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돌씨 목소리Ⅳ 김선생의 광주사랑 ‘전라도人’ 글 · 그림 : 김길남 웹툰 작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 인쇄
이 코너는 중․고등학교에서 지리교사로 근무하다 퇴직 후 웹툰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길남 웹툰 작가의 연재 코너입니다. 김길남 웹툰 작가가 운영하고 있는 광주사랑 블로그(http://yeisee.blog.me)에는 광주의 역사, 문화, 인물 등 다양한 이야기가 4컷으로 그려진 만화와 함께 담겨 있는데요. 퇴직 이후 열심히 수집한 광주에 대한 자료의 핵심만 쏙쏙 뽑아 만화로 제공한 광주 사랑 이야기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광주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광주평생교육 웹진 「무돌씨의 마르지 않는 샘」을 통해 연재되는 김선생의 광주사랑!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이번 주제는 ‘전라도人’로 노래로 만드는 신나는 세상, 미스트롯 '진'송가인입니다. 화제를 몰고온 '내일은 스트롯' 송가인 이야기를 살펴봅시다.

<편집자 주>

노래로 만드는 신나는 세상, 미스트롯 '진'송가인.
언젠가 전라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서 트롯 가수가 많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찾아보았더니 김연자(광주) 주현미(광주) 홍진영(광주) 남진(목포) 송대관(전북 정읍)등의 이름이 검색되었다. 쟁쟁한 가수들이다.

트로트를 뛰어넘어 일반 가요로 눈을 돌리면
미스에이 수지(광주) BTS 제이홉(광주) 동방신기 소노윤호(광주) 거미(완도) 하춘화(영암) 등 재능있는 가수들이 많다. 아까운 가수 빅뱅의 승리(광주)도 있다. 전북 출신으로는 진성(부안) 효녀가수 현숙(김제) 등이 생각나는데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다.

오늘 이름을 올리는 송가인은 진도 출신이다. TV조선에서 주최한 제1회 미스트롯 진으로 등극하여 왕관을 쓴 신인 가수다.

사실 가수에게 고향의 의미는 말 그대로 고향일 뿐이다. 노래는 다른 예술 장르가 그렇듯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역할을 한다. 당연히 지역이라는 울타리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당연히 그래야 맞다. 우리는 비틀즈가 영국인이라고 기억하고 더 나아가 세기의 그룹이라고 기억하며 사랑할 뿐, 영국의 어느 동네 출신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BTS가 어디어디 출인이라서 미국이나 영국에서 1위 차트에 오르는 것이 아닌 것과 같다. 그래도 김선생은 지역을 생각한다. 블로그의 이름'김선생의 광주사랑'에서부터 지역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 점을 여러분도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손바닥만한 이 나라에서 지역과 지역을 쪼개고 분열시키자는 의미로 지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 고장을 그리워하는 향수의 근원으로서의 지역, 내가 나고 자란 고장을 잘 알고 아끼자는 의미로서의 지역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이다. 내 고장 광주와 전라도에 대해서 관심이 없고, 아는 게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때의 놀라움도 이 블로그의 탄생에 한 몫을 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신인가수 송가인의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10년을 무명가수로 살았다는 송가인의 삶은 고단했다고 한다. 노래를 부를 수 있다면 전국 어디라도 달려갔다. 그래도 노래만으로는 늘 배가 고팠다. 먹고 살아야했다. 동대문 시장에서 엑세사리용 재료를 샀다. 그것으로 머리 장식품인 비녀랑 뒤꽂이를 만들어서 인터넷에 올려 팔았다. 손으로 장식을 붙이면서 트로트를 노동요삼아 목을 갈고 닦았다. 얼마전까지만해도 그렇게 살았다.

어렵게 어렵게 버텨온 날이 지나고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에서 최종 우승을 한 것이다. 8년 전에 만든 인터넷 팬까페는, 회원이 140명에서 4500명으로 불어났다. 10대에서 70대까지 팬들은 연령을 초월해서 몰려들었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었다.

"전라도에서 탑 찍어불고, 서울로 탑 찍으러 온 송가인이어라~"하는 사투리 인사말이 트레이드마크가 되었다. 그런데 이 인사말이 역풍을 몰고왔다고.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지 싶다. 좁아터진 우물속 청개구리떼가 어디 가겠는가? '홍어냄새가 난다' '전라도×'같은 악플이 떼로 달렸다.

송가인이 얼마 전 경남 사천으로 노래를 부르러 가면서 잔뜩 긴장했다고 하는데, 말안해도 비디오. 가인의 그 마음을 충분히 알 수 있겠다. 박정희와 그의 정신적 사생아들인 전두환 노태우 등 장군들이 만들어서 지지고 볶아 권력유지에 실컷 이용해 먹었던 지역감정.. 그 질긴 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어서 한 신인 가수는 노래를 부르러 가면서도 불편했다. 가는 지역이 그랬다. 정말 한심한 나라가 아닌가?

드디어 사천에 도착. 그날 송가인은 씩씩하게 무대에 섰다. 그리고는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신문 기사에 그렇게 나왔다. 여기까지 읽은 김선생은 혀를 찼다. 그러면 그렇지. 도대체 지역감정이 뭐길래? 그러나, 그것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송가인이 긴장하면서 무대에 올랐을 때, 우뢰와 같은 환호가 쏟아졌다. 가수를 맞이하는 사천 사람들의 환영열기는 고향에서보다 더 뜨거웠다. 송가인은 마이크를 잡았다. '지역감정 걱정했는데 정말 감사해요'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다.

'울지마 울지마'사천 시민들이 외쳤다. '지역감정 없어요. 그런 거 우린 상관없어요'하면서 눈물을 훔치는 시민도 있었다. 박정희는 하늘 나라에서 이런 장면을 보고 있었을까? 이런 말을 하는 분도 있었다고 한다. '정치인도 못한 경상도ㆍ전라도화합을 송가인이 해줬다고'

송가인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는 데, 다른 이야기로 흘러갔다. 노래 이전에 마음이 하나되는 나라를 꿈꾸고 그리워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송가인도, 여러분도 이해해 주시리라 믿는다. 울지마. 울지마. 그러면서 함께 울었다지요. 우리나라 사람들 참 멋지지 않은가요?


​ (2019년 5월 4일자 조선일보 토요일 주말섹션 '아무튼 주말'기사를 참고했다.)
http://m.chosun.com/news/article.amp.html?sname=news&contid=2019050302191
또 다른 광주의 ‘역사’에 대해 궁금하신가요?
김선생의 광주사랑 블로그에 접속하시면 더 많은 광주의 이야기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