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지속가능한 포용사회는평생교육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 윤희철 |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사무총장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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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어느 NGO의 소식지에서 본 이야기가 생각난다. 미국에 아주 좋은 품질의 옥수수를 매년 생산하는 농장이 있었다. 그런데 매년 옥수수가 생산되면 그 농장의 주인은 인근의 농장에 제일 좋은 옥수수 종자를 나눠주었다. 매년 같은 일을 되풀이 하자, 주변 사람들이 농장 주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농장 주인의 대답은 간단했다. “내 농장의 옥수수만 품질이 좋다고 농사를 잘 지을 수 없어요.” 이렇게 답변하면서, “어차피 우리 농장에도 주변 농장의 꽃가루가 오기 때문에, 주변에서 좋은 종자의 꽃가루가 온다면, 내 농장의 옥수수 품질도 제일 좋은 것이 되지요.”라고 말이다.

우리의 사회도 동일하다. 내 아이, 내 가족만 좋은 교육을 받고 잘 산다고 해서 행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양질의 교육을 받고, 좋은 사회 시스템 속에서 서로의 다양성을 인정하는 포용사회를 구현할 때, 내 아이와 내 가족도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 따라서 현 세대와 미래 세대를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의 행복을 고려하는 ‘지속가능발전’은 우리 지구, 국가, 지역, 도시, 마을의 모든 부분에서 기본 바탕이 되는 중요한 개념이자 철학이다.

4월 지구의 날
9월 가을 한새봉 농업생태공원
광주 지속가능발전 운동의 흐름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이 세상에 나타난 지 벌써 반 세기가 되었다. 1970년대 논의가 시작되고, 1987년 UN은 ‘우리 공동의 미래(Our Common Future)’를 발표하고, “미래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지속가능발전’의 정의를 제시하였다. 우리나라도 2000년대 이후 이 개념이 확대되면서 이제는 경제, 사회, 환경 등 모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이 단어를 사용한다.

광주도 이 흐름에 적극 동참하면서 대한민국의 모델을 만들고 있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환경 및 개발에 관한 유엔회의’에서 채택된 ‘의제 21’, 2015년 9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 17개와 169개 세부목표는 환경, 경제, 사회의 조화로운 발전을 강조하고 있다.

왜 UN, 우리나라, 광주는 이토록 ‘지속가능발전’을 계속 강조할까. 매년 여름 온 대지를 달구고, 겨울이 따뜻해지는 기후변화 문제, 언제부턴가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거리를 걸을 수 없는 미세먼지 문제, 재앙과도 같은 플라스틱과 음식물쓰레기 처리문제, 푸르른 자연을 더 이상 보기 어려운 도시환경 등과 같은 환경문제는 매년 우리 일상을 괴롭히는 현실이 되었다. 또한 과거와 전혀 다른 경제의 저성장과 이에 따른 소득 불평등의 심화, 그리고 이 때문에 야기되는 사회적 양극화 등 다양한 사회문제가 매일 저녁뉴스에 등장한다.

초록밥상 로고송 율동 경연대회
초록활동가 워크숍
교육이 지속가능발전에서 핵심인 이유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 환경, 경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민한다. 그런데 우리가 갖고 있는 아동청소년에 집중된 교육시스템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정작 이 사회에 관한 정책적 결정과 방향을 내리는 사람은 우리 성인들인데, 변화하는 사회에 대해 대응하거나 적응할 수 있도록 별도의 교육이나 학습의 기회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현실은 아이러니하다. 문제를 인식하면 당연히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새로운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하지만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과거와 같이 단순히 행정기관이 수립한 해결방안이 모든 것을 해결하지 못한다. 또한 해결을 위해 수반되어야할 예산도 점차 거대해진다. 결국 우리 공동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시민 개개인의 문제에 대한 인식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 인식과 참여의 출발은 바로 ‘교육’이다.

2018년 3월 광주평생교육진흥원과 광주광역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10월 광주지속가능발전목표 선포식
시민 모두가 참여하는 평생교육

그렇다면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시민실천운동은 어떤 것이 있을까. 사실 이와 관련된 활동은 우리 사회 전 영역에 퍼져 있다. 광주가 자랑하는 민주와 인권, 무등산과 영산강이 둘러싼 자연환경, 살기 좋은 마을만들기 등 이미 우리가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속가능발전’의 관점에서 올바른 활동이 이뤄지는 측면이 상당히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시급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활동도 있다. 작년부터 뜨겁게 논란이 되는 폐플라스틱 재활용과 음식물 쓰레기 개선을 위한 ‘자원순환’, 계속 확산되는 도시화로 인한 도시열섬 해소와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물순환’,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도시를 구현하기 위한 ‘도시숲과 생물다양성’, 과도한 육식으로 인해 발생하는 건강문제와 지구환경 보호를 위한 ‘녹색건강’ 등이 있고, 이외에도 ‘공유’, ‘성평등’, ‘사회적경제’, ‘남북교류’ 등 실로 다양한 영역에서 시민실천운동이 새롭게 제시되고 활동이 확대하고 있다. 이처럼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관심과 분야의 확대는 반가운 일이다. 그런데 단순히 컨텐츠 확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지속가능발전’의 가치와 철학을 시민 모두가 이해하고 참여하는 장이 열려야 한다. 이제는 어느 누구 한 명이 방향을 알려주고 참여를 독려하는 때가 지났다. 광주 시민 모두의 인식과 지적 수준이 향상되어 있고, 광주 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모두가 개개인의 생각을 담고 있다. 또한 ‘지속가능발전’에 관한 시민실천운동에도 새로운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가치철학을 담고, 우리 삶의 ‘변혁’을 야기할 수 있는 새로운 판단이 필요하다. 최근에 광주시 평생교육진흥원이 UN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진흥원이 주관하는 모든 사업을 2018년 수립된 광주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와 연계해 사업을 추진하고자 연결고리를 찾으며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평생교육이 지속가능발전 철학의 핵심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진흥원의 활동이 더욱 기대된다.

윤희철
윤희철 사무총장 광주광역시 지속가능발전협의회
전남대학교 지역개발학과 졸업
전남대학교 대학원 도시지역개발학 석사.박사

현재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 운영위원
한국지속가능발전센터 이사
광주광역시 물순환위원 등

주요연구
「일제강점기 목포 도시계획의 내용과 특징(2013)」, 「로컬 거버넌스 관점에서 지방의제21 마을 만들기 실천사업의 고찰(2015)」, 「일제강점기 시가지계획의 수립과정과 집행(2016)」, 「한국 근대 도시계획사 연구의 동향(2017)」, 「유휴산업시설을 활용한 항만도시 재생의 국제 비교(2017)」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