집중형 몰입 과정의 두 개의 트랙으로 운영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많은 교육과정에서 초기와 말기의 수강생 출석률이 이를 증명해주며, 단기성을 선호하는 경향을 반영해야 하기 때문이다. 프로그램 운영은 강사와 수강자 둘을 감시하는 판옵티콘이 아니라 모두가 투명하고 공개되어 발전하는 것이 한국의 시놉티콘 사회에서 요구되는 기본적인 태도이다.

코로나-19 극복에 있어 ‘그람시’의 말처럼 지식과 지성으로 최악의 경우를 알아차려 비관하지만, 미래지향의 의지와 희망은 늘 낙관을 잊지 말아야 하며, 이 사태 때문에 생긴 지금의 새롭고 다양한 작은 프레임들이 지속한다는 것을 알고 교육의 장에서 수용해야 한다.

김용근통섭궁리공간.SUM

  • 약력 현, 통섭궁리공간 SUM. 연구소장
    현,시민자유대학 이사. 무등현대미술관 운영위원장
    전 동강대학교 교수 (19893.~2020.2, 물리광학, 철학, 사회학, 미학 등 강의)
    전, 동강대학교 도서관장, 교수학습개발원장, 창업보육센터장 역임
  • 연구활동 국제SCI 논문 29편, 국내논문 및 연구 154건
  • 학술상 학술진흥공로상(교육부.2014)
    탑콘학술상(2005), 안광학회 학술상(2006)
    전국교수 교수학습연구대회 대상 (교육부.2006)
  • 미술전시 개인전 3회, 국제전 7회, 국내 단체전 14회
  • 칼럼연재 물리학자 예술이야기(아트플러스)
    김용근 미학이야기(무등일보)
    김용근 미술기행(무등일보)
  • 대중강의 뇌과학, 안문철학, 과학철학, 미학
  • 학력 전남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동대학원 물리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