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한 평생학습 나금주 | 광주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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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을 국가가 책임져라?

발달장애인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일상생활에서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발달장애인 생애주기별 맞춤 서비스 지원이 필요하다. 현재 발달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는 그 필요에 비해 지원 규모가 부족해 가족들의 신체적·정신적·경제적·정서적 부담이 매우 높다. 발달장애인 가족들은 발달장애 자녀를 키우기 때문에 불행한 것이 아니라, 그 자녀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사는 것이 더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 서비스가 부재해 발달장애인 양육 및 교육, 이후의 삶에 대한 모든 책임이 가족에게 전가되어 있다. 이러한 고통은 장애인 가족의 해체로 귀결되거나, 부모가 발달장애 자녀를 살해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극단적인 결과도 낳는다.

최근 발달장애인 부모들이 청와대 앞에서 장기 농성을 벌였다. 발달장애인들을 돌보고 있는 부모들이 더 이상 가족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정부에게 항의하고 국가가 발달장애인을 책임지고 지원하라는 간절한 바람을 표출한 것이다.

발달장애인 자립생활을 위한 평생학습 현황

「2014년 광주광역시 발달장애인 및 가족 민관 합동 실태조사」에 의하면, 발달장애인이 현재 하고 있는 여가활동으로는 첫 번째로 ‘TV 시청’이 67%로 가장 많았고, 두 번째로는 ‘컴퓨터 게임 및 인터넷 검색’이 23.8%, 세 번째로는 ‘휴식’이 32.5%로 나타났다. 앞으로 여유가 생긴다면 하고 싶은 여가활동으로는 첫 번째로 ‘스포츠 활동’이 19.9%, 두 번째로는 ‘문화․예술 관람’이 12.5%, 세 번째로는 ‘창작적 취미활동인 미술, 독서, 요리 등’이 12.4%로 나타났다. 성인 대상 지역사회 프로그램 이용 여부는 여가활동 프로그램과 주말 활동의 이용 경험이 5.5%로 나타났고, 그 이외 일상생활 훈련, 진로상담, 예술․문화 활동의 이용 경험은 5%대 미만으로 낮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발달장애인들이 집에 머물러서 하는 활동 위주이며, 그나마 학교 졸업 이후에는 어느 날 갑자기 갈 곳이 없거나 할 일이 없어서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학교 졸업 이후 발달장애인이 지속적으로 평생학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선택의 여지가 많은 경증 발달장애인에 비해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취업은 고사하고 여타 기관들의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더욱 어렵다. 그러다보니 중증 발달장애인들은 단순한 보호차원의 지원도 필요하지만 다양한 학습․문화․여가․스포츠 활동에 관심이 많은데도 정작 문을 두드리면 마땅히 갈 곳이 없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온 발달장애인 학습․문화․여가․스포츠 활동에 대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

중등교육을 마친 발달장애인들은 상위 학교로의 진학이 어려워 대부분의 특수학교에서 이루어지는 2년여의 전공 과정에 몰리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극히 일부만이 이용할 수밖에 없다. 이후 더 이상의 교육 기회가 없어 기술의 퇴보, 자립생활 능력 획득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학령기 이후의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는 주간보호 혹은 평생학습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집에만 있지 않고 계속 외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오히려 퇴행이나 정신과적인 문제 발생의 소지가 높다. 즉, 특수학교 전공과의 2년을 단순히 학교 시스템에서 머무는 기간 연장으로서가 아니라, 성인기 이전을 준비하는 기간 및 교육 기회로 전환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학령기 이후 발달장애인 평생학습에 대한 지원방안을 조속히 수립하여 시행함으로써 이들의 평생학습 교육권리가 평생에 걸쳐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평생학습은 어떻게 지원해야 할까?

발달장애 아동은 공교육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성인 발달장애인은 공교육을 마치고 나면 갑작스럽게 지원이 끊기게 된다. 이때부터 발달장애 당사자뿐만 아니라 부모들도 평생학습의 필요성이 절박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발달장애인의 평생학습이 실효성 있게 진행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 커리큘럼에 학령기 이후 중단될 수 있는 신변처리기술, 일상생활기술, 자립생활, 결혼, 고용, 거주생활, 사회성 기술, 지역사회적응기술 등을 지속적으로 교육할 수 있도록 개인생활, 가정생활, 사회생활을 중심으로 하는 기본교육과정을 반드시 포함해야 하며, 지역사회 차원의 평생학습 활동 지원 및 사회참여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평생학습이 비장애인들과 동떨어져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통합되어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동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어야 한다. 다만, 발달장애인들의 경우에는 일반 평생교육시설에서 통합되어 운영되고 있다면, 발달장애인들의 특성에 맞춘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에 발달장애 관련 전문가와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운영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결국에는 대부분의 발달장애 당사자들이 일반 평생교육시설과는 분리된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별도의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관련 단체가 운영하는 평생교육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발달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고려한 별도의 독립된 평생교육시설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역사회 돌봄인 ‘커뮤니티 케어’,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등 수요가 높은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 지역사회 생활을 지원한다고 한다.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는 성인 발달장애인에 대해 교육, 직업훈련, 여가‧취미, 대인관계 형성 및 사회적 기술 등의 제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주로 최중증 성인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및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형을 검토하고 있으며, 내년 시범사업 추진을 위해 예산 등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이번 광주광역시 교육감 공약에 발달장애인 평생교육시설을 지정하여 지원하겠다고 하였으며, 광주광역시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광주광역시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종합지원 시범사업”을 전국 최초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성인 발달장애인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지역사회 안에서 당사자가 원하는 삶을 살아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발달장애인 자립생활 종합지원 시범사업이란?
성인 발달장애인의 의미 있는 낮 시간 활동지원을 위한 주간활동 시 추가지원, 재가 성인 발달장애인의 주거지원을 위한 공공 임대주택 지원, 성인 발달장애인 취업 지원을 위한 직무지원인 지원, 발달장애인 자조모임 지원, 위기발달장애인쉼터 운영 지원, 중증 발달장애인 실종 예방 GPS 위치알리미 기기 보급 지원 등의 사업을 광주광역시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서 지원하고 있다.

최근 들어 (재)광주광역시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공모 사업이 활발하게 지원되면서 많은 발달장애인과 부모들이 반기고 있다. 여기에 더해 비장애인 평생학습 프로그램에도 발달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포용되어 함께 할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한 사회포용 모델이 될 것이다.

나금주
나금주 광주발달장애인센터장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엠마우스복지관 사회복지사, 광주발달장애복지연대 실무위원장, 광주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겸임교수를 역임했으며, 현재 광주광역시발달장애인지원센터장이자 광주광역시 사회복지사협회 운영위원, 발달장애인 복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광주광역시 장애인실태조사 및 정책개발연구(2009)」, 「광주 성인지적장애인 자립지원 방안 마련을 위한 실태조사연구 보고서(2009)」, 「얼굴을 해가 있는 쪽으로 향하면 해를 볼 수가 없다(2014)」, 「발달장애인의 인권(2016)」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