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가 만난 사람 “학습은 자기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성찰하는 과정”
박진영 광주대학교 청소년상담ㆍ평생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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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프로그램과 지역만의 특성화된 프로그램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요구가 높았어요. 이는 시민들이 우리나라 평생교육의 한계를 함께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국가와 지자체 차원에서 평생교육에 대한 관심과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시작한 지 20여 년 가까이 되어 간다. 광주대학교 청소년상담ㆍ평생교육학과 박진영 교수는 “평생교육 활성화 초창기에는 홍보를 위해 취미ㆍ오락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공해 왔다”라며 “여전히 많은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취미와 오락에 치중돼 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이 부분에 대한 한계를 광주시민들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광주시와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시행하는 ‘2016 광주광역시 평생학습 참여 실태조사’를 맡아 진행했다. 지금껏 순수한 광주시민들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실태 조사가 부족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가 가진 의미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의 문제도 해결하고 지역 특성화를 도모할 수 있는 평생학습 프로그램을 기획ㆍ운영하는 것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어요. 이를 실태조사를 통해 명확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금 당장 우수한 프로그램과 지역의 특성을 살린 프로그램 개발도 시급한 과제지만, 학습동아리 참여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광주시에서도 자발적인 학습동아리 참여를 위해 평생교육 정책 차원에서 시민실천운동을 벌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광주 평생학습 참여 실태조사 결과, 광주지역 시민들의 학습동아리 참여 비율이 응답자 중 15.6%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평생교육의 벤치마킹 대상으로 주목받는 북유럽 국가들 경우 국민 70% 정도가 학습동아리 구성원으로 참여해 학습과 토론을 통해 사회참여와 실천을 수행하는 것과 대조적인 결과이다.

“학습과 성찰, 토론을 통한 실천의 선순환 과정을 통해 성숙한 시민사회를 형성해 나가는데 있어 학습동아리의 의의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학습동아리야말로 시민이 자신의 관심사를 학습을 통해 자기주도적으로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평생교육이 지향하는 학습자 중심의 평생학습사회 조성에 있어서도 의미가 크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이번 조사에서 광주가 타 지역에 비해 가장 두드러지게 다른 점으로 시민들이 직업능력 향상 교육에 대한 욕구가 크다는 것을 꼽았다. “평생학습 프로그램 유형 중 직업능력 향상 교육에 대한 요구가 전체 응답자 중 29.2%를 차지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라며 “이는 시민들의 입장에서 그만큼 일자리에 대한 요구가 높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 결과를 토대로 주로 고용노동부에서 진행해오고 있는 직업훈련 과정을 평생교육 차원에서도 접근하고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를 위해 광주시와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연대해 지역에서 우선 집중 대상을 선정한 뒤 이들을 위한 맞춤형 직업능력 향상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선제적 접근 전략으로, 광주지역에 필요한 일자리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인력을 양성하는 차원의 프로그램을 기획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광주시 산하 평생교육 담당부서 또는 광주평생교육진흥원과 일자리 관련 부서가 열린 협업구조를 만들어갈 것을 제안했다. 이번 조사를 진행하면서 박 교수 마음 한구석에 또 다른 ‘의지’가 생겼다고 한다.

“예향과 의향의 도시 광주. 문화예술교육과 시민참여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기여하고 싶어요. 문화예술 경험을 통한 성찰과 사회 실천을 도모할 수 있는, 문화예술교육과 시민참여교육, 더 나아가 인문교양교육까지 조율된 융복합 프로그램 개발을 해보고 싶습니다.”

광주는 예로부터 ‘예향’과 ‘의향’의 고장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광주만의 강점을 부각시킨 차별화된 문화예술교육 등이 부족하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광주시민은 최소한 예술을 향유하고 느끼는 수준을 벗어나 삶의 문제, 지역의 문제를 예술을 통해 성찰해 볼 수 있는 수준의 평생교육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시민들의 참여가 높아졌으면 하는 게 박 교수의 기대다.

시민참여교육에 있어서도 5ㆍ18민주화운동 등 광주시민의 정신을 세계시민정신으로 발굴ㆍ승화시켜 세계 각국 시민들이 5ㆍ18 정신을 자국에서 적용ㆍ실천할 수 있는 수준의 프로그램 개발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에 시민들이 활발하게 참여해 진정으로 예향의 도시, 의향의 도시로 거듭날 수 있고 우리 지역의 특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번 실태조사 연구 후속 차원에서 진행하는 특성화 프로그램 개발연구진으로 다시 참여하는 만큼 앞서 말한 내용을 반영해 연구를 수행하겠다는 다짐도 빼놓지 않았다.

박진영 교수는 ‘그럴싸하게’ 말로만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본인이 말한 욕심과 다짐을 지키기 위해 일찍이 예술을 체험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제안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먼저 실천하고 경험하기 위해서다. 늦은 나이에 고민을 거듭한 끝에 발레를 시작했다. 벌써 2년째 접어들었다. 운 좋게도 처음부터 무용가로서의 실력을 갖춘 데다, 예술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진정한 예술가를 ‘선생님’으로 만났다. 이를 계기로 우리 지역의 잠재돼 있는 우수한 예술인들이 꽤 많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갖게 됐다.

“훌륭한 선생님을 통해 예술을 경험해서 그런지 예술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경험하고 그동안 차치해뒀던 감성적인 면을 많이 느끼고 있어요. 예술 역시 학습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인내의 과정이 수반됨을 배우고 있고, 재능이 미흡한 학습자로서 역지사지를 제대로 해보고 있죠. 이 또한 소중한 경험이고 배움이 아닐까요?”

박 교수는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으로 ‘자기성장을 평생 기한다’라고 말했다. 자기성장의 과제를 놓치고 있다면, 이는 인간적 호흡을 잠시 멈추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자기 수련의 과정을 살아야 하며, 이런 과정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성찰에 기반이 되는 것이 바로 배움, 즉 학습이라고 강조한다. 학습은 인간에게 있어 성장을 위해 평생 동안 진행되어야 할 ‘숨쉬기’처럼 자연스러운 활동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기성장을 기하는 차원에서 평생학습을 상정하면 현장에서 여전히 보이고 있는 오락ㆍ취미의 편향적 평생교육에 대해서는 이제는 점검해볼 시기가 됐다고 봐요. 평생학습을 인간성장과 연결해 보면 평생교육이 해야 할 일, 즉 그 과제의 스펙트럼은 무궁무진하게 확대될 것입니다.”

박진영
박진영 광주대학교 청소년상담․평생교육학과 교수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교육학과(성인계속교육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주요논문에는 《사회문화예술교육 수업의 기획배경 및 탐색》, 《어촌지도자의 핵심역량모델 개발 및 교육요구도》, 《마을만들기 시민역량모델 개발 및 교육요구도》 등이 있다. 현재 국가평생교육진흥원, 광주평생교육진흥원, 전남평생교육진흥원 등에서 평생교육정책 자문 및 평가위원, 한국평생교육학회 이사, 광주시 평생교육협의회 위원 등으로 활발히 활동하며, 평생교육 분야 발전을 이끌어가고 있는 전문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