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의 학습 Ⅰ “당신의 삶은 이미 책 한 권이다”‘책 쓰기는 애쓰기다’ 저자 유영만 교수 강연 스토리 이소영 | 제5기 웹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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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쓰면 책 한 권이야!”
흔히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이런 말을 쉽게 내뱉는다. 그렇다고 진짜 책 한 권 ‘뚝딱’ 써낸 사람은? 아직 못 봤다. 아무리 책 쓰기가 흔해졌다고 하지만, 언젠가는 이루고 싶은 ‘버킷리스트’로만 품고 있는 이들이 더 많은 게 현실. 지난 10월 19일 충장로 22 다목적실에서 열린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웹진-SNS 기자단 역량강화 특강’에서는 한양대학교 유영만 교수가 ‘책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풀어냈다. 책에 대해서. 글에 대해서. 하나뿐인 삶, 일상에 대해서. 지식 생태학자 유영만 교수. 그가 품고 있는 생각과 감정들을 정리해봤다.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

유영만 교수의 90번째 저서 『책 쓰기는 애쓰기다』. 애쓰는 과정을 소개하기 전, 유 교수는 짧은 영상으로 과거의 경험부터 꺼냈다.
수도전기공고를 다니던 시절 그는 공부보다는 용접에 매달렸다. 경기 평택시의 화력발전소에 취직해 3교대로 일했지만 뭔가 허전한 마음을 지우진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한 사시 합격 수기집이 그의 생각을 바꿨다. 그러나 고시 공부는 오래가지 않았다. 성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시작한 공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달밤에 수험서를 불살라 버렸다. 놀이로서의 공부를 시작했다. 도서관에서 여러 책을 접하면서 시야를 넓혔고, 대학원에 진학하고 미국에 유학하고 박사가 됐다.
“‘철판 함부로 만지지 마라.’ 어디서 들어본 말 아닌가요?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1994년 발표된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 첫 구절이죠. 제가 용접을 하다가 온도 조절을 잘 못 해서 자격증 시험에 떨어진 적이 있습니다. 지금도 철판을 생각하면 보름달이 생각납니다. 여러분들은 철판에 구멍을 뚫어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상상력이 없을 겁니다. 직접 몸으로 겪어야 체험해야 창작과 상상력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지식 용접공’을 자칭한 그는 새로운 글을 쓰려면 이전과 다른 경험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막걸리에 파전만 먹지 말고, 스테이크도 함께 곁들어 보고 새벽에도 마셔보라는 것. 테크닉에 앞서 글감 생성이 더 중요하다는 맥락이었다.
실제 그는 사하라 사막 마라톤 도전과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정, 킬리만자로 등반, 제주 국제 트레일 러닝 100km 마라톤 도전 등을 해내기도 했다. 당시 결과물은? 역시 책으로 남겼다. 『울고 싶을 땐 사하라로 떠나라(쌤앤파커스, 2013)』, 『나는 배웠다(서울문화사, 2015)』 등.

▲ 유영만 교수의 일과

하루 일과표를 PPT 화면에 띄운 유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제 일상요? 밥 먹듯이 운동하고 읽고 씁니다.”
그는 평균 새벽 6시에 기상해 아침 운동을 한 후 연구실에 도착한다. 점심시간 전까지 블로그, 페이스북, 브런치, 인스타 등을 하며 자료수집과 검색·사색 등을 한다. 읽다가 쓰고 쓰다가 읽고, 읽다가 자료를 만들고. 동시다발적으로 해낸다. 오후에도 마찬가지다. 어휘, 문장 수집, 삼행시로 상상력 단련하기 등.

“독서는 다른 세상과 만나는 접속입니다. 여러분, 광주에서 제일 큰 서점이 어디죠? 서점에 가서 누워있는 책을 많이 만져보세요. 책 제목만 봐도 요즘 사람들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 사유의 세상이 무한대로 열립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연결할 주제가 풍부합니다. 체험과 책이 만나면? 스파크가 일어나죠.”
유 교수의 독서법을 몇 가지 소개하자면 이렇다.
복독: 여러 권 읽기보다 여러 번 읽기
정독: 빨리 읽기보다 느리게 읽기
습독: 시간 내서 읽기보다 시간 날 때마다 읽기
합독: 독서 토론 등을 하며 함께 읽기
“저는 독서를 ‘피클’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이가 피클이 되면요? 절대 다시 오이로 되돌아갈 수 없습니다. 책을 읽으면 책을 읽기 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 책 쓰기를 시작하려는 저자의 7대 행동강령

어쩌면 제일 어려운 게 ‘쓰기’일지도 모른다.
어렵다? 인정! 유 교수는 여기에 덧붙인다. 사랑하라고. 쓰기를. 그는 다양한 체험을 하면서 많이 읽고, 여기서 나온 느낀 점을 쓰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쓰면 쓰임이 달라진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지성의 폐활량을 늘리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쓰기. ‘쓰기’가 모여 ‘책’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도 예술작품으로. 단, 익히고 묵히며 삭히는 ‘발효’와 ‘숙성’의 과정은 필수.

“글은 그 사람의 삶과 분리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의 글을 보면 삶이 나오는 이유죠. 언어의 감옥을 탈출할 수 있도록 일상에서 계속 스토리텔링을 해보시길 바랍니다. 쓰다 보면 방법이 생깁니다. 앉아서 생각만 하지 마세요. 쓰면 생각이 떠오릅니다.”
끝으로 그는 리베카 솔릿의 『멀고도 가까운』 중에서 인용해 책 쓰기를 통해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게서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유 교수는 독서와 태권도를 병행하는 부천의 태풍태권도 아이들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책 쓰기의 행복론을 마무리했다. 살기, 읽기, 짓기. 그는 오늘도 또 짬을 내서 읽고, 쓰고, 열렬히 살아갈 것이다.
유영만 교수의 ‘책 쓰기는 애쓰기다’ 특강은 광주형 TED 강좌로 제작되어 광주시사점(http://sisa.or.kr)에 탑재될 계획이다.
이소영
제5기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