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23일 오전 양림마을이야기관 주차장에서는 기대감에 가득 찬 눈빛들이 보였다. 광주평생교육진흥원(원장 김농채·이하 진흥원)이 11월부터 12월까지 한달간 진행한 ‘시민활동가와 함께 찾아가는 광주알기 답사-양림동 문화탐방’ 참가자들이었다. 이날 참가자들은 광주시 동구 빛고을사회복지관 소속 70~80대 어르신들과 다문화가정 약 30명이었다.
지난 11월23일 오전 양림마을이야기관 주차장에서 광주평생교육진흥원이 운영하는
‘시민활동가와 함께 찾아가는 광주알기 답사-양림동 문화탐방’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애심 씨를 비롯한 시민활동가들은 친철하게 참가자들을 맞이하며 양림동에 관한 소개를 시작으로 일정을 진행했다. “양림동은 광주에서 손꼽히는 근대문화역사를 지닌 곳이에요. 천천히 걸으며 곳곳을 살피면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죠.”
참가자들은 10명씩 3개조로 나뉘어 양림동을 탐방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뒹굴동굴’이었다. 원래 방공호였던 곳을 리모델링해 현재는 체험 관광형 장소로 활용하고 있다. 동굴 내부는 생각보다 따뜻했다. 추위가 한걸음 물러나자 참가자들은 신기한 듯 동굴 내부를 구석구석 살피기 시작했다. 땅 속에 펼쳐진 길이 약 20m 동굴은 푸르스름한 조명과 어우러져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애심 활동가가 “주변에 이런 동굴이 4개가 더 있지만 개인 사유지에 있어 들어가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하자 어디에 있는지 묻는 질문이 속출하기도 했다.
두번째로 방문한 장소는 ‘양림마을이야기관’. 마을을 본격적으로 둘러보기에 앞서 어떤 문화유적이 자리 잡고 있는지 미리 만나는 자리였다. 드론을 촬영하여 실제 양림동 길을 걷는 기분이 드는 ‘양림동으로 가는 길’을 비롯해 양림동이 배출한 선교사, 예술가들을 소개하는 ‘양림동의 시간, 양림동의 사람’을 둘러봤다.
광주 근대문화역사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가장 인기가 좋은 건 ‘양림문화체험관’이었다. 화면 속 벌레를 공을 던져 잡거나, 양림동 출신 화가들의 작품을 직접 채색해 보며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이어 최승효 가옥으로 가는 길에 들른 정공엄지려비와 충견상도 주목을 받았다. 참가자들은 조선시대 승정원 동부승지를 지낸 정엄의 효행을 기리기 위해 비석을 세웠다는 이야기와 한양까지 심부름을 위해 1000리를 달리다가 죽은 정엄의 충견 ‘개비’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최승효 가옥에서는 대청마루에 앉아 멀리 보이는 무등산을 감상하며 한적한 시간을 즐겼다. 이주민 여성들은 마당에 있는 옛 작두식 펌프를 보며 “우리 집에도 있었다”고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이어지는 한희원미술관 탐방은 미술적 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 최승효 가옥과 이장우 가옥 사이 골목에 마을 출신 한희원 작가가 연 미술관이다.
골동품이나 쓰다버린 물건들로 거리를 꾸민 펭귄마을은 사진 촬영 장소로 인기였다. 노년층이나 이주민 여성 모두 장식품들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각 물건에 관한 추억이야기를 하나 둘씩 꺼냈다. 한 참가자는 “그냥 지나쳐만 갔던 양림동이 이렇게 멋진 곳인지 그동안 몰랐다”라며 “오늘 고생하신 활동가 분들과 평생교육진흥원 담당자분들에게 감사드린다”라고 참여소감을 말했다.
진흥원이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시민활동가와 함께 찾아가는 광주알기 답사’는 시민활동가(시민교육강사)와 동행하며 광주 역사·문학·예술·인물 등을 만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초·중·고등학교, 대학교, 시민사회단체, 평생교육기관, 행복학습센터, 지역아동센터, 작은도서관, 주민자치센터 등 5인 이상 시민이 모이는 곳이면 시민활동가들이 어디든 찾아가 ‘광주정신과 광주공동체 만들기’ 등을 주제로 시민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활동가는 참여와 소통, 연대와 협력, 나눔·공유·배려의 가치를 전파하는 이야기꾼으로 광주 역사, 문화, 예술 등 애향심을 고취할 수 있는 다양한 광주 이야기를 통해 광주공동체의식을 확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약 두달에 걸친 양성교육(이론·실습·탐방 등)을 통해 배출하고 있으며 수료한 뒤에도 꾸준히 역량 교육을 통해 전문 의식을 고양시키고 있다. 지난해 1기(43명)를 시작으로 올해 2기(41명)까지 시민활동가 84명이 자치구별로 활동하고 있다.
프로그램은 ▲양림동문화탐방을 비롯해 ▲광주정신탐방(부용정·환벽당·충장사 등) ▲시·문학탐방(양림동산·사직공원) ▲문화예술탐방(허백련미술관·전통문화관 등) ▲5·18사적지 탐방(국립아시아문화전당·금남로 일대) ▲무등산 탐방(광주호·충효동 일대) 등 총 6개 코스(각 3시간 소요)로 구성된다. 세부코스는 기존 탐방코스 이외에도 시민활동가가 제안한 코스를 접수받아 운영하고 있다.
시민활동가 <이애심씨>
“광주에 대해 배우고 또 배운 걸 다른 사람들에게 나눠주며 보람을 느낍니다. 광주에는 역사, 예술, 유적, 인물 등 소개할 것이 많지만 우리 지역 공동체 정신과 인심도 많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원래 주부로서 가사일에 일에 전념했던 그녀는 ‘노후에 어떤 일을 해볼까’ 고민하던 중 지난 2015년 ‘헌신과 나눔의 시민활동가’ 모집에 신청했다.
“집안일만 하다보니 남들과 좀 더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어요. 무엇보다도 광주에 대해 알리는 일을 하고 싶었죠. 제 스스로도 많이 배울 수 있으니까요.”
당시 두달에 걸친 교육을 이수했다. ‘역사·문학 속의 전라도 광주, 전라도 광주사람’ 강의를 시작으로 ‘광주의 숨겨진 이야기’, ‘세계의 시민교육사례:덴마크 평민대학’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공부했다. 고병헌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 박경장 성프란시스대학 작문교수, 정민룡 북구 문화의집 관장), 박시훈 교육문화공동체 ‘결’ 대표 등 각계 전문가들이 강사로 나선 유익한 시간이었다.
이씨는 “평생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한 교육을 수료하고도 동료 시민활동가들과 따로 동아리를 만들어 ‘어떻게 하면 더 잘 알려줄 수 있을까’하는 의견을 나누고 있다”며 “학교, 지역아동센터, 학습동아리 등 5명이 모인 곳이면 어디든 찾아 가 다양한 광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참여시민 <말리씨>
“집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마을이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찾아오고 싶어요.”
캄보디아에서 온 말리(여·27·한국명 임선아)씨는 그중 가장 활발한 성격이었다. 친구들과 장난치는 등 투어 시간을 활기찬 분위기로 만들었다.
말리씨는 “예전에 한번 양림동을 방문해 사직공원 전망타워를 올라가 본 적은 있다”며 “이렇게 친한 사람들과 마을을 돌아보는 것은 처음이라 많이 배우고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인상깊은 장소는 ‘뒹굴동굴’을 꼽았다. 일제강점기에 만들었다는 설명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굴 내부를 찬찬히 살펴보기도 했다.
“뒹굴동굴은 여름에 놀러 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동안 몰랐던 양림동 매력을 알게 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도 광주와 한국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