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법’에 대해 관심이 있는가? 질문하는 독서법, 48분 기적의 독서법, 퀀텀독서법 등 여러 독서 방법에 대한 서적들이 소개되어 있는 것을 보면 ‘독서법’에 대한 다양한 탐구와 관심이 꾸준하다는 것을 어림짐작 할 수 있다. 독서법은 단순한 책읽기가 아닌 어떠한 방법을 기준으로 진행되며 원하는 가치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책을 음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의 서정현 작가는 의미재구성 독서법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문을 두드렸다. 지난 7월 17일 저녁 광주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진행된 강연에서는 저자의 책을 바탕으로 ‘의미재구성 독서법’에 대해 소개했다.
함께 나눠요, 서정현 작가와의 만남
취업생들의 자기소개서 강의를 하다가 자기소개서 강의 내용을 책으로 엮었다는 서정현 작가. 본래 PPT를 이용한 강의를 하지 않지만, 이번 강연에서는 특별히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 책을 기반으로 참석자들과 원론적인 것들을 나누고 싶어 책의 구성 그대로 강의가 진행됐다. 약 1시간 30분간의 강의가 끝난 뒤 참석자들과 묻고 답하며 특강을 듣고 느끼거나 깨달은 내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참석자들 대부분은 독서모임의 회원들로 독서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이들은 의미구재구성 독서법에 대하여 알게 됨으로써 독서의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찾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의미재구성 독서법이란?
서정현 작가가 소개한 의미재구성 독서 방법은 3단계로 구성된다. 1단계는 밑줄 긋기다. 공감되거나 나를 자극 하는 문장이 있다면 그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2단계는 메모하기다. 사유는 금방 휘발되기 때문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책의 여백에 메모하도록 한다. 메모하는 일은 의미재구성법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다. 3단계는 여러 차례 거듭해서 읽는 것이다. 망각 앞에서 반복 읽기만큼 효율적인 것이 없기 때문이다.
삶으로 스며드는 의미재구성
올 여름은 역사상 최고의 더위라고 기록된 1994년의 여름 이후로 가장 뜨겁다고 기록됐다. 더위가 시작됨과 동시에 느껴지는 습기와 여름의 온도 때문인지 과거에 경험했던 ‘더위’에 대한 기억들이 밀려들었다. 머릿속에서부터 송골송골 솟아나는 땀, 끈적거리는 피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미약하게 느껴지던 시원한 바람. 이 모든 장면들은 머릿속으로 기억하려 의도하지 않아도 기억 가능한 장면들이다. 필자에게 여름은 몸이 기억하는 장면들을 떠올리며 다시금 현재를 되돌아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서정현 작가는 의미재구성 독서법의 큰 바탕을 ‘자연스런 체화’에 두고 있다. 텍스트가 독자에게 녹아들면 한권의 책이 의미재구성을 통해 독자의 삶에 새롭게 대입되어 삶의 본질적인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와 같은 맥락으로 단순히 ‘여름’에 그칠 수 있는 이 계절을 내 면에 체화된 ‘여름’에 대한 장면들을 떠올리면서 한 해의 절반을 다시 곱씹어 볼 수 있는 기회로 만들 수 있게 된다. 이렇듯 의미재구성법이란 독서방법을 넘어서 삶의 태도에 녹아들 수 있다.
미니 인터뷰
「읽었으면 달라져야 진짜 독서」 저자 서정현 작가
서정현 작가
'의미재구성 독서법'은 어떻게 하여 탄생하게 되었나요?
제 삶 자체가 ‘의미재구성 독서법’이라고 보면 됩니다. 책을 이정표 삼아 왔거든요.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가는 삶, 이게 의미재구성적 삶 아닐까요? 받아들이되 본질을 볼 줄 알고 내 가치와 소명에 맞게 잘 편집하여 활용하는 것. 여기에는 ‘사유하는 주체’가 중요합니다. 타자의 인생이 아니라 주체로서의 삶을 살겠다는 큰 그림이 전제되어야 텍스트와 화학작용을 일으킵니다. 국문학을 전공하고 홍보실에서 사보를 만들던 20대 시절, 사무실이 63빌딩에 있었습니다. 1층 서점의 우수고객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책과 함께 하는 삶에 들어섰다고 봅니다. 책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늘 이정표가 앞에 보였던 것이죠. 큰 카테고리는 읽고 쓰는 일이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하나의 문이 열리는 식으로 계속 진화가 이루어졌습니다. 결국 작가에 이르고 편집자로서 사는 모든 것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의미재구성 독서법'을 통하여 얻게 된 키워드가 있다면?
‘다중지능’도 의미재구성 독서법의 한 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미재구성은 끊임없는 진화를 가져다줍니다. 2004년 ‘지력혁명’이라는 책을 보고 하워드 가드너 박사의 ‘다중지능’에 대해 파고들게 됩니다. 다중지능(내면지능, 대인관계지능, 공간지능, 논리수학지능, 신체운동지능, 언어지능, 자연탐구지능)이 삶 속에 들어와 하나의 가지를 뻗어나가는 식이죠. 그 후부터는 관련 자료들, 논문 그리고 임상들까지 점점 진화하는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다중지능에 관한 것은 삶의 일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의 강한 정신력에 관한 내면지능은 단행본으로 나왔고 앞으로도 하나의 관점으로 작용하게 될 것입니다.
'의미재구성 독서법'을 통해 다시금 생각해볼만한 사회적 사건이 있을까?
의미재구성이라는 방법론은 단행본뿐만 아니라 삶에 자극이 될 만한 모든 요소에 적용해볼 수 있습니다. 시사나 유튜브를 봐도 그런 식으로 흡수하는 것이죠. 다른 사람의 경험을 내 삶 속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의미재구성을 합니다. 쳐낼 것은 쳐내고 추가할 것은 추가하는 편집을 통해서 말입니다. 누구든 언론에 나온 관점대로 다 흡수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의미재구성이라는 것은 나와 영감의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체화되는 것에 관한 일입니다.
얼마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갖기 전 모두발언에서 “여기까지 오는 길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고 운을 뗐습니다. 이어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걸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보면서 70년 역사도 변하는데 나는? 무엇을? 이런 식의 의미재구성을 해볼 수 있습니다. 나는 과연 자존감과 자부심, 자존심을 잘 구분하며 살아왔는가? 나의 삶을 통찰하면서 의미재구성을 해보는 것입니다.
독자에게 글을 쓰는 것을 추천하는가?
책을 출판하는 것까지는 쉽지 않겠지만 글을 쓰는 것은 추천합니다. 글을 쓰면 시너지가 생깁니다. 이번 독서법 책에서는 책을 읽으며 후기나 독후감과 같은 강압적인 방법으로 행해지는 쓰기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단순히 쓰고 메모하는 것은 충분히 추천할만합니다. 저는 특별히 책 출간을 위해 일부러 쓰려고 하지 않습니다. 삶을 살아가면서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면 그때그때 콘셉트를 잡아서 책을 출간할 만큼의 용기가 생겼는데요. 앞으로 10여권의 책이 나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