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 목소리Ⅰ “생각이 크는 역사 수업, 인기 만점” 광주서구문화센터 ‘생각이 크는 한국사’ 과정 이규숙 강사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서구문화센터에서 수업을 시작한지 벌써 10년이 되었습니다. 기존에 강의를 하고 계셨던 선생님의 소개로 ‘생각이 크는 한국사’ 수업을 진행해왔는데요. 생각이 크는 한국사 수업은 초등학교 4학년부터 6학년까지 학생들이 6개월 동안 『한국사편지』 5권을 읽으며 한국사 통사를 공부하는 과정입니다.

  일회성이나 결과물 보여주기 식의 여타 수업과는 달리 6개월이라는 장기적 시간을 가지고 책을 읽으면서 수업을 진행합니다.
책을 읽어오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10문제의 과제를 미리 주고, 대충 읽은 학생들은 과제의 답을 찾기 위해 책을 다시 한번 봐야하는 수고를 해야 합니다.
  수업 시작 10분 전에 미리 와서 과제 점검을 받는데요. 과제를 안 해 온 학생은 다음시간에 다시 검사를 받아야겠죠?

“문화센터 수업이 뭐 이리 빡세?” “아! 책 읽기 싫어. 그냥 듣기만 할래요” 등 불만을 토로하는 학생들도 물론 있지요.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열심히 하고, 또 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어 책을 읽어오는 학습과정을 저도 열심히 끌어가고 있습니다.

이 과정은 학습의 기초가 되는 가독력을 높이고, 역사적 사실을 파악하여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며, 수업에서 진행될 역사적 인과관계를 효과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생각이 크는 한국사’ 과정은 역사적 흐름을 강조하는 맥락 수업으로, 시대적 흐름을 매 수업 시간마다 복습하며 거시적 관점에서 미시적 수업이 이루어지고 재미있는 스토리텔링으로 당시 시대 속으로 쏘옥 빠져드는 수업입니다. 여러 관점을 제시하고 자신만의 입장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시간관계상 모두의 입장을 들어 볼 수는 없지만 거수형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거나 대표적 입장을 들어 보기도 합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만을 암기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인간의 삶을 배우고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를 고민하는 학문입니다. 그러한 학문으로 안내하고자 학생들에게 역사 속에서 교훈과 의미를 찾고 함께 삶의 방법을 고민합니다.
  고려시대 ‘노비 만적의 난’을 학습할 때는 내가 당시 노비였다면 죽을 각오로 그러한 행동을 할 수 있었을지, 고려 송과 거란의 관계에서는 의리냐 실리냐를, 우리나라가 일제 식민지 시절 나는 독립군으로 살 수 있었을지 등을 생각해 보고 의견을 나누면 역사는 우리의 현실로 다가옵니다.

우리 학생들은 만적처럼 살지 않겠다고 합니다. 가늘고 길게 산다고도 합니다. 모두가 다 독립군이 되겠다고 하지도 않습니다. 독립군도 친일파도 되겠다는 학생도 있지만, 당시 우리 백성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대다수 학생들은 그저 그냥 산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역사교육은 왕들의 업적을 배우고 이름을 남긴 영웅들의 삶을 공부하면서 교훈을 가르치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장 평범한 백성의 삶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를 아이들의 대답이 가르쳐 줍니다. 이처럼 학생들은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에서 자유롭게 의사표명을 하고 저는 그러한 의견을 모두 존중해 줍니다. 삶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10년간 이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올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토요일 오후는 초등학생들이라면 얼마나 놀고 싶은 시간이고 오기 싫은 시간일까요. 이렇게 처음엔 엄마의 손에 억지로 끌려 온 학생들이 점점 역사에 재미를 느껴서 즐겁게 다니는 모습을 보며 저도 보람을 느꼈고, 최선을 다해 수업에 임해온 것이 지금까지 이 강의가 유지된 가장 큰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서구문화센터는 강사에게 전적으로 수업에 대한 권한을 일임하여 수업의 특성에 맞게 수업 시간과 내용을 조직하여 운영할 수 있게 되어 있는데요.

저는 책과 함께 통사를 공부하기 위해서 6개월이라는 장기 프로그램을 구상하였고, 수업의 양과 질에 있어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높았기 때문에 장수 프로그램으로 안착하여 수강생이 항상 25명을 초과하여 많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덧붙여 평생교육기관들의 프로그램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근시안적 안목으로 편성된 일회성 프로그램이 아닌 장기적 관점에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투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