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 목소리Ⅰ 광주시민대학'건축으로 인문도시 읽기' 박현숙 | 제4기 광주평생교육 웹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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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가는 봄 여러분은 무엇을 하고 보내시나요?
봄기운이 파릇하게 올라오는 목요일 저녁 7시 김남주기념홀 앞으로 인문학 강의에 참여하려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광주시민대학 지원사업에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의 ‘함께하는 인문학’ 프로그램이 선정되었는데요. 전남대학교 인문대 1호관 김남주 기념홀에서는 광주평생교육진흥원과 전남대학교 인문대학에서 주최하는 <함께하는 인문학> 강의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6월 4일부터 7월 23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광주시민, 전남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인문학 강의는 전남대 불문과 류재한 교수가 들려주는 ‘人紋과 人文 그리고 都市’를 시작으로 한양대 건축학부 함인선 교수의 ‘건축으로 도시읽기’까지 다양한 주제로 시민들에게 인문학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고 있습니다.

마스크 착용 확인, 참석자 사인, 발열 체크까지 번거롭지만 요즘 같은 시기에 꼭 필요한 절차를 거치고 나서야 강의실에 입장 할 수 있었습니다. 좌석 거리제 실천하는 등 생활 속 거리두기로 철저하게 입장을 통제한 덕에 순조롭게 강의가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인문학 강의는 ‘人紋도시, 人文도시’라는 주제로 각 방면의 전문가와 예술가들을 초청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11일에는 함인선 교수의 ‘건축으로 인문도시 읽기’ 강의가 열렸습니다. 함인선 교수는 서울대 학,석사 출신으로 명지대 건축학과 겸임교수, POSCO A&C 수석기술고문 등을 역임했고 도시경관과 정체성에 대해 꾸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 ‘정의와 비용 그리고 도시와 건축’ 등 9권의 책을 저술했으며, 현재 한양대 건축디자인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함인선 교수는 지난해 광주광역시 초대 총괄건축가로 위촉되기도 했는데요. 시 총괄건축가는 건축·도시 디자인의 품격·품질 향상 방향 및 방법을 제시하는 민간 전문가로 건축 도시공산정책 및 전략에 대한 자문 또는 주요 공공건축이나 도시공간환경 조성사업에 대한 총괄 조정을 맡는다고 합니다.

“건축은 예술을 기본으로 사람에게 미적인 감흥을 일으키고 자극을 주는 기술입니다” 건축을 단순히 실용적인 기술로만 접근하려 했던 저의 마음을 들킨 기분입니다. 예술과 기술의 개념에 대한 설명 중 하나의 건축물이 만들어지기까지 중력과 감성 사이의 싸움이 계속된다는 이야기는 형용사로서 예술이 아닌 제도로서 예술을 다시 이해할 수 있게 합니다. 헤겔이 건축을 ‘모든 예술의 어머니’라고 강조한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이번 강의는 19세기 ‘예술로서의 건축’을 시작으로 20세기 ‘구축으로서의 건축’, 21세기 ‘생성으로서의 건축’까지 다양한 진화과정을 짚어주면서 진행되었습니다. 19세기에 시작된 예술과 기술 사이의 대립, 20세기의 구축과 생성의 충돌과정을 차근차근 풀어주었습니다. 플라톤은 은유로서의 건축을 이야기하며 서구 형이상학의 역사를 이야기했습니다. 세계의 많은 철학자들이 철학을 건축에 비유했던 이유는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19세기는 예술과 미술이 충돌하던 시기였습니다. 함인선 교수는 이 시대의 건축을 기존의 미적 기술(Fine Art) 차원이 아닌, 메타개념의 ‘제도로서의 예술’로 접근했습니다. 역사적인 개념으로 풀어가면 건축과 예술에 대한 이해가 쉬워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시기 엔지니어들은 근대화 건축을 만들었습니다. 국가지원으로 제도화된 예술이 등장하는 것도 이 시기입니다. 고전주의 전통을 응용한 보자르(Beaux-Arts)식 건축이 유행했습니다.. 그들의 뒷받침이 있었기 20세기까지 예술적인 건물이 등장하게 됩니다. 또한 새로운 문물과 함께 도시만보객(flâneur)이 등장했는데요, 기존 문물과 조화를 이루는 그들의 모습이 이채롭습니다.

20세기에는 ‘구축(construction)으로서의 건축’이 등장합니다. 건축의 기본 4요소인 ‘화로, 토대, 골조, 피막’이 일종의 공식이었던 서구 건축의 보편성에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구축과 생성의 충돌로 철근, 콘크리트가 등장했고, 건축과 혁명의 논쟁 속에 유토피아 도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중세의 집에는 창이 거의 없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철과 유리의 건축은 유토피아적 상상력의 원천으로서 거대한 대중적 공간을 탄생시켰습니다. 현대건축물의 아름다움은 철과 유리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건축적인 이상과 당대 기술 간의 괴리 때문에 발생되는 정직성의 딜레마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함 교수는 ‘중력과 감성사이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는데요. 이러한 싸움이 근대건축의 맥아가 되어 하이테크 건축으로까지 발전했다고 하니 모든 발전은 의문과 충돌에서 시작되는 게 아닐까요.

21세기는 ‘생성(emergence)으로서의 건축’이 등장하는 시기입니다. 기존의 구조주의 철학이 붕괴되면서 은유로서의 건축이 등장하는 시기인데요. 들뢰즈, 푸코 등의 사상적 영향으로 건축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난 시기라고 합니다. 한 마디로 실재로는 불가능한 세계인 유토피아에서 현실화된 헤테로토피아로의 전환이지요.

2시간 동안 이어진 강의에서는 평생을 건축가로 살았던 함 교수가 건축과 인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느끼는 감정까지 솔직하게 풀어주었습니다. 건축을 인문학으로 풀어본 신선한 강의였습니다. 예술과 구축, 생성으로 이어지는 시대별 건축의 변화를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다음 시간 이어질 <건축으로 인문도시를 만들다> 강의가 기다려집니다.

함인선 교수의 ‘건축으로 인문도시 읽기’ 강의는 온라인 광주시민대학을 통해서도 강의를 들을 수 있습니다. 아쉽게 강의를 놓치셨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온라인 수강신청을 권해드립니다. (https://www.gie.kr/pg/peopleUnivList.do?pageId=www35)

강의가 이루어진 전남대학교가 지역 국립대학이자 광주시민대학 거점 캠퍼스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의 지원 덕분에 명사들의 고급강좌가 광주 시민들에게 무료로 제공된다는 점이 더욱 의미가 깊지 않나 싶습니다. 앞으로도 보다 다채롭고 수준 높은 광주시민대학 강좌를 기대해 봅니다.

박현숙
제4기 광주평생교육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