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갖게 되는 수많은 의문들, “사람은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잘 살았다고 인정받게 되는 걸까?”,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은 어떻게 해야 인간관계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것일까?” 등등 모두가 스스로에게 한 번쯤은 던지는 질문의 심오한 해답을 얻기 위해, 광주 동명동 푸른길에 아담하게 위치한 책방 ‘심가네박씨’를 찾아갔다.
지난 11월 9일, 노오란 은행잎이 길가에 가득히 내려앉은 가을빛 짙은 푸른길 도로변 책방 ‘심가네박씨’에서, 심옥숙(인문지행 대표) 강사의 ‘명화 속의 대화 명장면1’ 강의가 열렸다.
‘심가네박씨’, 책방 이름이 특이하다 생각했는데 사연이 있었다.
사람들에게 좀 더 기억하기 쉽고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이번 강의의 연사인 심옥숙 대표와 첫날 ‘대화하는 시민대학’(어떤 첫날인지 부연 설명이 필요한데, 제가 쓸 수 없어서 못 고쳤습니다.)의 문을 열었던 박해용 철학박사 부부가 그들의 성을 따서 지은 이름이었다. 책방 내부의 모습은 인문학 강좌 공간과 서가, 지역 출판물 코너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명화 속의 대화 명장면’ 강의에는 푸른길을 지나다 인문학에 목마름을 가득 안고 찾아온 주부부터, 거리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를 보고 대화법을 구체적으로 배우고 싶은 한의사까지 각계각층의 시민들 30여 명이 참석했다. 심옥숙 강사는 「뮤즈와 대화하는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죽음」, 「아테네 학당」,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헤라클레이토스」, 「히파티아」, 「의심하는 도마」 등 명작들을 주제로 강연했다. 특히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져 준 작품 세 가지를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첫 번째 시작은 대화의 철학자 소크라테스(BC 470~399)로 문을 열었다.
“나는 단 한가지 사실만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 그것은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 소크라테스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산파술이라고도 하는데, 상대에게 질문을 거듭해 개념을 규정하고 음미하도록 하고, 상대방이 의식하지 못했던 새로운 의미나 사상을 낳게 하는 방식이다. ‘문답법’이라고도 한다. 질문을 계속 던져 스스로 무지를 깨닫게 함으로써 사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에 도달하게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진정한 영혼을 발견하도록 하고, 그리스 시민에게 진리를 일깨우고자 했다.
이 작품의 주제는 플라톤의 『대화편』에서 가져온 것이다. 다비드(1748~1825)는 『대화편』에 수록된 이야기에 중점을 두기보다는 위대한 철학자의 불멸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다비드는 당시 신고전주의에서 유행했던 순교자적 죽음을 보여 주는 동시에 소크라테스가 죽음을 앞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통제하여 고결함을 지키고 있다는 것을 전달하고 있다.
소크라테스가 침대위에 똑바로 앉아 제자와 동료들에게 열렬히 설명하고 있는 장면은 매우 독특한 인상을 준다. 소크라테스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 중에는 크리톤과 플라톤이 있다. 플라톤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슬퍼하고 있고, 소크라테스의 가장 가까운 동료였던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의 무릎을 쥐고 있다. 소크라테스를 구제하기 위해 열심히 설득하지만, 소크라테스는 의연하게 죽음을 받아들이고 왼손을 들어 천국을 가리키고 있다. 이 동작은 소크라테스의 참된 진실을 상징하는 것으로 신에 대한 경외와 죽음을 향한 그의 태도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번 강의의 하이라이트였던 라파엘로(1483~1520)의 작품 「아테네 학당」의 등장인물들을 만나 보자.
르네상스 시대에는 고대의 문명과 지식에 바탕을 둔 인문주의가 발달했다.「아테네 학당」은 이러한 시대 분위기를 반영해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과 현인들을 한 자리에 모아 진리를 향한 이성적인 탐구를 찬양하고자 했다. 그림의 정중앙에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보이고, 플라톤 옆에는 무언가를 열심히 설파하고 있는 소크라테스, 철학자 디오게네스, 헤라클레이토스, 에피쿠로스, 수학자 피타고라스, 기하학자 유클리드,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 조로아스터, 동시대 화가인 소도마가 보인다. 검은 모자를 쓰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은 라파엘로다.
강의를 마치면서 심옥숙 대표는 “시민 인문학 강좌를 올해 8년째 진행하고 있는데, 시민들에게 좀 더 쉽고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그림이 갖고 있는 인문학적 의미를 삶의 가치로 연결시키려 했다”며, “시간이 흘러도 인간이 가진 가장 본질적인 문제는 달라지지 않고, 누구나 최선의 삶을 살려고 한다.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이야기들에 대해 ‘나의 이야기인 것 같다.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성공적인 프로그램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번 강의에 첫날부터 참석한 이종기 선생은 “원래 말하기를 좋아하고, 상대방에게 뭔가 유익한 말들을 전하고 싶어 대화법 인문학 강의를 찾아서 듣고 있다. 오늘 명작을 통한 수업이 내 안의 나와 소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수강한 소감을 표시했다.
한편, 이번 ‘명화 속의 대화 명장면’ 강연은 (재)광주평생교육진흥원(원장 이계윤)의 ‘2018년 빛고을 시민대학 공모 사업’으로 선정되어 진행되었다. 소크라테스대화법연구소에서 주관하는 ‘대화하는 시민대학’ 프로그램 중 7차시에 해당되는 강의였다.
지난 10월 19일 박해용 철학박사의 ‘합시다! 대화와 소통’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올해 12월까지 진행되는 ‘대화하는 시민대학’ 강의 일정은 다음과 같다.
(문의: 책방 ‘심가네박씨’ 062-229-0687)
⒈ (10.19) 오리엔테이션, 합시다! 대화와 소통 / 박해용 철학박사
⒉ (10.20) 전라도 대화법의 맛과 멋 / 황풍년 전라도 닷컴 편집장
⒉ (10.20) 전라도 대화법의 맛과 멋 / 황풍년 전라도닷컴 편집장
⒊ (10.26) 중국인의 ‘꽌시’ 대화법 / 장춘석 전남대교수
⒊ (10.26) 중국인의 ‘꽌시’ 대화법 / 장춘석 전남대 교수
⒋ (11.02) 이제 품격 있는 대화를! / 김양현 전남대교수
⒋ (11.02) 이제 품격 있는 대화를! / 김양현 전남대 교수
⒌ (11.03) 석가모니 대화법 / 조윤호 전남대교수
⒌ (11.03) 석가모니 대화법 / 조윤호 전남대 교수
⒍ (11.09) 명화속의 명장면1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⒎ (11.16) 명화속의 명장면2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⒏ (11.23) 명작속의 명장면1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⒏ (11.23) 명작속의 명장면3(?)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⒐ (11.25) 보성 태백산맥 문화관 답사 / 박해용 박사
⒑ (11.30) 미래의 이웃 아프리카와의 대화 / 황주원 어린이재단 말라위사무소장
⒒ (12.01) ‘뒷이야기’로 차린 대화 마당 / 채정희 광주드림 편집국장
⒓ (12.07) 명작속이 대화 명장면2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⒓ (12.07) 명작속의 대화 명장면2 / 심옥숙 인문지행 대표
2018년, 달력의 마지막 장을 남겨 놓고 무언가를 혼자 고뇌하고 있다면, 같이 고민을 나누고 울림을 주고받는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어느 날 광주 동명동 푸른길을 산책하다 ‘심가네박씨’ 책방 안으로 들어가 편안하게 내 안의 삶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허은정
- 제2기 광주평생교육 웹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