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서울특별시 조례(민주시민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로 우리 사회에 처음 제도적으로 도입된 민주시민교육은 “민주주의의 가치와 지식, 태도, 방법 등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자신과 사회의 변화를 지향하고 올바른 정치의식을 함양하여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기 위한 시민교육”을 일컫는다. 평생교육의 입장에서 보면 6가지 영역(학력보완교육, 성인 문자해독 교육, 직업능력 향상교육, 인문교양교육, 문화예술교육, 시민참여교육) 중에서 시민참여교육의 중요성은 시간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평생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의 중요한 파트너이자 동반자라 할 수 있다. 다만 민주시민교육에서 강조하는 ‘민주주의의 가치, 지식, 태도의 학습’과 ‘사회변화 지향’, ‘학습자 자신이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책임을 다하기 위한’ 학습을 평생교육 내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의 역사는 이른바 민중교육 또는 민주화운동의 역사와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는 민주시민교육과 평화적 갈등관리 교육이라는 두 가지 갈래의 교육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민주시민교육이 정착되어 왔다. 민주시민교육 도입 초기에는 독일의 정치교육을 우리나라 적용하여 ‘민주시민교육방법론’으로 확산되었다. 독일의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은 ‘학습자 중심의 교육’ 즉 시민참여교육의 다른 이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90년대 후반 독일의 아데나워 재단의 도움으로 일군의 시민사회 활동가들이 ‘민주시민교육방법론’을 배우고 독일 현지 연수를 다녀온 이후 ‘민주시민교육포럼’을 조직하여 ‘민주시민교육지원법’ 제정을 시도하면서 시민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또한 2000년 초반 한국여성사회교육원을 비롯하여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갈등 해결을 위한 시민교육 강사 양성, 시민교육 프로그램을 보급하여 평화적 관점에서 사회적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하는 교육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다. 이런 두 가지 갈래의 민주시민교육의 흐름을 2000년대 중반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한 <민주청서21>로 집약되었다고 할 수 있다.
광주 지역을 돌아보면 1994년 5.18 재단이 설립하여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사업을 체계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5.18 기념재단의 가장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는 5.18 민주화운동의 확산을 위한 교육이었다. 5.18 (인정)교과서와 다양한 교육교재를 개발하여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5.18의 역사적 의의와 한국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5.18이 차지하는 위치를 설명하고 다양한 체험활동 및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일이었다. 5.18 민주화운동이야 말로 우리 역사 속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불의한 정치권력에 대항한 살아 있는 민주시민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의 역사를 제대로 배우는 일은 민주시민교육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다만 그 역사적 사건과 민주시민교육을 어떻게 연결시켜 학습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민주시민의식을 함양할 것인가에 관해 다양한 접근 “방법”이 있을 것이다. 우리기 흔히 민주시민교육을 언급할 때 이 방법론에 대해 많은 논의를 하고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민주시민교육의 가치(민주주의의 원리와 철학, 역사 등), 방법(교수-학습 방법, 참여형 교육), 태도(민주적 의사결정, 역사적 사건을 대하는 태도, 정치적 사안에 대한 인식, 정치의식 또는 역사의식 등)라는 삼위일체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5.18 민주화운동의 정신과 6월 민주항쟁의 정신을 이 세 가지 관점에서 다룰 때 진정한 의미의 민주시민교육이라 할 수 있다. 5.18재단이 광주민주화운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레드 페스타’나 전국청소년토론대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다양한 체험거리를 제공하는 민주시민교육활동을 전개하는 것은 시사한 바가 매우 크다.
시민단체의 입장에서 보면 1960년대부터 광주 YMCA, 광주 YWCA, 광주 흥사단에서 시민 교양강좌, 시민 논단 등을 통해 시민의식을 고양하거나 야학이나 사회교육을 통해 정치의식과 역사의식을 함양하는 프로그램을 전개해 왔다. 다만 이런 활동이나 교육이 시민참여 활동이라기보다 강연과 같은 강사 중심의 교육 활동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었다. 그런데 2000년대 초반 독일의 민주시민교육 방법론의 도입으로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다. 청소년 체험학습, 자원봉사 교육, 광주 북구에서의 참여예산제 도입 등 주민참여형 교육 및 실천 활동이 다양하게 전개되었고 그 전통은 오늘에 이르고 있다. 최근에는 숙의민주주의 일환으로 다양한 주제의 공론장이 마련되고 사회적 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는 이미 보편화된 마을공동체 운동, 참여예산제 등에서 이루어지는 교육, 사회적 협동조합, 시민단체의 교육은 대부분 민주시민교육 방법론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학생들의 자치회 운영 활성화를 위한 교육은 자치활동의 모형을 제시하는 매우 중요한 민주시민교육이라 할 수 있다.
첫 번째 쟁점은 민주시민교육은 이념교육인가의 문제이다.
민주시민교육계 일각에서는 독일의 정치교육처럼 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와 관련하여 정치적 내용을 중심으로 이뤄져야한다는 주장과 자유민주주의의 이념을 전파해야한다는 주장이 있어왔고, 이 논쟁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민주시민교육은 1990년대 말 독일의 민주시민교육 방법론을 도입하면서부터 활성화된 측면이 있다. 독일의 경우 나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해 연방 정부가 정치교육원을 설립하여 청소년과 시민들에게 정치교육을 의무화하였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모델로 하자는 주장이 있어왔다. 정치가 법과 제도를 제정하는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민주시민교육이 정치교육이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민주화운동의 전통을 갖고 있는 시민사회에서 일정한 동의가 있어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촛불 시민혁명 이후 이런 주장은 더 설득력을 갖고 모든 시민교육에서 민주주의의 가치를 최상위에 놓고 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 많은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시민교육이 민주화운동의 연장선상에서 시민들의 의식화 교육에 치중하게 되면 곧바로 진보-보수 단체들 간의 이념 교육 논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민주시민교육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시민사회단체와 교사 단체(교총과 전교조)들이 모여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와 같은 원칙과 방법론에 합의하여 민주시민교육의 정치적 경향성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게 된다면 우리 사회에서 민주시민교육이 한 단계 진일보 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는 민주시민교육이 다양성을 보장하면서도 하나의 방향성을 갖는 것은 가능한가의 문제이다. 민주시민교육에는 다양한 갈래가 있어 왔고 가치와 방법, 태도의 측면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민주주의에 관한 학습, 시민에 대한 올바른 이해, 교수-학습 방법론을 습득함으로써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이러한 교육을 지원하는 지원체계가 마련된다면 민주시민교육의 방향성에 대한 논의를 집약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가칭)민주시민교육원 또는 민주시민교육지원센터의 설립을 통해 다양한 민주시민교육 활동의 현장을 아우르고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일고 있다. 이런 지원 조직이 마련되면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쟁점을 정리하고 원칙을 합의하여 합의된 원칙을 바탕으로 시민사회와 교육현장을 연결하는 역할이 주어질 것이다.
셋째는 민주시민교육과 학교 교육, 평생교육은 구분되는 것인가의 문제이다. 민주시민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교육을 통해 ‘개인과 사회의 변화’와 ‘학습과 실천의 통일’을 지향하는 것이다. 큰 틀에서 보면 평생교육이나 학교 교육도 이런 방향을 갖고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많은 차이가 있다. 문제는 이런 교육 영역의 특징을 무시하고 다른 영역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학교 교육에서도 교육부에 민주시민교육과를 신설하여 민주시민교육을 강조하고 있으며 평생교육계에서도 시민참여교육의 모델을 찾고 보급하는 일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 있어서 민주시민교육의 외연은 확장되고 있다. 현재의 시각으로 보면 학교 교육, 평생교육, 민주시민교육은 그 영역이 구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고 또한 법률적 제도적 기반은 다를 수 있지만 교육의 가치와 지향하는 방향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2016년에 겨울에 촉발되어 2017년 봄까지 진행된 촛불 시민혁명은 민주시민교육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계기를 만들었다. 학교 교육 뿐만 아니라 평생교육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제 민주시민교육은 “광장의 민주주의에서 생활 속 민주주의로!”라는 슬로건이 보편화되고 있다. 이제 모든 시민교육에서 민주주의적 가치와 태도, 방법 등이 활용되어야 하고 민주주의의 가치와 덕목, 시민참여와 시민 주체라는 기본 원칙을 전제하는 시민교육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아울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주시민교육에 대해 제도적으로 지원 방법(법률, 재정 등)을 마련해야 하며 민관 협력(협치)을 바탕으로 지원 체계를 구축하되 그 조직과 교육 프로그램은 민간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논의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학교 교육, 지역사회 시민교육, 평생교육 등 모든 영역과 분야에서 민주주의적 가치를 심화시키고 보다 많은 시민들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시민교육에 참여할 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는 질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시민교육은 “① 민주주의 가치 지향, ② 학습자 중심 교육, ③ 시민 참여의 원칙, ④ 학습과 실천의 통일, ⑤ 개인과 사회 변화 지향”을 기본 원리(원칙)를 갖고 추진할 때 그 본질적 가치가 발현되리라 믿는다.
- 김전승 국립중앙청소년수련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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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
전남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전남대학교 행정대학원 졸업
경력
광주광역시 청소년자원봉사센터 소장
광주흥사단 사무처장을 거쳐 흥사단본부 사무총장
서울시 민주시민교육네트워크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