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 목소리 <제1회 광주문해의달>배움의 기쁨을 공유하는 행복했던 날 한미준 광주희망평생교육원장 ( 2016우수문해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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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까지만 해도 광주에 성인문해교육 거점기관이 없어서 곡성까지 가서 광주 전남이 함께하는 문해 행사를 가졌는데, 그동안 우리 지역 학습자들만의 행사가 없는 것이 많이 아쉬웠다.
  드디어 올해 우리 지역에도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거점기관이 되면서 성인문해교육의 더 나은 발전의 장이 열렸다. 행사 일정이 잡히면서부터 학습자들과 문해 교사들은 아이들이 소풍 가는 것처럼 약간은 설레고 들뜬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손꼽아 기다렸다.
  행사 내용을 설명하고 참석 가능한 학습자 수를 조사했더니 70명이나 되었다. 다 같이 가서 어울리고 싶었지만 행사 규모상 우리 기관에서 20~30명까지만 참석하기로 해서 10개 반에서 3개 반 지원자들 20명 정도만 모시고 참석키로 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울상이었다. 내년에는 다 같이 가자며 죄송하다고 했다. 어디든 참석 안하시려는 학습자들이 이번에는 너무 예외였다. 아마 다 같은 입장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편하셨나 보다.

  9월 29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1회 광주 문해의 달 기념행사가 열리는 날이다. ‘세상을 여는 배움의 꿈’이라는 주제로 열린 행사의 개막식에서 시화전 수상자들의 시 낭송을 들으면서 학습자들 모두가 본인 사연인 양 눈시울을 적신다. 못 배운 한을, 이제야 배우는 기쁨을 시로 표현한 우리 학습자들... 몇 마디 말로 그 감정을 다 표현할 수 있을까마는 가슴에서 우러나온 단어 하나하나가 참석한 학습자들의 마음을 울린다.

  개막식 직후 갑자기 교복 입은 소년, 소녀들이 행사장 안으로 들어선다. 웅성 웅성, 시끌 시끌. 다른 학습자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본다. 도전 골든벨 참가자들이다. 알록달록 모자도 쓰고 멋지게 교복을 차려입고 당당히 들어온다. 드디어 시작!

  방송인 박수림 씨의 맛깔나는 진행 하에 학습자들이 한 문제 한 문제 맞혀가는 과정이 지켜보는 교사 입장에서 정말 뿌듯했다. 탈락한 학습자들은 아쉬움의 소리를 지르고 문제를 맞힌 학습자들은 보드 판을 높이 들고 흔들어댄다. 다들 너무 행복해하시는 모습이다.

  골든벨을 울린 최후의 1인은 장애인 복지관의 ‘박 용’ 씨였다. 이번 문해교육 행사의 가장 큰 의미가 장애인 비문해자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 마침 골든벨을 울린 최후의 1인이 장애인 기관 학습자이다 보니 참가자들이 다시 한 번 성인문해교육과 장애인들을 연관 지어 생각해 보는 분위기다. 이번 행사는 우리 지역 성인문해교육이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뜻깊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점심 식사 후 장기자랑 시간에는 학습자들이 나와서 노래도 하고 춤도 추고 다 함께 어우러지는 한마당이었다. 내 식구 네 식구 구별 없이 우리는 다 같이 배우는 학생들이라는 생각으로 모든 참여 기관이 서로가 하나가 되었다.
  비문해자들은 누군가와 어울리는 것을 낯설어한다. 특히 성인문해 학습자라는 입장으로 참석하는 행사는 더더구나 꺼려한다. ‘내가 못 배운 것을 내가 아는 누군가가 알면 어떡하지? 혹시 아는 사람 만나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쉽게 나서지를 못 했다. 하지만 다 같은 입장의 학습자들이 만나는 자리라서 그런지 아무런 부담감 없이 마음 편하게 이 날을 즐기셨다.

우수 문해 교사 시상

  행사 마지막에 우리 지역 우수 문해 교사 시상이 있었다. 그동안 열악한 문해 교육 현장에서 열심히 학습자들을 위해 봉사하신 교사들에 대한 격려가 아닌가 싶다. 내가 우수 문해교사 상을 받으면서 1회 우수 문해 교사로 선정되었다는 뿌듯함도 있었지만, 더 큰마음은 ‘죄송함’이었다. 나보다 더 오랫동안, 더 헌신적으로 문해 교육 현장에서 뛰신 분들이 많은데 아직은 많이 부족한 내가 상을 받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는 의미로 주신 상으로 생각된다.

  아직도 우리 문해교육 종사자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야 할 비문해자들이 너무나 많아서 가슴이 아프고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한 분 한 분 가르치다 보면 그 끝이 보일 날이 있을 거라는 믿음으로 하루하루 그분들과 수업을 하고 있다. 잠깐 발을 디딜 줄 알았던 일이 올해로 벌써 17년째가 되었다. 성인 문해 학습자들에게 한 글자라도 더 가르쳐 드리고 싶은 마음에 바쁘게 살아가는 지금의 내 삶이 오랫동안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행사가 끝나고 보물찾기 선물로 받은 학용품 꾸러미를 가슴에 안고 활짝 웃으시며 집에 돌아가신다. “오늘 정말 재밌다. 내년에 또 오자.”하시면서.
  이번 광주 문해의 달 행사는 우리 지역 학습자들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을 활짝 열어 주었다. 그 열린 문으로 성인 문해 교육 학습자들이 자신 있게 한 발 한 발 걸어갈 것이라고 기대를 해 본다.

한미준
광주희망평생교육원장 ( 2016우수문해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